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사임당의 붉은 비단보

[도서] 사임당의 붉은 비단보

권지예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현모양처의 대명사. 자식에게는 가없이 자애로운 어머니로, 지아비에게는 한없이 순종적인 아내로, 조선시대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여인상이라는 칭송이 항상 뒤따랐던 신사임당. 그러나 그런 위대한 위인의 일대기를 담아놓은 사료조차 한 조각 남아있지 않고, 그녀가 남겼다는 화폭과 글을 통해서거나 그녀의 자식이자 위대한 위인으로 성장한 아들 율곡 이이라는 프리즘을 통해서만 겨우 그녀의 삶과 철학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 너무 아쉬울 따름이다. 그래서 이 소설도 그러한 간접적이라는 한계를 뛰어넘지 못한 채 '신사임당, 그녀의 삶'을 조명했다는 점으로 만족해야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조선은 유학이라는 이상으로 건설한 나라였기에 그 틀 안에서 모든 것을 구현하려고 했던...어찌 보면 태생적으로 굴레를 타고난 나라였는지도 모른다. 거기에 모든 예법과 절차 뿐 아니라 사람의 도리와 일상생활의 모습까지 유학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굴절된 삶을 살아야만 했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 당시 사람들은 그 '프리즘' 안에서 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고 더 큰 세상이 있는지도 모른채 살아왔을지 모르겠으나, 오늘날의 관점에서 볼 때면 얼마나 답답하고 갑갑한 삶을 살아야 했을지...개인적으론 짐작도 하기 힘들 지경이다. 그런데 그 당시를 살았던 위인들은 어땠을까? 그들도 자신들이 살고 있는 세상이라고 이름 붙인 '한계'와 '굴레'를 몸으로 느꼈을 것으로 짐작한다. 아직 세상의 지혜가 '프리즘' 밖을 비춘 적이 었어서 머리로는 이해하지 못했을지언정 가슴이 먼저 느끼고 반응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소설 속 사임당은 끊임없이 세상 밖과 통하는 꿈을 꾸었는지도 모른다. 더구나 제 뜻을 마음껏 펼칠 수조차 없는 여인이라는 태생적 굴레는 아무리 세상을 호령하는 양반가의 자식이라 할지라도 스스로 끊고 훨훨 날아갈 수 없는 한으로 남았을 터였다.

 

  능력과잉. 능히 펼칠 수조차 없는 조그만 담장 안에 갇힌 봉황의 슬픔이 그러할까? 여인의 모습으로는 자신이 가진 능력을 펼칠 수도 없고 펼쳐서도 안 되는 삶을 살아야 하는 조선이라는 나라, 아니 그 당시 전세계 어디에도 여인의 모습으로는 세상을 뒤흔들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한들...차라리 없는 것만 못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사임당은 붉은 비단보에 그 능력을 감춰둔 모양이다. 아니 여인의 능력이라는 것은 연모라는 사랑하는 마음조차 제 뜻대로 밝힐 수 없을만큼 초라한 것인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사임당의 모습 속에서 고이 감춰진 뜨거운 열정과 따뜻한 사랑을 엿보게 해준 소설이 참 고맙지만, 한편으론 이 땅의 여성위인의 삶을 고작 이 정도밖에 보여줄 수 없는 것인지 아쉬움이 더 컸다. 나아가 나라가 크고 융성해지기 위해서는 소녀의 작은 가슴 속 열망조차 헤아릴 수 없는 정책제도는 당장에 뜯어 고쳐야 한다는 생각, 또 누구라도 뜻을 품은 이들이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사회풍토가 빠르게 정착되어야 한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한 편의 소설책을 읽고 뜬금없는 성토일지는 몰라도 말이다.

 

  이 책은 위인전이 아닌데도 자꾸 신사임당이라는 '위인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책 속 주인공과 겹치곤 한다. 정말 위인의 삶이 이랬을까? 아, 이러면 신사임당도 한낱 평범한 여인과 다를 바가 없는 건데...라는 생각이 자꾸 들면서 읽기를 방해하곤 했다. 하지만 그녀도 사람이었기에 '판타지적 환상'을 걷어내고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위인전이 아닐 바에야 그녀도 희노애락이란 감정의 파도에 흔들리는 작은 땟목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이 책은 신사임당이라는 환상을 깨는데 역점을 두었는지도 모르겠다. 정작 그녀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모르면서 그녀를 이리저리 제 맘대로 평했던 사가들과 전기수들이 만들어 놓은 철옹성 같았던 그 '환상' 말이다. 딴에는 군살을 빼는 다이어트를 할 때에도 우선 뭉친 근육부터 말랑말랑하게 만들어 놓아야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은 모두 낙엽만 굴러가도 까르르 웃음 짓던 소녀였었더랬다. 그녀들이 품었던 파란 꿈과, 뜨거운 사랑과 바꾸어 버린 '어머니'라는 이름을 갖기 전에는 말이다. 신사임당. 그녀도 그렇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첫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