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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보경심 1

[도서] 보보경심 1

동화 저/전정은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원작소설보다 '같은 이름'을 달고 방영한 드라마를 먼저 보았던 탓일까? 드라마 속 주인공이었던 이준기와 아이유의 모습, 그리고 다른 황자들의 모습을 소설 속에서 쉽사리 상상할 수 없었다. 그 덕분에 소설의 첫 부분을 읽을 때에는 영 속도가 붙지 않아서 읽는 맛을 느낄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부터는 드라마 속에서 보았던 익숙한 장면이 빠르게 전개되어 흥미를 갖고 읽을 수 있었다.

 

  그나저나 이 책이 이미 중국권에서는 꽤나 유명세를 치뤘고, 무려 5년 전에 출간되었었다는 사실이 눈길을 끌었다. 그러다 문득 내 어릴 적에 무협영화와 무협소설을 섭렵했었더랬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 그랬다. 나는 황순원의 '소나기'보다 김용의 '영웅문'을 먼저 읽었던 중국소설 마니아였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더구나 김용의 '녹정기'가 청나라 강희제의 어린 시절을 배경으로 쓰였다는 기억마저 떠올랐을 땐, 황자들의 아버지인 '강희제'가 더는 낯설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소설의 장르는 무협지와는 거리가 멀었고, 우리 나라의 로맨스 소설과 흡사했다. 그리고 수많은 꽃미남들에 둘러싸인 소녀의 이야기라는 관점에서 볼 때는 '꽃보다 남자'의 중국판이라는 느낌이 확 다가왔다. 실제로 1권을 다 읽은 지금은, 이 책은 '로맨스 소설'이라는 생각이 더 굳어졌다.

 

  여성독자들이라면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내용에 '뭘 그리 호들갑을 떨 필요까지야'라고 싶겠지만, 무협소설에 길들여졌다가 나이가 들어 호르몬의 장난질(?) 때문에 뒤늦게 로맨스 소설에 심취하게 되는 남성독자들을 위해 사족을 덧붙인다 생각하시고 너그러히 양해를 해주시길 바란다. 각설하고, 소설의 내용을 들여다볼란다.

 

  첫째, 빠른 전개가 흥미진진하다. 현대에 살던 여주인공이 과거로 타임슬립하게 되는 과정조차 '교통사고'가 났다는 것으로 치고 과거 속 이야기를 전개시켜 버렸다. 둘째, 팩션 소설이 주는 진지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단순히 픽션으로 다룬 로맨스가 아니라 역사라는 '팩트' 속에서 벌어지는 로맨스는 결말을 미리 짐작할 수 있음에도 팩트와 팩트 '사이'의 궁금증을 유발시켜 읽는 내내 흥미롭게 해준다. 마지막으로 '파격'이 주는 매력이다. 자유분방한 현대여성이 앞뒤 꽉 막힌 과거 남성들 틈바구니에서 묘한 매력을 풍기고, 더 꽉 막힌 황궁 안에서 거침없이 뿜어내는 매력은 소설을 읽는 내내 눈을 뗄 수 없게 만들 정도다.

 

  '파격'이란 격식을 깨뜨린다는 뜻이다. 특히 예법이니, 전통이니 하는 단단할 것 같고, 묵직한 무엇을 깨뜨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를 테면, 종가집 첫째 며느리가 전통한옥집에서 핫팬츠를 입고 김장을 하는 것처럼 굉장히 안 어울리는 일이니 말이다. 그런데 책 속 여주인공은 낯선 청나라 시대의 황궁예절을 배워가면서도 유독 황자들에게는 현대 여성의 솔직함으로 돌직구를 날리곤 한다. 그런데도 황자들은 나무라기는커녕 그 솔직한 매력에 푹 빠져드는 것이 이 책이 주는 진장한 매력이 아닐까 싶다.

 

  이미 독자들은 '성균관스캔들'에서 남성들에게 둘러싸인 여인의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보긴 했지만, '성균관스캔들' 속 김윤식은 조선시대 여인으로 작가의 도움을 받아 '본 적도 없는' 현대여성을 흉내내는 것 뿐이었지만, '보보경심' 속 마이태 약희는 현대 여성이 과거 속으로 들어간 것이니 본연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 점이 다르다.

 

  그럼 현대 여성의 발칙함을 꾸짖고 벌주기는커녕 좋아라하는 청나라 황자들은 어떻게 보아야 할까? 이렇게 비유해보자. 여성들은 잘 이해가 안 될 지도 모르겠지만, 남자는 '서열'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자신보다 나이 어린 남자가 반말하거나 까부는 것을 참지 않는다. 하지만 나이 어린 여자가 반말을 한다면? 화가 나기는커녕 사르르 녹아버린다. 물론 예쁜 여자일 때만이라는 조건이 첨가되어야 하지만, 로맨스 소설 속 주인공들은 모두 외모가 출중하다는 설정이니 그 '조건'을 굳이 자세히 설명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뭐, 여성들도 나이는 어려도 잘 생긴 남자가 반말하는 것쯤은 언제든 환영이지 않을까? 모르긴 몰라도 박보검보다 열 살이 많은 여성일지라도 박보검을 향해 '오빠~'라고 부르는 마음과 같은 이치다.

 

  1권에서는 약희와 팔황자 사이의 로맨스가 주 내용이었다. 2권에서는 사황자와의 로맨스가 기다리고 있을까? 내용을 알면서도 모른 척 하며 읽는 재미도 나름 솔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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