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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미끄럼 타는 할아버지

[도서] 눈 미끄럼 타는 할아버지

이상권 글/심은숙 그림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할아버지가 어린아이처럼 신 나게 눈 미끄럼을 탄다는 이야기에 진한 감동을 느낄 줄은 몰랐다. 솔직히 겉표지만 보고서는 그닥 끌리지 않는 책이었다. 그래서 책장을 넘기는 것조차 시큰둥하였다. 초반에는 말이다. 그러다 이야기는 중반을 넘어 할아버지가 눈 덮인 산에서 조심조심 내려오다 미끄덩하고 넘어지는 장면부터는 내 두 눈이 촉촉히 젖기 시작하였다. 나이가 아무리 많아도 '하고 싶은 것'은 정말 많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면서 말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광고문구와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노래가사가 머나 멀고 남일처럼 여겼었는데, 어느덧 불혹의 나이에 접어들고 말았다. 아직은 할아버지처럼 거동이 불편할 정도는 아니지만 서서히 몸이 마음과 같지 않아지는 걸 느끼는 나이가 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이 성큼성큼 다가오는 것 같아 씁쓸해 하곤 했는데, 이 책을 보니 이제 곧 나도 남들 눈에 주책으로 보여질 행동들이 점점 더 많아질 것이라는 생각에 감정의 수돗꼭지가 왈칵 열리고 말았다.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하게 눈 미끄럼을 타는 할아버지를 '중년의 그대들'은 왜 걱정 반 주책 반인 눈으로 바라보며 혀를 쯧쯧 찼는가? 당신들도 언젠간 '그' 나이가 될 터인데, 나이를 거스르는 용기에 박수는 치지 못할망정 비웃는 듯한 표정을 지었는가 말이다. 늙음이 죄악을 저질러 받은 벌이 아닌데도 늙은이들은 자신의 늙음을 천벌처럼 여기고, 늙음을 아직 경험하지 못한 젊은이들은 자신들의 젊음을 선을 쌓아서 받은 축복처럼 여기는 세태가 안타까울 뿐이다.

 

  한편으론, 자신의 생각이 옳고 그름을 떠나 오직 '남들의 시선'만으로 생각의 잣대를 삼는 이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도 안타까울 따름이다. 책 속의 할아버지 역시 두 번째 미끄럼과 세 번째 미끄럼에서 주변의 시선이 부끄러워 신 나는 미끄럼을 계속 타지 못하고 머뭇머뭇 거렸다. 그러다 네 번째 미끄럼에서는 지나가는 아줌마의 주책없는 타박에 할아버지는 '나이값'도 못하는 것이라고 자책하기에 이른다. 물론 할아버지 스스로 따가운 시선을 이겨내지 못한 탓도 있지만, 주변의 시선이 곱지 못한 까닭이 신 나는 미끄럼을 할아버지가 타지 못하게 한 것이다. 그런 시선들을 곧 자신들이 받게 될 것이라고는 깨닫지 못한 채 말이다.

 

  사랑만 하며 살기에도 모자란 삶인데, 남들의 시선 따위에 신경 쓰며 살 수는 없다. 신 나고 재미난 일이 있다면 머뭇거릴 까닭도 없을 것이다. 난 오늘 <눈 미끄럼을 타는 할아버지>를 보며 새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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