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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리 & 마이트너

[도서] 퀴리 & 마이트너

박민아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요즘 <지식인마을>시리즈에 들락날락거리고 있다. 구매는 진작에 해놓고서는 독서는 차일피일 미루던 차에 시리즈가 40권으로 일단락이 되는 것 같기에, 우선 목록을 '포스팅' 해놓고서 손에 짚이는 순서대로 읽어대기로 마음 먹었다. 그 첫째로 방사능 물질을 찾아낸 '마리 퀴리'핵분열 이론을 정립한 '리제 마이트너'의 책을 골랐다. 고전책들이 대개 고리타분한 할아버지들의 냄새가 나기 마련인지라 '여성 과학자'의 이야기로 처음을 시작하면 시리즈의 필독을 완수해낼 것 같았기에 그리 하였다.

 

  그러나 막상 책을 펼치니, '여자라고 만만하게 보았다가는 큰코 다칠 줄 알아'라고 한 방 먹은 듯 싶다. 책의 내용이, 퀴리와 마이트너의 업적에 국한하지 않고 '과학계의 양성불평등'이라는 문제를 제기하며 남성을 향한 호통까지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이어지는 내용은, 그런 불합리한 상황에서도 '잘난' 남성 과학자들 못지 않은 성과를 낸 여성과학자들의 애환을 호소하는 한편, 우리 사회 전반에 '여자라는 이름'이 더는 불이익의 원인이 되지 않기를, 더 나아가 진정한 '양성평등'을 위해 여성들에게 '적극성'을, 남성들에게는 '공정성'을 갖추길 바라는 내용을 꾹꾹 눌러 담아냈다. 이 책이 쓰여진 지 8년여가 흘렀음에도 이 문제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에서 우리 사회가 집요하게 파고들어야 할 것이다.

 

  암튼, 이 책에서 소개된 과학자는 노벨상을 2번이나 수상한 '마리 퀴리'이고 노벨상후보에 수시로 거론될 정도로 공로를 인정 받는 '리제 마이트너'다. 최초로 방사능물질을 발견한 마리는 '퀴리 부인'으로도 잘 알려져 있지만, 리제는 금시초문인 분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핵폭탄을 만들 때 가장 핵심적인 이론인 '연쇄반응'을 최초로 증명해낸 과학자라고 소개하면, 그 위상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중성자 하나가 무거운 원자를 쪼개고, 거기서 튀어나온 중성자가 주변의 원자들을 쪼개고 또 쪼개는 '핵분열' 과정이 눈깜짝할 사이에 벌어지며 엄청난 에너지를 내는 바로 그 '연쇄반응' 말이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마리 퀴리'는 하나의 물질을 또 다른 물질로 변환시킬 수 있는 '방사능물질'을 발견해서 인간이 자신의 의지대로 물질을 바꿀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업적을 남겼고, '리제 마이트너'는 방사능을 뿜어내는 무거운 물질을 '중성자'로 두 동강을 내는 순간에 엄청난 에너지를 뿜어낸다는 사실과 그런 핵분열반응이 '연쇄적'으로 이루어져 마침내 엄청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이론을 정립한 업적을 남겼단 말이다. 내가 '원자물리학' 분야쪽으로 전문가가 아니기에 설명이 미흡하거나 잘못 해석했을 수는 있겠지만, 두 과학자의 업적의 위대함만큼은 제대로 전하고 싶다. 한마디로 대단한 업적을 남긴 과학자다.

 

  더 나아가 두 과학자의 업적을 과거 '연금술사'에 빗대어 설명하고 있는데, '연금술사'는 값싼 금속을 순수한 금으로 바꾸려는 터무니없는 시도를 하는 사기꾼의 이미지와는 달리, 오늘날 '원자력'에 관련된 과학기술이 황금알을 낳는 원천기술로 연구되고 있으니 꼭 들어맞는다고 할 수 있겠다.

 

  한편으로 이 책의 내용은, 이처럼 위대한 업적을 남긴 두 과학자가 '여성'이라는 까닭으로 감내할 수밖에 없었던 '불합리한 현실'로 시선을 확장시킨다. '마녀'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것도 굳이 당대의 상황 뿐만 아니라 오늘날에도 여전히 '여성'을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태를 꼬집고 있다. 글쓴이가 '과학사'를 전공한 덕분인지는 몰라도 과학자의 업적과 그 평가에만 중점을 두지 않고 이처럼 '시대상황'까지 가미해서 책을 풀어내어서 읽는 내내 흥미진진했다. 또, 책의 말미에 '추천도서'도 마리와 리제의 과학적 업적을 풀어낸 책보다는 '여성과학자'의 사회적 위치와 시선을 직시할 수 있는 책들이 소개되어 있다. 어쩌면 남성중심적 편향을 가진 우리가 마리와 리제의 과학적 업적에 무관심한 탓에 '관련 책'이 없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어쨌든. <남성의 과학을 넘어서>, <X선에서 퀘크까지>, <마리 퀴리, 과학의 역사를 새로 쓴 열정의 과학자>라는 책은 꼭 읽어볼 작정이다.

 

  끝으로, 시리즈의 첫 권을 읽은 소감은 '만족'이었다. 감동의 물결이 밀려올 정도로 흡입력을 자랑하는 내용은 없었으나 '교양'보다는 좀 더 깊은 '전문가'의 길로 입문하기에 손색이 없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시리즈를 거듭 읽으며, 우리 사회 '지식인'이 추구한 길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안목을 갖출 수 있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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