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조선의 무인은 어떻게 싸웠을까?

[도서] 조선의 무인은 어떻게 싸웠을까?

최형국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4점

  무예에 관심이 많았던 젊은 시절엔 쿵후('쿵푸'가 표기법에 맞다하더라도 내 추억은 이것이기에)가 나오는 영화는 빠짐없이 보았더랬다. 그러면서 중국무술인 쿵후뿐 아니라 온 나라의 격투기도 더 알아보고 싶었더랬다. 그후엔 일본무도와 우리의 무예에 대해서도 나름 조예를 갖게 되었다. 비록 실전엔 젬병이더라도 말이다.

 

  잠깐 언급한 김에...서양과 동양을 구분할 때, 서양은 '육체적 힘'이, 동양은 '정신적 힘'이 강하다고 구분한다. 이는 겉모습의 차이에서 구분한 단순함이지만 꽤나 직설적이어서 오래도록 우려먹었던 구분법이다. 허나 조금만 더 관찰해보면 복싱과 레슬링 등과 같은 운동경기에서도 피지컬적인 '힘'과 테크닉적인 '기술'의 구분은 서양도 하고 있었던 것이고, 상대적으로 열세인 사람이 '불굴의 의지' 같은 정신적인 면도 서양은 이미 갖추고 있었다. 이는 동양도 마찬가지였으니 서양과 동양의 차이점 같은 건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한편, 정신적인 힘을 강조(?)하는 동양 가운데 삼국의 차이점이 도드라지니 살짝 구분해보자. 명칭부터 따져보면, 중국은 무술, 일본은 무도, 그리고 한국은 무예라고 한다. 이름으로만 보아도, 중국은 현란한 기술을 강조하며 눈에 보이는 화려함을 앞세우고 있다는 점을 엿볼 수 있다. 반면에 일본은 간결한 동작 속에서도 무한한 힘을 추구하며 군더더기 없는 실리를 챙긴다. 그렇다면 한국은? 무예라는 이름이 무기를 들고서 예술한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도 있지만, 기술적으로 현란함이 부족한 예술은 예술적 아름다움도 부족하고 압도적인 힘이 부족한 예술은 밋밋한 몸부림에 불과하니, 무예란 기술적으로도 힘으로도 부족함이 없는 조화로운 아름다움으로 풀이해야 옳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풀이가 결국은 '한국적인 무엇'이 없어서 중국에 기대고, 일본에 빗대어 쥐어짠 느낌을 지울 수 없기에 안타깝기만 했었다. 그런 차에 중국의 사극과 일본의 사극을 보며 우리 사극과 비교할 기회가 주어졌다. 규모나 스케일에 관한 것은 차치하고, 중국과 일본은 자국의 무술과 무도에 과한 뻥을 치는 공통점을 발견한 것이다. 무술의 현란함을 보여주려다보니 애들이...날라다닌다. 또, 무도의 강인함을 보여주려다 칼부림 한 번에 애들이 다 죽어자빠진다. 이런 있을 수 없는 과장에 비해 우리 사극은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려 한다. 이것이 우리 무예, 즉, '한국적인 무예'가 아닐까. 비현실적인 그들의 비해 현실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우리 무예는 일상적인 기술과 힘을 바탕으로 궁극의 경지에 다다르기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장 한국적인 것이라고 본다. 이를 테면, 우리의 활쏘기는 신의 경지에 이를 정도지만 결코 비현실적이지 않은 점처럼 말이다.

 

  의문은 이뿐 아니다. 사극 속의 역사적 고증이 논란이 많은 가운데 무사들이 칼질 한 방에 벌러덩 나자빠지는 것과 싸울 때마다 버리고 마는 칼집은 어떻게 그렇게 잘 찾아 다시 들고 다니는 건지 궁금했더랬다. 그랬더니 이 책 속에서 모두 해소하였다. 살짝 소개하자면, 칼질 한 방에 죽어버릴 갑옷이라면 뭐하러 입고 다니나 싶었더니 거짓이란다. 사실은 웬만한 칼로는 가죽 갑옷조차 뚫을 수 없고 벨 수 없단다. 그러니 귀족과 같은 높은 신분의 장수가 온몸을 갑옷으로 두르고 적진 한가운데로 뛰어들어 종횡무진 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왜 삼국지에서도 조자룡이 수 만의 조조군사들 속에서 유비의 아들을 품에 안고서도 살아남아 돌아갔다는 무용담이 전해지지 않는가 말이다. 그게 다 갑옷이 든든했기 때문이란다. 하물며 삼국지 속 시대보다 천 년이나 지난 조선시대에 무인들이 그렇게 허술하게 죽을 리 없다는 설명이다.

 

  또, 조선의 칼은 한 손보다는 두 손으로 단단히 쥐고 싸우는 도법을 주로 사용했다. 그러니 한 손엔 칼을 다른 한 손엔 칼집을 들고 춤을 추듯 싸우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란다. 거기다 짚신도 짝이 있듯 칼도 딱 맞는 칼집이 애초에 있는 법인데 싸울 때마다 버릴 수밖에 없게 손에 들고 다니는 법이 없단다. 그런데도 드라마 속에서 무사들이 칼을 손에 들고 있는 모습이 나오는 까닭은 어의없게도 칼집을 허리에 차는 요대를 마련할 제작비가 부족한 탓이란다.

 

  이 책에는 그밖에도 많은 궁금증들을 속시원히 풀어주는 재미난 책이었다. 사진과 그림자료도 풍부한 덕에 이해하기도 쉬우니 사극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직접 읽고 사극 보는 즐거운을 배가 시키길 바란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첫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