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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야화

[도서] 천일야화

앙투안 갈랑 저/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기획/배영란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문득 '난 <아라비안 나이트>를 읽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알라딘과 요술램프', '신밧드의 모험',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 등등 적지 않은 이야기를 어릴 적부터 읽어 왔지만, 정작 [1001일 밤의 이야기]라는 뜻의 '천일야화'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은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더구나 원작이 '외설'에 가까울 정도로 낯뜨거운 묘사로 가득하다는데, 내가 기억하는 <아라비안 나이트>는 '교훈 가득한 옛날옛적 전래이야기'로 기억하기에 의문은 점점 의구심으로 물들어 갔다. 그런 까닭에 관련 도서를 뒤적거려보니 새삼스런 이야기꺼리가 참 많은 책이란 들어 본격적으로 읽어볼 '작심'이 생겼다. 그 첫 번째 책으로 이 책을 골랐다. 굳이 이 책으로 시작한 까닭은 '얇고 가벼워' 들고 다니기 편할 것 같았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책의 위아래보다 양옆의 폭이 좁아 '읽는 속도'가 빠를 것 같아서였다.

 

  이 책에는 짤막한 '서문'에 이어서 2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그 2편의 이야기 가운데 하나는 익숙히 알려진 <알라딘과 요술램프>이었고, 다른 하나는 덜 익숙한 <장님 바바 압달라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 책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서문'과 '알라딘 이야기'에서 느낄 수 있었던 '새삼스러움'이었다.

 

  먼저 '알라딘 이야기'를 풀어보면, 어릴 적에 읽었던 [소년소녀세계문학전집] 속에서 읽었던(어느 출판사였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린이용 <아라비안 나이트>에서도 읽을 적이 없고, 디즈니 만화영화에서 봤던 익숙한 '알라딘의 모습'도 연상되지 않는 독특하고 생소한 알라딘의 이야기였다. 어린이 책과 만화영화에서 보여주었던 '알라딘'은 장난꾸러기에 말썽쟁이이지만, 그래도 해맑고 순수하기 그지 없고 성실하고 착한 마음씨를 가지고 있어서 온갖 복을 받는다는 '천진난만'한 캐릭터였다면, 이 책에서 볼 수 있었던 '알라딘'은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도 집안살림은커녕 하나뿐인 어머님을 부양할 생각도 없는 무능하기 짝이 없고 아무 대책도 없는 철부지에 천방지축 얼뜨기였던 그가 우연한 계기로 얻은 요술램프의 도움으로 나쁜 마법사가 몰고온 위기를 극복하고 엄청난 부와 어여뿐 공주를 얻는 '행운아'로 그려져 있다.

 

  어찌 보면, 이 둘의 차이점은 그닥 크지 않아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어린이용 책 속의 '알라딘의 모습'과 이 책 속의 '알라딘'은 사뭇 다른 점이 먼저 눈에 띤다. 예를 들어, 알라딘이 요술램프를 얻게 되는 과정을 비교해보면 그냥 우연히 '선택' 되어졌다는 점이 유독 강조되어 있는 부분이다. 어린이용 책에서는 알라딘이 요술램프를 얻게 된 까닭이 분명히 '가난하지만 선한 마음씨를 가졌기' 때문이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는데 반해, 이 책에서는 나쁜 마법사가 요술램프를 손에 넣기 위해 '세상물정 모르는 철부지' 필요했고, 또,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알라딘이 죽을 수밖에 없는데 '착한 어린이'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다면 세상의 눈에 널리 띨 수 있기에 하루아침에 사라져도 '아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나쁜(?) 어린이가 필요했던 것이었다.

 

  또 다른 점들도 간략히 소개하면, 우선 램프의 요정이 들어주는 소원의 개수에 '제한'이 없다. '세 가지 소원'이라는 코드는 원래는 다른 이야기 속의 '코드'였는데, 나중에 '차용'이 되어 전해진 것인지, 아니면 '각색' 과정에서 덧붙여진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아무튼 이 책에서는 알라딘을 비롯한 '램프의 소유주'가 빌 수 있는 '소원의 개수'가 꽤나 디테일하고 빈번히 이루어지는 바람에 엄청나게 많아졌다는 점이 특이했다. 그리고 알라딘이 '나쁜 마법사' 때문에 겪게 되는 위기와 갈등이 상당히 길고 꼼꼼하다는 점이 색달랐다. 이렇게 생각 이상으로 길었던 <알라딘과 요술램프> 덕분에 두 번째 이야기의 길이는 사뭇 짧았다. 그리고 대단히 '교훈적'이기 때문에 언급 안 할란다.

 

  마지막으로, '서문'을 통해서 짐작할 수 있었던 점은 우리가 알고 있는 '천일야화'의 원작을 그대로 접해볼 수 없다는 안타까운 사실이었다. 짐작컨데, '원작'에 해당하는 부분은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입에서 입으로 전래되어 오면서 잃어버리고 변형되었을 것이고, 또, 프랑스인이었던 '앙투안 갈랑'이 손수 모은 그 원작을 가지고 돌아오는 여정에서 잃어버리고, 또, 프랑스어로 뒤치는(번역하는) 과정에서 또 다시 변형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며, 훗날 이것을 '보완'했다던 미국사람 '리처드 버튼'도 역시 미국어로 뒤치는 과정을 거쳤을 것이며, 어느 쪽을 '원본'으로 삼았든지간에 한국사람이 '한국어'로 뒤치는 과정에서 또 한 번 '변형'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이다. 어찌 되었든 간에 현재로써는 '원작의 깊은 맛'을 직접적으로 느껴보기는 힘들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뒤치는 문제'는 또 다른 문제를 낳으니, 그건 바로 '누구를 독자로 삼아 뒤치느냐?' 하는 문제로 <아라비안 나이트>가 어린이용이 되기도 하고, 성인용이 되기도 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내가 읽은 <천일야화>가 어느 '판본'이냐에 따라 느낌적인 그 '느낌'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아직 이 책에 문외한 수준인 나로서는 골치 아픈 문제이고, 어느 책 하나 [완역본]이라고 볼 수 없기에 일단은 무작정 읽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흥미를 더욱 끌었다.

 

  어쨌든, 수많은 판본과...'앙투안 갈랑'과 '리처드 버튼'이라는 두 사람, 그리고 어린이용과 성인용 책들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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