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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독

[도서] 슈독

필 나이트 저/안세민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이렇게나 솔직하게 쓴 회고록이 있을까. 나이키의 공동창업자 '필 나이트'는 이 책을 통해 나이키의 전신인 '블루리본'을 운영하면서 겪은 실수와 고난을 솔직하게 말한다. 대부분의 성공 기업 회고록은 고객을 위해 노력했던 내용들로 채워져있지만 이 책은 은행에 대출받으러 가서 몇 시간이고 훈계를 듣고 참아내야 했던 일들, 현금 자본이 모자라 돈 돌려 막기를 다 직원들 월급을 주지 못해 허덕였던 일들, 신발을 공급했던 일본 제조업자의 뒤통수와 그로 인해 2년을 소송해야 했고, 소송이 끝나니 미국 정부에서 2500만 불이란 세금을 메겨 다시 또 소송을 하는 일등, 하나 해결되면 더 큰 문제가 나타나는 일이 줄줄이 이어진다.


책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에 대해서 단점에 대해서도 가감 없이 표현하는데, 아마도 그들이 사망해서 표현에 자유로웠을 테다. 읽는 내내 스타트업 드라마를 보는 듯했다. 진지한 드라마가 아닌 시트콤에 가까운 드라마로. 등장인물들은 잘생기고 똑똑하지 않고 엄청난 결함과 이보다 더 큰 개성이 있다.


사회복지사에서 잘리고 필 나이트에게 엄청난 편지를 썼던 존슨이 내겐 가장 재밌는 캐릭터였다. 매일매일 필 나이트에게 편지를 써서 "이쯤 되면 나의 실력을 인정해달라고"했지만 편지의 양에 질려서 필 나이트를 읽지 않고 보관만 한다. 게다가 매출만 있고, 이익은 없던 '블루리본'이었음에도 존슨은 "돈 적게 받아도 되니깐 정직원 시켜달라고" 엄청난 공세를 보낸다.


"아 그래, 어쩔 수 없지. 우리 배가 침몰하면, 같이 망해서 서로 위로해야지."라며 존슨을 정직원 1호로 채용한 필 나이트도 너무 웃겼다. 일이 너무 바빠서 존슨의 불만에 대응하지 않았는데, 그게 오히려 존슨에게 업무 자율성을 줘서 회사를 성장시켰고, 휠체어를 타는 장애의 몸이지만 업무 관리 능력이 뛰어난 우델이 있어 나이키란 기차가 정시에 출발할 수 있었다.


이렇게 묘사하면 훈훈한 동료애로 으쌰 으쌰 위기를 헤쳐나간 그저 그런 성공담으로 생각되겠지만 존슨과 우델이 서로 싫어해서 그 둘의 업무를 바꿔야 했을 때, 필 나이트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스트레스를 받았다. 멋있어 보이는 창업자의 길이 실제로는 은행과, 정부와, 서류와 그리고 직원들을 어르고 달래며 하루를 보내는 일이라는 걸 이 책은 재밌게 보여준다. 물론 당사자 필 나이트는 전혀 그렇지 않았겠지만. 그는 꽤 날씬한 체형을 가지고 있는데, 그건 매일 달리기를 해서라기보다는 매달 은행에 대출 한도를 연장하러 가고, 자금을 메꾸러 가는 동안 스트레스로 살이 쪽쪽 빠져서가 아닐까 싶다. 실제로 책의 30%는 은행을 욕하는 내용이다.


운이 좋았다. 나이키의 성공에 대해 하버드와 같은 유명 대학교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필 나이트도 운이 좋았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나이키의 창립멤버들과, 포기하지 않았던 필 나이트와, 직원들을 믿어주는 분위기가 아니었다면 운 만으로는 성공이 이루어지 않았을 거다. 나이키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어떤 이는 서류를 늦게 제출하기도, 노후를 위해 모아둔 전 재산을 내놓기도 했다.

그런 사람들이, 그런 마음이 모여 지금의 나이키가 존재했을 거다. 엄청난 불만을 담은 편지를 보내도 직원의 가능성을 믿고 기회를 준, 달리지 못하는 다리를 가진 직원에게 운동화를 파는 일을 맡긴, 믿음이 그들의 성장력과 나이키의 성장력을 키웠다.


오래간만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읽는 내내 웃으면서, 놀라면서 책장을 넘겼다. 나이키에 관심이 있거나, 사업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마음에 들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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