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거기에 있었는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 역사적 배경은 어떻게 되는지? 모두 물어볼 수도 없고 대답해 줄 수 있는 가이드를 만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해외 여행들이 자유여행보다는 여행사의 플랜대로 움직이는 패키지 여행이라서 여행자의 수고를 덜어준다. 패키지 여행의 장점은 그 여행지의 핵심만 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여행지를 친절하게 설명해 주시는 가이드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책과 함께 떠나는 패키지 여행에 유시민 작가가 가이드가 되어 그 도시가 간직하고 있는 고리타분한 역사적 사실과 각 나라의 특색들을 무미건조한 문체로 서술하고 있다는 것이다. 벌거벗은 세계사를 책으로 읽은 느낌이다. 더군다나 여행지의 맛집 탐방과 후기는 책을 집어 던지고 비행기를 타라고 말하는 것 같다.
낯선 여러 나라의 모습을 읽고 있으면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모습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들이 살아가고 있는 공간에 갑자기 떨어진 것 같은 그런 느낌은 여행을 해 본 사람은 평생을 잊지 못한 다는 것을 안다. 그곳의 공기 그리고 사람들과 여러 구조물들은 뇌리에 각인된 것처럼 그 때의 기억은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다. 여행의 기억은 일상과는 다른 어떤 특별한 순간이기 때문에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그 기억들이 잊혀지지 않도록 잊혀질 만하면 다시 떠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빈을 인문학 고전이라고 한 것처럼 유럽 도시 대부분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인문학 고전속의 도시처럼 그 도시의 콘텍스트는 쉽게 파헤칠 수 없을 정도로 한 권의 책으로는 쉽게 설명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유럽 주요 도시의 관광지는 성스럽고 절제되고 우아하고 아름답기까지 했다.
교황과 황제와 귀족들이 함께 만든 도시의 모습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보여지고 들려지는 것이 앤틱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예를 들면 모짜르트의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우아한 까페에서 아인슈패너를 마시며 고전문학을 논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14세기 초에 지어서 200년이 걸렸다는 슈테판 성당의 건축 역사만으로도 아주 클래식컬하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비를 맞으며 걷는 것보다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다가 걷는 사람들의 여유로움과 우아함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대부분의 관광지는 지금이 21세기인지 중세인지 구분이 안들 정도로 세월의 흔적은 있을지 모르지만 멀리서 바라보면 아직도 그 시대의 길목을 거닐고 있는 착각이 들 정도로 옛 것을 온전하게 간직하고 있는 도시의 모습들은 역사적 비극마저 아름답게 만들어 버린 것 같다.
네 개의 도시 중에 가장 유시민적인 글을 간직하고 있는 도시는 부다페스트 뿐이였다. 지금 같은 시대에 여행을 하는 것은 죄가 되는 것처럼 슬픈 글이였다.
page138~141의 내용은 지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처럼 역사적 사실이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는 것처럼 들렸다. 끝으로 이 전쟁이 역사적 사실처럼 곧 끝나기를 바라며 김춘수의 시를 옮긴다.
다뉴브강의 살얼음이 지는 동구의 첫겨울
가로수 잎이 하나 둘 떨어져 뒹구는 황혼 무렵
느닷없이 날아온 수발의 쏘련제 탄환은
땅바닥에
쥐새끼보다도 초라한 모양으로 너를 쓰러뜨렸다.
순간,
바숴진 네 두부는 소스라쳐 30보 상공으로 튀었다.
두부를 잃은 목통에서 피가
네 낯익은 거리의 포도를 적시며 흘렀다.
너는 열세 살이라고 그랬다.
네 죽음에서는 한 송이 꽃도
흰 깃의 한 마리 비둘기도 날지 않았다.
네 죽음을 보듬고 부다페스트의 밤은 목 놓아 울수도 없었다
죽어서 한결 가비여운 네 영혼은
감시의 1만의 눈초리도 미칠 수 없는
다뉴브강 푸른 물결 위에 와서
오히려 죽지 못한 사람들을 위하여 소리 높이 울었다.
page91. 인간은 자연에 기생하는 생물이다. 얇은 피부를 옷으로 덮고 집에서 산다. 그 집은 사회의 보호를 받으며 사회는 지구 행성의 자연환경 안에 존재한다. 따라서 집을 지으면서 자연을 파괴해서는 안 된다. 자연과 소통하고 교감하고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 훈데르트바서
page313 성모교회는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는 말을 믿지 마. 너희는 완전한 진리를 알 수 없어. 너희를 자유롭게 하는 것은 관용뿐이야. 나와 다른 사람, 나와 다른 생각, 나와 다른 삶의 방식을 존중하는 것이지. 그러면 모두가 자유로워질 거야.'다시 가면 또 촛불 하나 켜고 기도하고 싶다. 인간의 부족 본능이 과학과 손잡고 저질렀던 야만의 상처가 다 아물기를. 관용의 정신이 더욱 널리 퍼져 인간은 더 자유롭고 세상은 더 평화로워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