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감정이란 것이 그 하루의 일상 중에 아주 미미한 부분이었다는 것으로 생각되지만 그 당사자에게는 평생의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강자가 약자에게 저지르는 행동들이 당연시 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그 어디에선가 울먹이는 사람들의 소리가 들릴지도 모르겠다.
알퐁스 도데의 당구편에 나오는 군인들의 모습처럼 춥고 배고프고 더군다나 비가와서 옷과 신발도 젖었고 피곤한 몸을 병사들과 기대어보지만 여기 저기서 적병들의 기척이 느껴지는 상황들이 내 인생처럼 느껴지는 것 같았다.
내 글의 흔적을 다시 보았다. 과거의 나와 오늘의 내가 다시 만났다. 그때의 나는 오늘의 우리가 어떨 것이라는 것을 말했다. 나역시 과거의 내가 오늘의 나를 더 멋진 모습으로 만나고 싶어했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더욱 나빠진 눈과 귀 그리고 정신 더 나아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더 심적으로 더 피폐해진 나의 문장을 쓰고 있다.
행동과 말도 다르고 또 다른 내가 내 속에서 나를 끊임없이 의식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속에서 무의식의 내가 나를 어디론가 데리고 가고 있었다. 그 무의식의 나는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의 모든 자연과 사람들과 내가 사는 모든 공간과 함께 하고 있었다.
의식속의 나는 무의식속의 나와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을 인식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나를 둘러싼 환경과 시간과 생각들이 나를 지배하고 놓아두지 않았다. 나는 나 스스로 자유의지에 따라 살아가는 줄 알았는데 운명은 그것을 알고 있었다.
이 세상에 내려와 짧지 않은 인생속에서 부딪친 고뇌와 고통을 이젠 힘들게 짊어지고 갈 필요가 없다는 것이 왜 이렇게 안타까운지 늙어가는 것은 곧 죽음을 준비하라는 신호처럼 들린다.
야위어 가는 몸과 주름진 손과 얼굴들 중에서 유일하게 늙지 않는 것은 스승님의 정신 뿐이었다. 지금이라도 스승님은 천리마를 타고 그 말을 싣고 전 세계를 달릴 것처럼 큰 울림을 준다. 마치 물음표를 길게 늘어뜨린 것처럼 생은 그 긴 세월 동안 그 물음을 놓치지 않고 달렸더니 느낌표가 된 것 처럼... ...
P.S The headfake of my book was not you,
but our s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