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가 다니는 어린이집 아빠참여수업에 다녀왔다.
지오가 보름전부터 아빠 꼭 와야된다고 날짜와 시간을 반복해서 일러줬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매일.(전쟁이 나도 가야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후 4시까지..
도착해서 정확히 4시에 지오가 있는 교실에 들어가서 눈을 맞추고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다.
열댓명의 아이들 중 지오만 어깨를 들썩이며 소리죽여 울고있었다. 아빠를 봐도 웃지도 않는다. 지오반 선생님이 '지오가 아빠가 오지 않을까봐..' 하신다.
다른 아빠의 모습이 하나하나 보이기시작하는데 자기 아빠가 먼저 나타나지 않으니 혹시 안오나 싶었나보다.
지오를 달래가며 같이 수업을 하는데,
아빠가 오지 않은 아이들이 세 명 있다. 여자아이 둘, 남자아이 하나.
한 명은 다른 선생님이 아빠 역할을 하고 두 명은 서로 마주보고 앉는다.
이 아이들이 자꾸 신경쓰인다. 괜찮나..
지오는 아빠가 늦지도 않았는데 혹시 안올까봐 지레 불안해진 마음에 첫번째 수업시간 내내 아빠무릎에 앉아서 훌쩍이는데, 아빠가 없는 아이들은 괜찮은지 아무렇지도 않게 잘도 따라한다.
두번째 수업시간에 한 여자아이의 언니가 아빠대신으로 도착해 수업에 참여한다. 고등학생정도로 보인다.
잠시후에 남자아이의 형이 도착해 아빠 대신으로 참여한다. 8살이라고 한다.
(난 같이 수업받는 몸집이 다소 큰 지오 친구인줄 알았다.) 형제 둘이 멀쩡히 잘도 한다.
이제 여자아이 한 명이 남아있다. 선생님이 봐주고 있지만..자꾸 눈이 간다. 아이는 아무렇지 않은듯 앞에서 시범을 보이는 선생님따라 블럭으로 정확히 형체를 만들어내고 있다.(지오는 자기 멋대로 블럭을 이리저리 끼워보고있다)
두번째 시간이 끝날 무렵 드디어 이 아이의 아빠가 도착했다.
선생님이 아빠왔다~하며 더 반가와한다. 나도 반갑다. 아이는 온화한 웃음을 지으며 작은 목소리로 아빠하며 두팔을 벌려 반긴다.(난 멍하니 보고있다.)
세번째 수업시간 음악과 율동이 있는 이야기시간.
내가봐도 지오가 제일 못한다.(얼마나 웃긴지)
이불로 만들어 놓은 터널을 아빠와 통과하며 깔깔대고 깡총뛰고 좋아한다.
다과회가 열리고 원장선생님이 아빠참여수업을 마련한 취지를 설명해주신다.
그 용감한 형제와 야무진 여자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이름이 채연인가..하는 아이인데, 원장선생님이 나무랄때가 없다고 채연이 아빠에게 칭찬해주신다.
지오에게 뭔가 칭찬을 해주고 싶은데..할게 없어서 지오가 키가 제일 크던데 했다.(실제로 지오가 키가 제일 크다.)
준형이는 키가 얼마나해? 현준이는? 했더니
신나서 자신의 눈썹, 코에 손을 댄다.
음 그럼 채연이는? 했더니 손을 머리위로 높이 든다.(참 웃겨서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