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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자서전을 받아보게 되었다.

뭐..꼭 읽고 싶은 것은 아닌데..어쩌다 보니 남들 따라(껌정드레스님이 오로지관객님에게 신청하자~라고 말하는 댓글을 훔쳐 읽고) 리뷰어클럽에 신청해서 결과가 나왔다.

전형적인 부화뇌동..

 

이 건축가는 독학으로 건축을 익혀 세계적인 건축가의 반열에 오른 것으로 유명해서 많은 이들에게 관심을 받는다.

난 그의 건축물은 궁금해도 그의 인생이 궁금하지는 않다. 

건축가는 건축으로 말하는 것이라 그렇기도 하고,

그동안 언론매체에 많이도 소개되어서 이런저런 에피소드들이 꽤 알려져있기 때문이기도하다.

자서전에서 뭔 말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건축에 대해서,자신의 삶의 태도에 대해서 이미 말도 할만큼 하고 글도 많이 썼다.

 

안도 다다오는 젊은 시절부터 건축잡지 등 언론을 적극적으로 이용해서 자신을 홍보했다.

tv카메라가 찍고 있는 데도 나이가 비슷한(더 많아 보인다) 부하직원에게 연필을 집어던지고, 고래고래 고함을 치기도 하고,

행사에 나타날 때는 야쿠자처럼 좌우에 사람들을 거느리고 다닌 적도 있다.

동경대 교수가 되었을 때에는 학생들을 때린다는 소문이 흘러나오기도 했다.(이사람 권투선수 출신)

어느 이름 없는 지방대 건축학과를 나왔는데 아예 독학이라고 하는 편이 건축계의 파워게임에서 살아남기 유리해서 독학이라고 말한다는 말도 있다(이건 아닌듯)

 

들리는 이야기들은 좋은 말들만은 아니어서 네가티브한 생각이 들다가도

그의 건축을 보면 마음이 녹아내리곤 했다.

 

말투는 지성미라곤 찾아볼 수 없은 거침없는 동네아저씨의 것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더 호소력 있는 것 같다고 한다.

 

안도 다다오는 쌍둥이로 태어났는데 쌍둥이 형에게 굉장한 경쟁심이 있다고 한다. 권투도 형이 시작해서 따라서 했다지..언젠가 인터뷰에서 형을 평생의 라이벌이라고 아직도 생각한다고 해서 좀 의아하게 생각했다. 형은 인테리어 디자인을 한다고.

 

이 건축가는 자신의 작품을 야구에 비유해서 말하기를 즐겨했다고.

이번 작품은 홈런이야, 이번 것은 보내기번트야, 이번 것은 사실은 헛스윙이네..

이런 식이겠지.

 

자타가 인정하는 만루홈런인 작품이 있다.

그의 대표작 스미요시 주택.(azuma house )1975-76년

 

외관
 
중정에서 바라본 식당의 모습

  

오사카 변두리, 오래된 주택가에 얇고 긴 형태의 목조로 된 서민주택이 나란히 연속해서 서있는데 그 중 한채를 잘라내고 콘크리트 박스를 삽입한 것이다.

건축물 크기는 폭3m에 길이 약14m. 2층건물.

대지가 18평이 못되고, 총연면적이 19평 정도.

작은 주택임에도 대지를 3분할해서 가운데 공간을 과감하게 중정中庭으로 만들어 놓았다. 그가 발표한 <도시 게릴라 선언>에 부합하는 작품으로 그의 건축철학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집은 중정을 중심으로 두개층에 각실室이 마주보고 있는 형태인데 실내공간을 이동할때는 중정을 거쳐야만 한다. 현실적 불편함이 상존한다.

완공후 4년뒤에 일본건축학회상을 받았는데, 심사위원들이 현장을 방문하고 상은 이곳에 사는 건축주에게 주어야한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건축주는 아직도 이 집에서 잘(?) 살고 있고, 건축가와 주기적으로 만난다고..
안도 다다오도 집주인을 존경한다는 말을 했다.
 
건축가가 1982년에 발표한 <자폐自閉의 근대건축으로부터 보편으로>"From Self-Enclosed Modern Architecture Towards Universality"에서 한 말을 옮겨보면.
 
제2차 세계대전 후, 경제의 급성장, 가치관의 전환과 전통적 가족제도의 붕괴, 직장과 정보의 도시집중화 등 사회적 대변혁은 도시의 과밀과 농어촌의 인구부족을 야기했다.
자연을 향해 열리고 자연과 일체가 되는 주거의 성립을 거의 불가능하게 한 것이다. 내가 말하는 자폐의 근대건축이란, 일본의 근대화과정에서 상실되어 간 자연과 일체가 되는 주거를 다시 현대적인 의미에서 회복하는 것을 말한다. ....내가 현실적인 세계에서 지향하고 있는 것도 스스로의 건축의 논리를 포함하면서 자연의 인자因子와 생활로 풍요한 의미를 탄생시키는 공간이다. 주거 내부에 도입되는 빛이나 바람 등 자연의 인자는 명확하게 부각될 때 비로소 의식되며 그 단편 속에 자연의 전체를 느낄 수 있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빛이나 바람의 모습, 계절에 따르는 그 추이, 그것과 얽혀 영위되는 평소의 생활, 내가 창출한 형태는 이것들에 의해 비로소 의미를 획득하며 모습을 바꾼다.
 
난 학생시절에 안도 다다오에 대해서 조사 발표를 했는데, 당시에 이 주택을 모형으로 만들어봤다.(형태가 간단해서 쉽게 만들었다) 당시 주택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던 기억이 있다.
 
이 주택에 대한 코멘트를 하나 옮겨본다.
스미요시 주택은 오래된 교외지역에 서 있다. 이 지역에서 우리는 문명의 모순이 어떻게 환경을 파괴해 왔는가를 볼 수 있다. 바로 그런 장소에서 안도는 건축의 근원인 <살아 가는 것/건축하는 것>에 대한 상호관계를 파악했다. 물론 안도는 그 개념을 하이데거로부터 빌어 온 것은 아니다. 그가 생각하는 살아 가는 것과 건축하는 것의 합일은 차용된 것이 아니다. 안도를 빌더로 평가할 때,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건축하는 것과 살아 가는 것의 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그의 능력이며 세속적인 이론 따위와는 관계없이 실시하는 점이다.
多目浩二  Koji Taki
"Minimalism or Monotonality? A Contextual Analysis of Tadao Ando's Method." 1984년

  

노출 콘크리트는 건축의 추상성을 잘 표현할 수 있고, 무엇보다 무척이나 튼튼하다.

장점이 많은 보편적인 재료로 수많은 건축가들이 즐겨 사용하나 안도 다다오의 것은 좀 특별하게 인지되는 듯 싶다.

노출콘크리트 특유의 거칠고 차가운 느낌은 일본에서도 대중들이 좋아하지 않았다. 안도 다다오는 거푸집을 연구하고 많은 실험을 통해 자신만의 노하우로 곱고 섬세한 질감을 획득해냈다. 직접 가서 보면, 무척 치밀하고 마치 고운 돌 표면을 보는 것 같다.

노출콘크리트는 거푸집으로 형체를 만들고 그 안에 콘크리트를 부어넣고 그것이 굳으면 거푸집을 떼어내는데, 거푸집을 떼어낼 때는 가마에 넣은 도자기를 꺼내는 심정이 된다.

초기의 안도 다다오 사무실에서는 콘크리트 타설시에 전 직원이 현장에 가서 콘크리트가 골고루 퍼지도록 대나무로 휘져었다고.

 

건축가는 창호와 바닥재, 가구등 어쩔수 없는 것을 제외한 모든 것을 하나의 재료로 하는 것이 건축비용을 저렴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난 이 건축가의 주택 작품들을 특히 좋아한다. 집합주택도 물론이다. 고베 로코산에 있는 그의 집합주거. 또다른 대표작이다. 앞에 보이는 작은 것이 1차. 큰 것이 2차로 지어진 것.
   

일련의 주택들을 비롯, 초기에 발표한 비교적 작은 규모의 건축물들로 찬사를 받았으나, 유명해지고 큰 규모의 건축물들이 나오면서 실망스런 작품들이 나타난다. 이 건축가를 영웅으로 추앙하던 세계의 젊은 건축가들은 좀 기겁하게 되고..

규모가 커졌기 때문만은 아니고 자의식의 과잉도 보이는듯 싶고..안도 다다오가 자꾸(?) 고집하는 스스로 근원을 느낀다고 말한다는 달걀 형태의 타원형 공간도 뭔가 부자연스럽다.

그의 끊임없는 국제현상설계 도전기를 다룬 그의 저서<연전연패>를 봐도,

당선이 안되어서 지어지지 않게 된 것이 다행이다 싶은 것들이 많다.(그래서 떨어졌겠지만)

난 아직도 그의 작품 중 최근의 것은 좋은지 모르겠다.

유명해지고 일이 많아진 후 직접 치밀하게 손댈 수 있는 여건이 못되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단, 규모가 큰 최근작 중에서도 그의 미술관들은 빛난다.

난 고베에 있는 효고현립미술관에 가봤는데 사진과 도면으로 봤을 때는 좋은 줄 몰랐다가 직접 가서 보고 감탄했었다.

안도다다오의 건축작품을 본 사람들의 반응중 비슷하게 많은 것은..가보니 더 좋더라는 것이다.

특히 좋은 것은 <연전연패>에서도 나온, 드디어 국제현상설계에서 당선되어 지어진

Modern Art Museum of Fort Worth 1997-2002 (Forth Worth, U.S.A)

여기도 가봐야할텐데..

http://www.mamfw.org/

 

 

끝으로 안도다다오의 독학에 관한 의견을 들어본다.

이 의견도 마음에 든다.


시마다 : 안도 씨 하면, 권투 선수에서 건축가로 전향한 사람이라고 흔히들 알고 있습니다. 이 책에 안도 씨를 꼭 모시고 싶었던 까닭은, 전문적인 학교를 다니지 않고 건축가가 되었다는 이유도 있지만, 독학의 재미 내지는 괴로움 등의 각별한 경험을 요즘 젊은이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어서였습니다.

안도 : 독학은,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었을 뿐입니다. 그런데 독학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겨 좀 난감해요. 그래서 굳이 독학을 내세워 얘기하기는 좀 그렇군요.

시마다 : 요즘에는 학교를 다녀도 학교 밖의 공부 방법을 익히지 않으면 별 의미가 없다는 생각들을 많이 합니다. 그렇다면 그 점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는 건 어떨까요. 가령 학교에 다니지 않아도 이렇게 될 수 있다는 ···.

안도 : 그게 어렵다는 말입니다. ‘독학’이란 타인에게 얘기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각자가 자기 나름의 방법을 찾아가니까 ‘독獨’학인 겁니다. 즉, 스스로 생각한다는 것이죠, 거기엔 노하우란 게 없어요. ‘어떻게’가 없는 것이 독학인데, 그 방법을 듣고 배우려 한다면 잘못이 아닐까요. 인간은 모두가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으니까 제 방식을 들어 봐야 아무 의미도 없지요. 학교 교육은 모든 사람을 공평하게 가르치지만 제 경험은 그와는 전혀 다른 것이니까 별 도움이 안 될 겁니다. 그러고 가장 큰 문제는, 제 말을 듣고 그대로 하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생긴다는 겁니다.

편집부 : 그 반대로 학교만 나오면 어떻게든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도 곤란하겠죠.

안도 : 아닙니다. 지기가 자기 스스로를 교육하지 않아도 학교에 가면 일반적인 교육은 받을 수 있으니까 그건 그것대로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피카소에게 당신은 왜 그림을 그렸느냐고 물으면 “그냥 그림을 좋아했다”는 대답밖에 들을 수 없는 것처럼, 물어봐야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일일 겁니다.

 

           ‘안도 타다오 와의 인터뷰 스미요시 단층집에서’ 중에서 발췌

 

<다지인을 공부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시마다 야쓰시 編著, 김난주 譯 디자인하우스 刊)

 

이 책 괜찮다. 디자인을 공부하시는 분들은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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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리에띠

    앗, 아래에 썼던 노출콘크리트의 중정이 있는 집이 아주 작은 공간에 지어진 멋진 사례네요. 그런데 건축주에게 상을 돌려야한다는 이야기처럼 생활의 불편함을 감수해야하는군요. 그렇더라도 저 거 비슷한 건축물이 도시가 아니라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에 세워진다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2009.11.26 07:33 댓글쓰기
    • 파로

      여기서의 생활의 불편은, 적극적은 삶과도 연결되어서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또 그것을 받아들일 때 만이 또다른 세계가 열린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마리에띠님에 새로운 집을 지어서 가신 것 처럼 말입니다.

      2009.11.27 02:50
  • 파워블로그 오로지

    안도 다다오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데, 섭지코지에서 본 건물과 이 글을 읽고나니 책이 더 기대되는데요!
    건물에서 자연에 건물을 얹어 놓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런 작가인지도 궁금하네요.
    ^^

    2009.11.26 10:22 댓글쓰기
    • 파로

      저도 섭지코지에 이 건축의 작품을 보러 가고싶습니다. 자연에 건물을 얹어놓았다...건축물이 지어질 대지와 주변환경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는 건축가로 알고는 있는데..저도 아는바가 일천해서..

      2009.11.27 02:53
  • 파워블로그 껌정드레스

    저 사는 서울 은평구에 구립 도서관이 있는데, 안도 다다오 건물의 느낌과 비슷하네요.

    2009.11.27 00:38 댓글쓰기
    • 파로

      아, 그 건물 직접 가보면 어떤가요? 거기도 외부는 노출콘크리트로 되어있죠? 아마 건축가는 내부도 노출콘크리트로 하고 싶어 했을텐데, 현실적인 문제들이 많았을 겁니다. 예산이라든지..건축물들은 나름 현실의 사연들을 갖고 있기 마련이죠.

      2009.11.27 02:59
    • 파워블로그 껌정드레스

      외부는 노출 콘크리트이고, 지하 1층 식당 옆 가운데로 중정 비슷한 곳이 있어요. 바닥에 연못처럼 살짝 물을 담아놓고 있고요. 그 곳의 사면은 노출콘크리트여요. 그외 건물 내부는 그냥 관공소 느낌이고요. 창을 고딕 건물처럼 좁고 길게 내었어요. 전체적인 모습은 산비탈에 앉아 독서하는 사람군상 같은데,,, 좀 조잡하고 과시적인 면도 있어 보여요. 그러나 서향이어서 노을질 때 멋져요.

      2009.11.27 09:46
    • 파로

      해주신 말씀과 인터넷에서 찾아본 사진에서 느껴진 것과 일치하네요. 노출콘크리트로 조형성을 강조할 경우에 유난히 좀 부담스러운 경우가 있더라구요. 이 작품도 그런 경우인듯. 자세히 설명해 주셔서 고마워요.

      2009.11.27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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