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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건축가 후미히코 마키의 <스파이럴 빌딩>(http://www.spiral.co.jp)의 전경이다.

이 건축물은 일본 도쿄 아오야마에 있는데 건물 자체로도 유명하지만 워낙 번화가에 있어 도쿄를 방문했던 여행자라면 일부러가 아니라도 자연스레 봤을 법한 건축물이다.

 

개인적으로는 내 건축인생의 시작을 견인한 건축물이라고 여기고 있다.

 

우선 건축가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해보면

(건축가 홈페이지 -  http://www.maki-and-associates.co.jp/ )

 

세대로 보자면 근대 일본건축을 이끈 "겐조 단케"의 뒤를 잇는 건축가로 현존하는 일본 최고의 건축가라 불릴만 하다.

잘 알려진 안도 타다오와는 여러모로 대비되는데, 후미히코 마키는 그야말로 초 엘리트 코스를 밟은 건축귀족이다. 동경대, 하버드대를 거쳐 동경대 교수를 역임했다. 그의 사진만 봐도 얼굴에 '귀족'이라 써있다.

건축계의 노벨상이라는 프리츠커상도 수상했고, 지금은 테러로 없어진 뉴욕 무역센터가 있던 자리에 지어지는 4개의 초고층 건축물(World Trade Centre Tower4) 중 한 개를 맡아 설계해서 건축중이다. (내가 보기엔 4개의 건축물 중 단연 돋보인다.)

이루어 놓지 못한 것이 없는 건축가라 하겠다.

 

난 야생의 기운이 느껴지는 '안도 다다오'도, 타고난 귀족의 풍모를 지닌 '후미히코 마키'도 다 좋다. 모두 그 자신에 어울리는 모습들을 지니고 있다.

또, 일단 무엇보다 작품들이 무지하게들 좋고..

 

사진에 보이는 이 spiral building은 85년도에 지어졌는데,

내가 건축학과에 입학한 89년도 당시에 포스트 모던 건축의 새로운 성공사례로 화제가 되고 있었다.

 

근데..내가 보기엔, 구성도 조잡한 것 같고, 조악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워낙 대단한 건축가의 훌륭한 작품이라고들하니..

아무것도 모르는 건축학과 신입생이라는 자각에 내가 뭘 모르는 모양이다 싶었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무엇보다 볼 줄 아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지 싶었고, 난 내 실력을 키워서 이 훌륭한(?) 작품이 훌륭하게 보일때까지 열심히 수련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대학시절의 내가 내 인생에 가장 진지했던 때가 아니었을까 싶다.

 

시간은 흐르고 이 건축물을 보고 감동을 느끼지 못하는 자신에의 답답함과 막연함도, 이 건축물 자체도 잊혀져갔다.

 

결혼 후에 아내와 둘이 동경으로 여행을 갔다. 아오야마 거리에서 이 건축믈을 마주보고 섰다. 그 때의 복잡한 심경이란..

 

건축물은 그 거리를 압도하는 큰 스케일의 것으로 과감한 디자인임에도 미려함과 우아함을 갖춘 당당한 풍모를 지니고 있었다.

이것은 건축을 보는 눈이니 전문가의 시각이니 뭐니 하는 것과는 아무 상관없는 누가봐도 이야~하고 감탄할 만한 건축물이었다.

 

내가 대학 신입생때 본 것은 잡지등에 실린 조악한 사진을 통해서였던 것이라 사실은 이 건축물을 안다고, 봤다고 할 수도 없는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건축물을 직접 가보고 공간을 체험하지 않고는 건축물을 다 알 수가 없다.

 

난 이 건축물을 직접 맞닥뜨리고 한참을 들어가 돌아보면서 신입생 때의 내 모습을 생각했다.

그 허접한 사진을 보고 번민하던...

당시의 내가 좀 안쓰럽기도 하고, 당시의 나를 응원해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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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학의 기념비적 작품이라는 <무진기행>을 읽고났을때, 이 건축물 생각이 문득 났다. 이게 뭐지 싶을만큼 나에겐 조금의 감흥도 주지 못했는데..

이것도 내가 뭘 몰라서 그런 것인가??

 

무진기행을 읽어본 분이 좀 말씀해주시면 좋겠는데..

 

 

 
내부에 일부 공간은 이렇게 시원스레 오픈되어있고, 큰 원을 그리는 램프가 있어요. 위에 자연광이 들어오는.
 
 
건축물 홈페이지에서 볼 수있는 건물 전경.
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보시면 생각보다 건물이 더 크다는 것을 아실수 있을 듯.
근데..전 알고 갔는데도..가보니 더 크게 느껴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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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수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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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오로지

    저도. 아 그렇구나. 나에게 좋은 걸 알아 볼 능력이 없구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실제로 보면 다를 수 있는 거군요! 다시 동경에 방문하게되면 꼭 찾아볼래요. 이 건물. ^^

    2010.01.14 16:52 댓글쓰기
    • 파로

      네, 그렇게 하세요. 건축물이 외진 곳에 있다면 일부러 찾아가시라고 권하기 어렵겠지만, 어차피(?) 그 근처에 가실 것도 같아서 권해드립니다. 오모테산도에서 안도 다다오의 <오모테산도 힐스>를 보시고, 쭉 걸어서 거리구경하시면서 아오야마로 오셔서 이 건물도 보시면 될 듯. (지도를 같이 보면서 이야기하고 싶군요.)

      2010.01.15 10:09
  • 스파이럴적인 요소가 어디일까..하고 봤는데 잘 모르겠네요. 건물 전체를 두고 하는 말인지, 일부분을 칭하는 건지.. 그리고 건물이 주위 건물들과 너무 다닥다닥 붙어서 햇볕도 잘 안 들어와보이고, 주위 건물과 매치도 잘 안되는 것 같애 보여요.
    물론, 사진 상으로요. 진짜 실물로 보면, 다를 수도 있다는 말씀이로군요. 지금 불교작품집(?)을 보고 있는 중인데 파로님 말씀을 유념하고 봐야겠어요. 저도 불교작품들을 실지로 보고프거든요.

    2010.01.14 22:11 댓글쓰기
    • 파로

      불교작품의 경우는 불상이나 탱화등의 것인가요?...미술작품의 경우는 좀 다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사진을 잘 찍으면 아쉬운 데로 감상할 수 있죠. 화집을 보는 것 처럼 말입니다. 근데 건축물은 좀 어려워요. 덩어리가 워낙 커서 스케일 감을 그대로 전해받기가 어렵고, 그 건축물이 놓인 장소도 중요하고..등등

      2010.01.15 10:14
    • 넵!! 요새 종교에 빠져서 기독교와 불교를 탐독하다보니, 종교작품까지 눈에 들어오더라구요. 불상은 실지로 보기도 했던 거 같은데, 탱화는 실지로 본 적은 없네요. ㅎㅎ. 맞아요. 화집처럼 사진이 워낙에 잘 나와서요. 게다가 특징적인 부분만 보여주니까, 마치 하이라이트같은 느낌으로요. 그래서 막상 실물을 보면 오히려 실망할 수도 있겠다 싶어요. 건축물은 또 다르군요. 앞으로 잘 된 건축물에도 눈이 가질 것 같애요. 사촌동생이 건축공부하러 해외에 나가있는 상태라서 아무래도 관심이 좀 생기긴 하더군요.

      2010.01.15 18:04
  • Gypsy

    스파이럴 적인 요소가 어디 있나 들여다 보게 되는 건물인거 같아요. 이름때문에 한참을 들여다 봤습니다. 아무래도 공중에서 내려다 보거나 내부로 들어가서 봐야 좀더 분명한 의미 전달을 받을 수 있는 작품 처럼 보입니다. 건물 각 면이 오묘한 경사각으로 각 벽들이 맞물려 보이긴 하는데 말이에요~ 우호호~ 전 건물 사진 보다 마르셀 뒤샹이 바로 떠오릅니다.
    무진기행은 요즘 제가 가끔 들여다 보는 책인데 산야의 인도방랑과 더불어 잠이 안올때 가끔 들여다 보는 책이 거든요. 아직 책에 대한 내공이 부족하여 뭐라 말씀 드리긴 뭣하지만 전 책장도 잘 넘어 가고 뭐 잘 읽히더라구요. 호호호~

    2010.01.15 10:05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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