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러운 건축
쿠마 켄고 저 | 안그라픽스 | 2010년 07월
사회의OS로서의 건축
시공 방법은 단지 공사의 기술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그 문화와 문명의 핵심, 요즘 말로 표현하자면, 사회의 OS(operating system)라고 할 수 있다. 어쩌면 이런한 단순한 사실을 말하고 싶어서 이 책을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떤 OS(예를 들어, 윈도 혹은 리눅스)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거기에 맞는 소프트웨어가 깔리고 시스템이 구동된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건축에서 시공 방법 역시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해왔다. 왜냐하면 건축은 사람과 환경을 연결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인간이라는 나약하고 작은 존재가 외부에 존재하는 커다랗고 거친 환경이라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상대를 만나 건축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왔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건축이 어떻게 자연과 인간을 친구로 만들었는지, 인간과 환경을 어떻게 연결시켜 온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다시 말하면, 문화의 본질은 무엇인지, 문명이라고 하는 것은 원래 무엇이었는지 하는 의문이다. 그러나 이 의문들은 결국 같은 것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해답이 바로 건축이 아닐까 하고 나는 생각한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누군가는 건축이 사회의 OS였다는 사실은 이미 옛날 이야기이며, 현재의 건축은 컴퓨터 OS에 의해 변하고 있다고 이야기할 것 같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않는다. 사람이 신체라고 하는 구체적인 물질을 계속해서 지니는 한, 건축은 OS로서 계속 기능할 것이다.
물론 그 OS는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으며, 옷이나 구두처럼 극소의 인터페이스로 신체와 환경을 연결하려 할런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건축이라는 OS가 의미를 잃어버리지는 않을 것이다. 이 OS를 우습게 생각하면, 신체는 설 장소를 잃게 되어 지탱하기 어렵다. 불안정하게 공중에 떠 있을 수밖에없다.
그런 의미에서<아기 돼지 삼형제>와 같은 이야기는 시대를 초월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아기 돼지가 어떠한 물질을 가지고 환경과 신체를 연결시킬까라고 하는 것은 아기 돼지의 본질과 관계가 있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집을 구성하는 물질이야말로 아기 돼지 삼형지의 본질 그 자체인 것이다.
자연스러운 건축 (쿠마 켄고 지음) 63-64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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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읽은 건축가 Kengo Kuma의 저서.
<약한 건축>에 이어서 나온 책인데 흥미롭다.
건축가는 역시 이론과 사상이 구체적 건축물을 통해 이야기될 때만이 어필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앞으로 이 책을 가지고 이야기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