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토요일에 지오네 유치원 아빠 참여수업이 있었다.
민망하게 앞에 나가 같이 동작 따라하고..하는 것이 아니라 다행.
아빠와 함께 뛰는 5km 거북이 마라톤 대회.
저번 발표회 때도 그랬지만 지오가 무척 열심히 진지하게 쉬지 않고 달려서 좋았다.
난 뭐든 시큰둥하게 반응하면서 어린시절을 보내온 것 같다. 애늙은이 처럼.
결혼식때도 거울한번 안보고 골라주는 옷 입고.
건축사 시험공부는 꽤 열심히 했으나..간절함이라곤 없었다.
군대에서도 휴가때 군화에 광내거나 군복에 칼주름 한 번 잡아본 적 없다.
사격도 만발 맞춰서 휴가 가야지 하는 욕심도 없었고, 탄피 잃어버리지 않는 것에 더 신경썼고, 혼나지 않을 정도는 명중해야 하는데..하는 집중력 정도만 있었다.
학력고사 보는 아침에도 좀 더 잘까 하다가 부모님한테 미안해서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체력장 100미터 달리기도 전력질주 하지 않고..
중학교 체육대회 반 대항 축구시합 결승에서 분패했을 때, 선수들 모두 다 억울해서 울었다..나만 빼고, 멀뚱멀뚱.
당시 담임선생님이 날 놀리듯 붙인 별명히 대충대충.
중학교 교복을 처음 받았을 때, 친구들이 하도 좋아서 교복입고 잤다는 말을 듣고..유치한 것들 하며 혀를 차고.
초등학교때는 미술대회 나가서 상을 탓는데, 기분좋아하시는 부모님이 외식을 시켜 주시는 데도, 대상도 아닌데 뭘..하며 민망해 하기만.
난 이 모든 것이 후회스럽다. 시간이 갈수록 더.
지오가,완주한 전원에게(참가자 모두가 완주) 한사람도 빠짐없이 주는 메달을 하루종일 목에 걸고 무척이나 자랑스러워 해서 마음이 좋았다.
앞으로도, 커서도 그러길.
2.
요 근래 본 tv프로그램 중 가장 인상적이고 재미있었던 프로그램.
어제 저녁 방송된 것으로..제목은 모르겠는데,
1 : 42
이봉주는 하프마라톤 거리를 혼자 뛰고, 연예인 42명이 계주로 500m씩을 나누어서 뛰는 이벤트 경기.
대부분 몸 좋고 어린 아이돌 가수들이 뛰어서 연예인 팀이 이겼다. 그나마 여성주자가 6명 있고, 나이 많은 저질 체력의 연예인들이 못뛰어서 중간에 역전이 되는 등 아슬아슬한 차이가 났다.
내내 낄낄 웃으면서 봤는데 종반부에 감동이 밀려왔다.
마라톤은 오래 뛰어서 감동이 아니라 전력으로 오래 뛰어서 감동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