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불러다 앉혀놓고 학교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일러주었다.
크게 종이에 써주기도 했다.
1.첫째, 우선 무엇보다 점심을 잘 먹을 것. 이게 제일 중요해.
2.둘째로는 축구를 잘 할 것.
3.세번째는 친구들과 재미있게 잘 놀 것.
다른 것 다 필요없고 이 세가지만 잘 하면 돼. 나머지는 아무 신경 쓰지 마. 너 마음대로 해. 알았지?
아이는 자가 반에서 점심을 가장 늦게 먹는 아이이고, 잘 먹지도 않는다. 대충 남긴다.
혼자 남아 (꾸준히도)먹고 있는 아이 옆에는 마지막 학생이 빨리 먹기만을 애타게 기다리는 급식실의 아주머니가 서있고..
높은 경쟁률을 뚫고 들어간 방과후 축구교실에서 적응 못하고 곧 그만두고는 축구공을 다시는 만지지 않는다. 공을 놓고 혼자 차는 것은 곧 잘 하지만, 아이들과 부딫혀 서로 공을 빼앗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단짝 친구가 생겨서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서로의 집을 왕래하며 놀고.
하지만 이 친구가 태권도장에 새로 들어와서는 사범님 말 안듣고 장난이 심해 분위기를 산만하게 만드는 것을 못견뎌하더니 친구를 피해 오전타임으로 시간을 옮겼다. 이제 살겠다고.
마지막 달에 짝이된 여자아이가 거짓말을 잘 한다면서 같이 앉기 싫다고 하더니만, 2학년때 그 아이와 같은 반이 된다면 다른 학교로 전학시켜 달라고.
학부모 상담시간에 담임선생님이 아이가 학습태도가 몹시 양호하고 공부도 열심히 한다고 칭찬하시면서 자기반에 지오같은 아이만 있으면 아무 걱정 없겠다고 하셨다지만... 전 걱정이 좀 된답니다.
이제 곧 2학년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