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저자가 조선왕조 500년이라는 화려한 현판을 달고 서술한 역사서가 아니다. 조선왕조의 여유로움을 대변하는 양반들의 도포자락 밑에 숨겨진 비루한 역사를 들춰내고자 작정을 하고 쓴 책인 것 같다. 너무 불편한 진실만 늘어놓다보니 조금은 껄끄럽고 어조가 한쪽으로 치우친 느낌도 있다. 하지만 책의 제목에 걸맞은 톤의 이야기들이다. 나는 우리네 삶이라는 것은 여유로움과 구차함을 씨실과 날실삼아 적절하게 균형을 이루어 짠 직물과 같다는 생각이다. 두 부분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배제하고는 우리네 삶이 살아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저자의 용기로 인해 화려한 조선왕조라는 이름하에 감춰진 아픔들이 빛 속으로 걸어 나와 억울한 원혼의 씻김굿을 할 기회를 얻은 것 같다. 조선 역사속의 아픔조각들을 마주하고 나니 현재의 우리의 삶이, 그 아픔들을 이겨내고 이어져온 우리의 생이 더욱 소중한 그리고 경이롭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