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4학년때 얼굴에 화상을 입은 일이 있었습니다. 커다란 성냥통에 불붙은 성냥을 떨어뜨렸는데 화들짝 놀라서 그만 입으로 훅 불다가 성냥머리에 일제히 불이 붙으며 순간 불길이 높게 치솟았고 뒷 머리까지 홀라당 그슬렸죠. 엄마께 혼날것이 두려워 저도 모르게 방문뒤에 숨었더랍니다. 엄마께서는 여러 번 불러도 대답이 없으니까 화가 나서 제게 오셨다가 놀라셨어요. 그슬린 머리를 빗으로 빗겨내고 얼굴에 바셀린을 발라주시고는 바로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엄마께서 택시타고 가자고 하셨지만 택시비 비싸니까 버스타도 된다고 버스타고 가자고 했죠. 부러 더 신경써서 옷을 잘 입고 나섰는데도 길을 걷자 사람들이 절 흘끔거리더군요. 버스에 올라타 앉아있는데 나중에 탄 꼬마애가 절 보더니 엄마 무서워라며 자기 엄마에게 착 달라붙었습니다. 내 얼굴이 그리 흉측한가? 했더랬죠. 그 후 한달동안을 학교를 쉬어야 했습니다. 세수도 못하고 꼬박꼬박 약을 발라줘야했고 집밖으로는 나갈 수도 없었습니다.
지선씨의 3도 화상은 정말이지 상상할 수 없습니다. 치료과정을 그것도 인격적으로도 힘든상황의 치료과정을 그렇게 감내해가며 밝은 모습을 보이면서 이겨낸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입니다. 그녀 자신의 문제가 가장 컸으니까요. 우리 가족이라면 과연 저랬을까? 라는 생각이 끼어들 여지조차 없었습니다. 기껏 제가 짐작할 수 있는 것은 어린시절의 일을 통해 사람들이 너 그러고 어떻게 살래? 하는 눈빛정도였달까요.
이 책은 예전에 출간 되었던 <지선아 사랑해>와 <오늘도 행복합니다> 을 합친 개정판입니다만 그냥 합친것이 아니라 또 그만큼 지난 시간동안의 지선씨의 이야기들과 지금 바라보는 생각들이 함께 들어있는 개정판입니다.
이미 예전 출간책을 읽었다고 제가 방심했었나 봅니다. 이 책을 집이 아닌 밖에서 읽었습니다. 특히 사람많은 지하철, 버스안에서 읽으면서 안간힘을 써야했습니다. 울지 않으려고요. 그렇지만 지선씨가 불쌍해서 운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녀의 현실을 통해 우리의 현실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어서 화가나서, 또 그녀의 용기에 눈물이 쑤욱 치받쳐 올랐습니다. 그럼에도 손에서 놓을수가 없어서 금새 읽었습니다.
이미 많은 매체를 통해 이지선이란 사람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있지만 그녀가 어떻게 힘든 과정을 거쳤는지를 알기란 쉽지만은 않습니다. 단순히 가족의 사랑과 신앙의 힘으로 극복했다고 간단히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지선씨도 평범한 사람들처럼 많은 것에 상처받고 움츠러들었던 마음을 이겨낸 과정을 보며 다시금 지선씨를 통해 희망과 용기를 얻습니다. 여기서 희망이란 말, 용기란 말을 쓴다는게 흔한 말이라 안타까움이 드는건 그녀를 표현하기에 너무 가벼운 말같아서일겁니다.
지선아 사랑해는 언뜻 떠올리는 상투적임이 하나도 들어있지 않은 책입니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의 도움도 있었다지만 본인의 용기가 가장 컸던 사람이기도하고 그녀 자신이 결코 난 남들과 다르게 이렇게 힘든 삶을 살았어 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이지 몹시도 담담하기까지 한 밝은 모습을 보여주어 읽으면서 안타까움같은 동정의 마음이 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선씨에게 안됐다는 눈길을 보내기 이전에 그녀에게 받는 것이 너무도 크거든요.
시간의 지남에도 더 나아지지 않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이지만 지선씨는 큰 일을 지금도 겪고 시야가 넓은 사람답게 2010년 지금 또 많은 것을 담고 생각하는 시선으로 다시, 하지만 새롭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단순히 신체 멀쩡하고 그보다 더한 어려움을 겪는 처지도 아니니 불평하지 말아라 하는 것이 아닌 사람이 극한에서 보여주는 굳은 심지와 유머를 잃지않는 모습을 통해 감동과 현재의 나를 되돌아 보게 만드는 책입니다. 성녀처럼 무조건적으로 애초부터 남들과 다른 특별한 사람으로 보이게 만드는 책도 아닙니다. 그래서 그녀가 아름다워 보입니다.
지선씨는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희망이 무엇인지 사랑이 무엇인지 용기가 무엇인지를 가르쳐 주는 사람입니다. 이 시대 이런 완소녀가 또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지선씨 고맙고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