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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타의 일

[도서] 마르타의 일

박서련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오랜 기간 [마르타의 일]을 인생 소설로 뽑았다. 이번 기회에 다시 읽어보며 다시금 왜 이 소설을 인상깊게 읽었는지 깨달았다.

나 자신이 소름끼치고 이해가 안가는 순간이 있다. 가까운 사람이 죽고 난 후 장례식장에 있던 3일간의 기억이 꽤 오랫동안 나를 이따금씩 괴롭혔다. 분명히 나는 슬퍼하는 중인데, 그 이면에 스치던 많은 생각들이 나 자신도 이해할 수 없고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왜 이 상황에 집중하지 못했는지에 대해 그 순간은 물론이고 이후에도 밤마다 나를 그 날 그 장소로 데려다놓았다. 특히, 18년도에 우울증으로 힘든 순간이 오자 나를 가장 괴롭히는 기억으로 날카롭게 쏟아졌다.

그런데 이후 마르타의 일을 읽으며 경아의 행동을 따라가게 되면서 너무나 큰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수아가 죽은 후 경아가 수아의 죽음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에서의 경아의 현실감각이 나에게는 위로로 다가왔다. 멀리서 보니 경아를, 그리고 나를 이해할 수 있었다. 심지어는 폭행을 당하는 순간조차도 다음주에 있을 면접 걱정에 얼굴을 가리는 경아, 수아의 죽음을 깨닫고 복수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다가서는 순간순간에도 올해 있을 면접을 착실히 시간을 쪼개가며 준비하는 경아. 그런 경아를 보면서 내가 이상한게 아니라, 그냥 그런 사람도 있는거였구나하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래서 체공녀 강주룡을 봤을 때 그저 책 좋다라는 감상을 넘어서 박서련 작가에 대한 궁금증이 쏟아졌다. 물론 이후의 더셜리클럽을 읽으며 약간의 실망 아닌 실망을 하긴했지만, 여전히 좋아하는 작가이다. 나도 모르는 내 자신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줬으며, 정말 인생의 안정을 찾아가는 데에 도움이 많이 되었다. 감사할 따름이다.

특히나 이 책을 처음 읽고 난 후 약 3년의 시간동안 아직도 내 인생의 글귀로 남아있는 어구가 있다. “내가 행복하다는 사실이 치가 떨릴 때도 있었다. 굳이 그 행복을 반납하려 애쓰지는 않았으면서도 그랬다.”라는 문장인데, 이 문장이 어떤 큰 상실을 겪은 이들의 죄책감과 경아와 같은 성격의 사람들의 심리를 잘 반영해주는 것 같다. 맞아 행복하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단어 그대로 치가 떨릴 때가 있다. 물론 그 감정에 빠져들면서 바닥을 파지는 않지만 절실하게 깨닫는 순간들이 다가온다. 오히려 그런 깨달음을 피하고 싶어서 행복하지 않고 싶을 때가 있다. 시간이 약인지 그런 순간 조차도 멀어진다. 경아는 그런 순간들에서 충분히 멀어졌을까?

마지막 결말에서 신발을 보낸 사람이 그 남자일거라고 확신하고 있다. 경아를 복수의 순간으로 몰아넣었던 그 사람이 신발을 보냈듯이 수아를 잊지 못하도록 경아에서 종종 경고를 보내지는 않았을까 걱정된다. 경아가 행복하다는 사실에 치가 떨리는 기분을 느끼지 않는 날을 보냈으면 한다.

경아에게 너무 집중해서 수아에 집중하지 못했었다. 수아의 인생이 너무 현실적이라 슬펐고, 수아가 착해서 슬펐으며, 수아가 미련해서 슬펐다. , 책을 읽으며 경아를 놓아주지 않는 수아의 죽음에 조금 짜증이 난 내 자신을 알아서 수아에게 미안했다.

 

- 사람을 죽이는 것보다는 중등교사 임용시험 공부가 훨씬 쉬워야지

- 고마워. 다들 쓰레기라 정말 도움이 됐어

- 내가 행복하다는 사실이 치가 떨릴 때도 있었다. 굳이 그 행복을 반납하려 애쓰지는 않았으면서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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