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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크와 맥주

[도서] 케이크와 맥주

서머싯 몸 저/황소연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소설 속의 어셴든은 십대시절, 드리필드가 유명한 작가가 되기 전부터 그와 그녀의 첫번째 아내인 로지와 자주 어울렸다. 드리필드의 전기를 쓰는 친구인 엘로이 키어는 이러한 배경을 알게 되어 그가 유명해지기 이전의 정보에 대해 제공하기를 요청 받는다. 케이크와 맥주에서 화자는 내내 주인공인 어셴든이지만 실질적인 주인공은 로지이다. 어셴든은 로지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로지는 "천성이 정이 많은 여자며 누군가를 좋아하면 그 남자와 잠자리를 하는 것이 그녀에게는 상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 서술에서 알 수 있듯이 어떤 입장에서 보면 한없이 가벼우며 진실된 여자였다.

 

이 소설의 제목을 생각해보면 이 책의 내용은 살짝 유추해볼 수 있다. 평이한 짝인 케이크와 와인이나 감자튀김과 맥주가 아니라 케이크와 맥주인 이유는 깊은 고민보다는 현재의 유희와 유흥으로, 혹은 의 기준에서의 선호도로만 선택하는 충동성과 이기심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충동성과 이기심이 나쁘다고만 말할 수 있을까? 특정한 기준에서 만들어진 도덕적 잣대를 가지고 들이밀며 강요했던 사람들도 어찌보면 이기적인 것 아닐까? 로지와 같은 천성의 사람에게 도덕적 굴레를(심지어 본성도 아닌 성격의) 덮어씌어온 남성사회에 대한 재판단도 필요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책을 읽고, 몇년 전에 봤던 '졸업'이라는 영화를 떠올렸다. 충동적인 경향이 짙어질 때쯤이면 항상 생각하는 영화인데, '케이크와 맥주'는 소설 버전이자, 긍정 버전의 졸업같다. 내 버전으로 하자면 위스키와 굴 정도로 번역해볼 수 있다.

 

육체적 쾌락과 정신적 쾌락, 그리고 도덕에 대해 궁금해하던 때가 있었다. 오랜 기간 고민해봤지만 가벼웠던 탓인지 물음표만 띄웠었는데, 이 책을 읽으니 어쩐지 정리가 되는 기분이다. 어떤 쾌락이든 긍정인지 부정인지는 당사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다. 주인공이 과거에 느꼈던 불안한 쾌락을 현재 시점에서 하나의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었던 것처럼. , 문득문득 들었던 불안정했던 삶에 대한 아련한 감정이 남는 것에 대해 어셴던에게서 위로를 받을 수도 있었다.

 

어셴던이 로지에 대해 내렸던 평가와 벤자민과 엘레인이 도망치며 지었던 표정은 매우 상반된 듯 같은 인상으로 오랜 기간 마음에 남아있을 듯 싶다.

 

타락과 쾌락에 대해 다룰 것 같던 내용과는 다르게 아름다운 문장들이 즐비해있었다.

"연한색의 작은 두 눈은 꽃송이처럼 보드라웠고 행동거지는 여름비만큼이나 보드라웠다."

아름다움은 심미적 본능을 만족시킨다. 하지만 대체 누가 만족하기를 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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