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의 목장이 배경인 ‘생쥐와 인간’은 레니와 조지라는, 육체나 성격이 모두 상반되는 두 노동자를 주인공으로 하여 꿈과 우정을 따뜻하게 묘사한 애수에 넘치는 작품이라고 소개되고 있다. 이 둘은 어릴 적부터 친구사이로, 의도하지는 않았으나 마을에서 문제를 일으킨 레니 때문에 함께 북쪽에서 새출발을 하러 떠난 ‘이주민’이다. 이들은 꿈과 희망을 안고 한 농장에 도착하여 노동을 하는데, 이 곳에서 레니를 괴롭히는 컬리와 레니와 감정을 교류하게 되는 컬리의 아내, 마지막으로 같은 노동자인 캔디를 만났다. 특히 캔디는 조지와 레니와 함께 미래를 구체적으로 그리며 생활을 하지만, 결국 레니는 그전과 같은 실수를 범하고 이번에는 컬리의 아내를 해하게 된다.
자신을 감당하지 못하고 반복적으로 욕구를 풀어내며 누군가를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해한 레니를 결국 조지가 죽이면서 이 소설이 끝난다. 대공황 시절을 배경으로 하며, 이주노동자라는 그들의 처지로 조지와 레니는 항상 서로를 의지하며 살았지만 이런 결말을 맞이하게 되어 당혹스러웠다. 모두 레니를 좋아하지만 그를 죽이는 것에 적극적으로 반대하지 않는 사람들... 이렇게 레니뿐만 아니라 조지와 캔디의 꿈과 희망도 좌절을 맞이한다.
더 슬픈 것은 그들의 꿈이 굉장히 구체적이었다는 점이다. 분노의 포도를 읽으면서 존 스타인벡의 묘사력에 감탄과 경악을 금치못했었는데, 생쥐와 인간에서는 그의 묘사력이 단순히 묘사뿐만 아니라 결말의 비극을 더욱 구체화하는 장치로 활용되었다. 꿈과 우정을 따듯하게 묘사했다는 줄거리로도 한층 배신감이 더해지기도 했다. 어쨌든, 대공황시대라는 배경속에서 서로를 의지하던 두 사람에게 닥친 비극과 서로를 견제하며 살아간 삶은 어땠을까? 우정과 한편의 불안을 안고 레니를 지켜봤을 조지의 고통을 생각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