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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투를 빈다

[도서] 건투를 빈다

김어준 저/현태준 일러스트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 수 많은 선택의 연속인 인생. 그 결과의 누적분이 바로 나.

 

 
  도서관에서 한겨레 21의 목차를 보다, 1년 전 번역강좌를 들었던 교수님의 인터뷰를 보게 되었다. 인터뷰를 읽고, 오랜만에 안부와 함께 교수님께 메일을 쓰고, 그 분의 답장을 받았다. 안부 인사를 쓰면서, 불확실한 내 인생에서 내가 정말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되었고, 긴 시간 내가 이루기 힘들다 생각했던 일들이, 그분 역시 일상의 우연속에서, 선택을 했고, 그 선택의 꾸준함 속에서 자신의 길을 선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편지를 쓰면서, 내년 1월까지 해야 할 일을 결심했다. 한겨레 21을 보지 않았더라면, 인터뷰를 읽지 않았더라면, 메일을 쓰지 않았더라면, 답장을 확인하지 않았더라면, 등등 세심하게 신경써서 돌아보지 않는 이상, 인생의 많은 선택들은 습관과 그때의 기분에 의해 결정되는 일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결국 인생은 수많은 선택의 인생이고, 그 수많은 틈새의 우연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지금의 내가 만들어졌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만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지려 애쓴다. 순간 우연과 가끔 찾아오는 축복에서 느껴지는 '기쁨'이 아닌, 오랜동안 흔들리지 않는 마음의 지속적인 기쁨을 의미하는 행복을 꿈꾼다. 삶은 늘 불확실하다. 구름이 모이면, 비가 내리고, 겨울이 되면 눈이 내릴거라고 짐작하지만, 당장 내리는 소나기에 허둥되는 포즈, 그 포즈가 인생의 한 단면이라 생각한다. 결국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알아야 하고, 내가 누군지 알려면, '마음속의 나'와 '내가 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나'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손가락받을 수 있는 습성, 못난 마음, 보잘것 없는 부분까지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인정하게 되는 일이라는 걸 저자의 답변을 통해 배웠다.

 

  94개의 질의문답과 20개의 칼럼에서 작가의 인생에 대한 관점이 담겨있다. 부모에게 의지하고, 사랑에 어쩔줄 몰라하며, 회사와 직장, 친구 등 삶의 관계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모르는 그에게 찾아오는 질문들에 저자는 친절하고 상냥한 답변이 아닌, 거칠지만 날카로운 답변으로 정신을 번쩍 들게 한다.

 

 

# 인생은 길지 않다. 짧은 인생, 삶의 주인은 너, 자신이 되어야 한다.

 


   저녁 뉴스에 2007년 신생아의 기대수명이 80에 가깝다는 보도를 들었다. 앞으로 자라나는 아이들은 20살이 되고 난 후 60년은 충분히 살 수 있다는 말일 것이다. 태어나면서 시작되는 노화,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어가기 시작한다. 어려서는 부모가 원하는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살고, 연애를 하면서는 연인의 눈치를 보고, 결혼을 하고나서는 가족들에게 눈치보면서 사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계속되는 애정섞인 간섭들이 도가 지나치게 되면, 아이는 어른이 될 나이에서도, 자신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타인에게 우물쭈물, 시간에게 그 결정권을 넘겨버리고 만다. 도덕과 엄숙, 권위와 정반대인 품위 없지만 자신의 욕망에 솔직하고, 비장하지 않은 근대적 자아에 가까운 양아치가 되자고 주장한다. 

  백여 개가 넘는 이야기들을 종합해 보면, 먼저 자신의 경향성, 내가 어떤 걸 좋아하고, 어떤 부분은 부족한지, 객관적으로 자신을 인식하고, 못난 자신도 받아들이게 되는 객관화 하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소크라테스가 말한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이 자꾸 떠올랐다.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게 되면, 삶에서 예기치 못하게 다가오는 선택의 순간에서도, 어떤 선택을 했을 때 자신이 더 잘 견딜 수 있는지, 파악할 수 있고, 선택을 했으면, 그 선택을 했을 때의 위험, 리스크 까지 받아들여야 진정한 어른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부모의 기대와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자신의 삶을 허비하는 일이야 말로, 허망한 일이 없다는 말, 규범과 윤리에 얽매이기 보다, 자존감을 가진, 어른이 되어, 스스로의 삶을 선택하고 생활하고, 그 선택의 결과를 받아들이는 인생을 살 것을 권유한다. 국가가, 지역사회가 보호해주지 못하고 가정이 마지노선이 되어버려, 서로 끈끈하다못해 간섭을 당연하게 여기는 관계에 매이다 보면, 관계의 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말에 공감이 갔다. 결국 내가 선택해서, 그 결과까지 내가 떠안는 일, 가족과 지인들이 조언은 해 줄 수 있지만, 그 결정은 스스로 해야 한다는 말에 공감이 갔다. 바꿔 말하면, 가족과 애인, 타인의 기대 등에 빠져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있더라도 도전하지 못하고, 결정하지 못하는 일이 많다는 한국사회의 단면을 본 느낌이다. 

 

  종교를 가지고 있어, 삶의 불확실성은 '그분'이나 '절대적 존재'에게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생각하는 이에게는 이 책은 필요가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삶의 불확실성에 대한 선택을 어떤 존재가 대신 해 주는 것이 아니라, 내 스스로 선택하고 그 나쁜 결과까지 감당하겠다는 자기결정권을 강조한다. 개인적으로 보기에, 성에 대한 보수적인 생각이 강해, '혼전순결'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거나, 도덕적이고, 의지하면서 사는 관계를 좋아하는 이에게는 불편한 내용이 많을거라 생각한다. 하나의 질문만 읽어도 저자의 개성이 확연히 드러나기에 각 장별로 한 두 개 질문을 살펴보고, 마음에 든다면, 그때 구입을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힘든 경제상황에 놓여있지만, 돈을 벌어야 한다며, 추궁하지 않고, 묵묵히 기다려 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결국 내 인생은 내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점을, 부모님은 인내와 사랑으로 행동으로 보여주셨다는 걸 책을 통해 새삼 떠올리게 되었다. 공부 열심히 하라는 말보다, 건강하게, 다른 사람에게 피해주지 않고, '스스로 선택' 할 수 있게 지켜서 감사드린다. 삶은 비정규직이고, 불안하기에 안정된 직장과 삶이 더 절실해지지만, 결국 인생은 비정규직이라는 점을 마음에 새기게 되었다. 내가 하고 싶은 목표에 구체적으로 도달할 수 있게, 열심히 노력해 봐야 겠다. 하면 된다. 아니면 말고! 이 마음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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