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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1학년 순대국집 에서 떡볶이집에서  이제 또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하게 된 나는 3번째 지역탐방 ? 학교탐방?을 하게 되었다.

산동네라 불리는 우리집에서 학교는 걸어서 30분 거리에 있다.

급식이 시행되는 초기였는데 이학교는 벌써부터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나를 포함해서 3명을 빼고 급식을 하는지라 점심시간의 주류는 그들이었다.

왜냐면 어디 식당에 가서 먹는게 아니고 급식반이 교실로 와서 배식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책상에 앉아있는 나는 앞을 향해 보고 있기 때문에 그들이 

생생히 보인다. 메뉴까지도.....

식판을 들고 줄서서 배급받는 모습,줄서면서 킥킥대고 장난치는 모습,식판부딪히는소리,

사실 메뉴는 배식두시간 전부터 알수있다. 교실로 바람타고 음식의 향기가 사뿐히 걸어오니까

급식하는 아이와 나처럼 안하는 아이    차이를 문득 생각해봤다.

이곳은 너무 비싸고 고급진 동네구나. 내가 사는 산동네와는 다르기 때문이야

(그때 나는 경제관념이 없었다)

그렇게  몇개월이 지났을까

어느날 선생님은 나를 앞으로 나오라고 하더니 친구들에게 몇마디를 했다.

그게 무슨말이었는지 기억이 안난다. 친구를 돕자 뭐 이런 취지의 말이었던거 같다.

그리고 다음날 나는 하교길에 반친구들이 선물로 제각각 준비해서 준 학용품 폭탄을 맞았다.

공책수십권,연필깍기,필통여러개,지우개,색연필,필통연필셑트,이동네아이들만신는실내화,신주머니

,물감,스케치북,팔토시...

너무나 많은 것들이 눈앞에 쌓였다.

나는 그렇게 많은 선물을 한번에 받아본 기억이 없다.

 이 모든게 정말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너무 벅차고 감격스러웠다.

아마 박수치고 내가 " 고맙습니다 "라고 마무리 한거 같다.

그리곤 그 작은 아이가 그 무거운 학용픔 보따리를 한번에 집에 가져가겠다고 

들쳐안고 30분 거리의 집으로 걷기시작했다.

무척 긴 거리였다. 기쁨만으로 감당할수 있는 거리가 아니었다. 

참으로 미련하지 않은가 이 꼬마는 

중간에 쉬고 놓쳐서 줍고 다시 추스리고 지쳐 집에 만신창이로 도착했다.

그리곤 바로 쓰러져 낮잠을 잔거 같다. 부시럭거리는 소리에 눈을 뜨니 동생이 

신데렐라가 그려진 양쪽 자석필통을 뜯고 있었다.

나는 얼른 낚아 챘다. 이거 다 선물받은거란말야  동생은 울기시작했고 

난 신경쓸 겨를 없이 금은보화같은 내 학용품들을 끌어안았다.

엄마와 언니들이 차례로 들여다 보곤 뭐냐고 묻는다. 

응 내 선물  그러자 나눠서 쓰면 되겠네 잘됐네 한다.

나는 아직은 그럴 생각이 없다. 선물준 사람 성의도 있고 ..

그리고 플렉스를 시작했다.  

새신주머니에 새실내화를 넣는다.

필통연필셑트를 뜯어 연필깎이로 연필을 깎아 채워 넣는다.

새 지우개도 넣는다. 서비스로 반지도 있다. 

깍뚜기,받아쓰기 공책도 새것으로 교체한다.

일기장도 교체한다.

오늘 새 학용품냄새에 취해 잠들것이다..

다음날 등교길은 폴짝 폴짝 가볍고 설렌다.

나도 이제 곧 급식도 할수 있을거 같다.

자리에 앉아 수업을 시작한다. 아직도 내 둘레는 온통 새 

학용품냄새로 신선함이 가득하다. 

쉬는 시간 뒷줄 남자아이가 말한다.

아 그필통셑트 내가 준건데. 라고 얘기 한다. 그러곤 좋지?묻는다.

응  또 한아이가 다가온다. 신주머니 이쁘지? 라고 묻는다. 응 

또 한 여자얘가 묻는다. 실내화 잘맞네. 응.  나는 좀 어리둥절하다.

이런관심은 처음이고 모두들 자기선물이 무엇이었는지 고해하는 시간인가?

그렇다면 그 선물이 소진될때 까지 이 질문에 답해야 하나?

그렇게 쉬는 시간이 지났고 이후 수업은 계속되고 마지막 쉬는시간

나는 화장실을 달려갔다. 볼일을 보는데 우리반 여자아이 

둘이서 화장실을 나서며 복도에서 하는 대화소리가 들린다. 

내 짝꿍이름이 나오기에 잠시 좌변기 물내리기를 보류한다.

민석이가 걔한테 신데렐라자석 필통 선물했대 

진짜?너 생일때 초대했을때 그거 갖고싶다고 했었잖아

기분나빠  다음달엔 꼭 짝꿍 바꾸자고 할꺼야

나는 물을 내렸다.

오늘 마지막 수업이고 일기장 검사하는 날이다.

나는 새일기장에 아주 글씨도 정성껏 적었다.

내가 봐도 내 글씨는 이뻤다. 선생님도 칭찬해주셨고 참잘했어요 

도장이 찍혔다. 내 짝 민석이는 보기에도 꽤나 귀티가 흐르는 아이였다.

말수도 적고 가끔 미소만 지었다. 나도 말수가 없는터라 별로 대화 할

일이 없었다. 하지만 그 아이의 그 귀티와 우와함은 매력적이었다.

마침 민석이도 일기장 숙제를 검사받는데 

나는 그리 자세히 들여다 보지 않는데 연필을 오른쪽에 떨어뜨리는 

바람에 한참고개가 오른쪽으로 치우쳐 손으로는 연필을 찾고 눈으로는 

민석이의 일기장에 가닿게 되었다.

그런데 낯익은 단어가 눈에 뛰었다.  신데렐라자석필통 그리고  몇줄내려가

불우한 친구돕기    나의짝 이라는 단어  ......

나는 연필을 얼른줍곤 필통에 넣었다. 하교 채비를 하기 위해서다.

근데 막 얼굴이 빨개지고 가슴이 메였다.

갑자기 눈물이 복받치려 하는데 애써 꾹누른다.

드디어 종이 울렸다. 나는 참는다. 또 참는다. 횡단보도를 건넌다. 

걸음을 재촉하는데 뭔가 발에 밟힌다. 내려다본다.

동시에 참던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건 어제 내가 선물이라고 기쁘게 들고 가던것들중의 하나 

학용품선물 보따리중에 속해 있던 지우개임에 틀림없었다.

나에게 반친구들이 준 선물은 '불우한 학우를 도웁시다' 라는 캠페인을 야심차게 준비한 

담임선생님의  제 1호 사례였던 것이다.

선생님과 모든친구가 나에게 불우한 이라는 멍에를 씌워주고 세례를 받은

느낌이었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불우한 호사를 누렸다.

집에가서 나는 모든것들을 나누었다. 언니와 동생과 

그리고 어제 가방에 넣었던 필통셑트도 집에 두고 동생보고

쓰라했다. 다시 예전것들로 채워넣었다.

그래 이런거구나. 불우하다는거. 급식을못하는거 산동네에 산다는거 

이렇게는 살지 않겠다. 시시하게 살지 않겠다. 

남을 돕는다고 하지만 상처만 주는일은  하지 않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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