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알겠어? 언젠가는 내가 다시 행복해질 수 있을지.
정말 누가 알겠어? _p.593 『레 망다랭 2』
1944년 8월 25일 파리가 나치 독일로부터 해방되던 날. 등장인물들은 가난과 전쟁으로 물든 4년간의 암울했던 나치 점령이 끝난 프랑스에서 격정적 시기를 맞이한다. 작가는 전쟁 후의 분위기에 혼란스럽고 복잡해진 작가와 지식인들의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냈다. 책에는 제2차 세계대전 후 다시 행복해지고 싶은 사람들이 경험한 뜨거운 여름날의 기억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전쟁이 끝난 뒤의 세상은 달과 같은 고요 속에 잠긴 침울한 농담 같다. 혼란스러운 시대에 정치와 이념은 개인의 행복과 맞은편에 놓인다. 긴 터널을 벗어나 자신을 돌보아야 할 때를 마주한 인물들은 저마다 삶을 살아가기 위해 애쓴다.
☆오래된 가치들, 즉 진리나 자유, 개인의 도덕,
문학, 사상에는 어떤 의미가, 또 어떤 기회가
아직 남아 있는 것일까? _p.352 『레 망다랭 1』
사회와 세계가 붕괴된 곳에서 살아남은 이들은 각자의 자리를 찾아 헤맨다. 전쟁의 생존자들은 근원을 알 수 없는 불안함으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게 힘들다. 모든 것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공포와 슬픔은 무관심과 시간으로 서서히 부식된 폐허 위를 감도는 침묵처럼 무겁다.
3인칭과 1인칭 시점을 교차해 시점의 한계를 보완한 작가의 시도가 인상적이다. 작가는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전개되는 앙리의 이야기와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서술된 안의 목소리를 번갈아 들려준다. 1인칭 시점으로 서술된 안의 이야기가 좀 더 가깝게 다가온다. 안의 섬세한 감정과 심리가 드러나는 문장에 작가의 목소리가 겹쳐진다. 작가의 고유한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망원경과 현미경을 번갈아 들여다보는 느낌이 든다.
☆살아남는다는 것, 그건 결국 끊임없이 다시 살기 시작하는 거야.
나는 다시 살기를 원해. _p.455 『레 망다랭 1』
도구의 세계 속에서 기술자처럼 사는 앙리. 《레스푸아》를 창간한 그는 정치의 난장판에 개입하고 싶지 않다. 정치로 자신이 소모될까 두렵고 새로운 책임을 떠안는 게 불안하다. 전쟁이 계속되는 동안 그는 앞으로 다가올 운명을 생각하지 않은 채 소설을 썼다. 그는 전쟁 전의 삶을 되찾고 새로운 활동을 하면서 삶을 풍요롭게 만들 계획을 세웠다. 여유를 원하고 무엇보다 나 자신의 주인으로 남아 있고 싶어 한다.
뒤브뢰유의 아내이자 정신과 의사인 안. 과거 속에서 쉴 수 없는 생존자들이 안의 진료실에 찾아온다. 안은 상처받은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하지만 정작 본인은 전쟁에 휩쓸린 개개인의 보잘것없는 죽음에 괴로워 잠들지 못한다. 뉴욕에서 열린 정신분석학회에 초대되어 미국을 방문해 운명적 사랑을 만난다.
☆'도대체 나는 누구지? 나는 어떤 가치가 있지?'
_p.150 『레 망다랭 2』
솔직히 말해서 1,2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압박에 자꾸만 시작을 미뤘다. 들고 다니며 읽기에는 부담스러워서 하루를 마친 저녁에 잠들기 전까지 책을 읽었다. 하루하루 시간이 더해져 어느새 그러한 일상에 익숙해졌다. 책장을 넘길수록 아직 뒷이야기가 남아 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작가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문학의 역할은 무엇인지, 예술과 정치, 개인의 행복과 자유에 관해 다양한 질문을 건넨다. 저자가 글을 쓰며 쏟아부은 애씀의 시간을 상상하게 한다. 방지턱처럼 마음이 걸려 덜컹거리는 문장을 만나면 속도를 줄이고 잠시 멈춰서 천천히 곱씹었다. 갑자기 밀려드는 감정의 물결에 자주 마음이 일렁였다.
멈추지 말고 소설 속으로 더 깊숙이 들어와요. 작가의 배려인 듯 지치지 않고 끝까지 읽을 수 있게 애정씬이 중간중간 표지판처럼 나온다. 긴 호흡의 벽돌 책을 읽으며 함께한 물리적 시간만큼 낯설었던 인물과도 점차 가까워졌다. 읽는 동안 흘러간 계절처럼 마음 풍경이 달라졌다.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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