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독서모임 책은 『다정한 서술자』. 올가 토카르추크도, 폴란드 문학도 생소했지만 레게 머리를 하고 활짝 웃은 그녀를 보며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올 거라 추측했다. 저자의 에세이와 강연이 여러 편 실려있어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게다가 우리 SooP은 비슷하면서도 다르기에 더 재미있는 대화를 할 수 있어 더 유의미했던 시간!
∥몰이해를 통한 해방
“오해라는 건 대체로 맥락에 대한 무지로 인해 겪는 외로움이자 일종의 거리감을 의미한다. 또한 가장 본질적이면서 가장 수치스러운 내향성의 유형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우리는 뭔가를 이해하지 못할 때 부끄러움을 느끼기 때문이다.(86~7p)
“하지만 어느 순간 몰이해가 해방의 경험으로 바뀌기도 하는데, 주로 우리가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났을 때 그런 경험을 맛보게 된다. 모든 것이 낯설고, 이질적이고, 새롭고, 이해하기 힘든, 완전한 미지의 장소에서 말이다.(87p)”
사람들이 너무 상대방을 이해하려 하고 자신이 이해한 틀로 바라보려 한다고 생각했다. 대표적인 예가 MBTI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매 순간 변하는데 그 모습을 받아들이기보다 자신이 만들어 낸 이해의 틀에 따라 판단하는 거 같다. 나도 그렇고, 사람들도.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상대방을 그때마다 마주하며 느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문학의 힘
“내게 문학이란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직조하는 끊임없는 과정이다. 상호 간의 영향과 연결이라는 통합적 관점으로 세상을 조망하는 에너지가 문학만큼 강렬한 장르는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39p)”
“인터넷과 네트워크는 급격히 발달했지만 사람들 간의 상호 이해와 연대의 고리는 오히려 느슨해져 버린 역설적인 현실 속에서 우리가 그나마 버텨 낼 수 있는 것은 문학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문학으로 인해 우리는 타자의 행동의 동기를 이해하고, 타자에게 공감하고, 나아가 타자와 나를 동일시할 수 있게 된다.(369p)”
“우리가 매 순간 책을 펼칠 때마다 놀라운 기적이 일어난다. 독서를 통해 잠시나마 타자의 삶을 살아 본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폭넓은 인식을 갖게 되고, 새로운 대안의 세계를 일구는 창의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370p)”
문학은 왜 존재해야 할까. 타인이 되어 볼 수 있는 가장 쉬운 접근법은 바로 문학이라 생각한다. 개인주의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사회에서 강조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기계발서, 경제서가 무의미한 건 아니지만 나의 안위를 넘어서 타자까지 고려할 수 있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고 이를 위해 더 많은 사람이 문학을 읽길 바랐다.
∥연결되기
“세상이 죽어 가는데 우리는 심지어 알아차리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또한 세상이 사물과 사건의 집합체로서 점점 활기를 상실한 공간으로 변해 가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속에서 우리는 길을 잃고 외롭게 헤매면서, 다른 누군가가 내린 결정에 이리저리 휘둘리고, 이해할 수 없는 운명에 속박당한 채 역사 또는 우연이라는 명목하에 거대한 세력의 장난감으로 전락하는 중입니다.”
“모든 것을 본다는 것은 존재하는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하나의 전체로 결합된다는 궁극적인 사실을 인정한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모든 것을 본다는 것은 세상에 대해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책임을 통감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이곳'에서 이루어지는 개별적인 행위들이 '저곳'에서 벌어지는 다른 행위들과 서로 연결되어 있고 세계의 어떤 지역에서 내린 결정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당연히 받아들인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새해 다짐이 ‘고여있지 않기’였다. 이 말의 나에게만 고여있지 말자는 거다. 내 감정, 내 상황 등 ‘나’에 대한 시각으로만 보지 않고 더 너머의 것을 계속해서 보고 싶었다. 사람, 동물, 식물, 그 외의 모든 것을 연결 지어 생각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