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부수는 말』은 예술사회학자 이라영이 여러 화두와 관련된 언어를 권력과 저항으로 나눠 분석한다. 통, 노동, 시간, 나이 듦, 색깔, 억울함, 망언, 증언, 광주/여성/증언, 세대, 인권, 퀴어, 혐오, 여성, 여성 노동자, 피해, 동물, 몸, 지방, 권력 그리고 아름다움에 대한 담론까지. 우리는 숨 쉬듯이 언어를 사용하지만, 그 속에 어떤 권력이 숨어있는지, 무심코 뱉은 말에 어떤 차별이 내재하여 있는지 모른다. 책을 읽어 내려가면 우리의 언어가 평등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발췌>
정확하게 말하려고 애쓴다는 것은 정확하게 보려는 것, 정확하게 인식하려는 것, 권력이 정해준 언어에 의구심을 품는다는 뜻이다. 권력이 저항의 언어를 항장 진압하는 이유다. 9p
반면 시간의 주체가 되지 못하는 여성의 경우 삶의 맥락이 뚝뚝 끊긴다. '경력단절'은 여성의 경제 활동만이 아니라 개인의 서사마저 단절시켜 언젠가부터 대부분의 여성은 '어머니'가 된다. 69p
미래에 '~한 할머니'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현재 여성 노인 빈곤에 대한 불안을 보여준다. 73p
나는 아닌데, 왜 나를 의심하냐며 몹시 분노하고 억울해한다. 이런 억울함은 굳이 밝히려 할 필요가 없다. 그런 감정은 자신의 위치가 만들어낸 권력을 외면하는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111p
정언이 인권운동이 되는 순간이다. 누구의 언어로 누구의 기억을 따라갈 것인가. 144p
이처럼 'OO세대'를 가리키는 말은 사실상 계층, 인종, 지역, 젠더를 교차시켜보면 정확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럼에도 마치 보편적인 세대를 아우르는 말처럼 쓰이곤 한다. 161p
환대는 구별이 아니라 경계선 흐리기이다. 194p
언어는 사회를 담는다. 그렇기에 권력도 반영되어 있다. 누군가는 말할 기회가 너무 많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지만, 누군가는 말할 기회가 없고 자신의 고통을 호소할 언어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권력자는 자신의 언어로 사실을 뭉개버린다. 다만 모두 양쪽의 위치를 오가는 언어생활을 한다. 모두가 권력의 주체일 수 있으며 피해자일 수 있다. 어떤 언어를 쓸지, 들을지를 선택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