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가 막히게 내 생각이 틀려버렸다. 나는 사피엔스를 읽으면서 과거부터 현재까지를 나름의 주장으로 정리하면서 저자의 의견도 주장했다고 보고 있다. 그 점에서는 나도 일견 동의한다. 우리 인간은 과거를 통해서 배워나가야 할 존재들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미래에 관한 책을 별로 안 좋아한다. 하지만 저자에게 반해서 이 책마저 읽었다. 마치 유발하라리 3부작의 종언 같았다. 그러나 이 책은 미래에 대한 제언이 아니라 현재에 대한 제언이었다. 현재 우리 사회에 나타나는 현상은 이러이러한 것들이니까. 우리가 대처할 방법은 이것이 아닐까? 하고 의견을 제시하기도 하고 단순히 문제만 제시하기도 한다. 모든 면에서 극도로 발달했다고 자부하는 21세기에는 이러한 일들이 문제로 제기될 수도 있다는 식이었다. 총 5부에 걸쳐 21가지의 문제점들을 제시하였다. 마치 21세기와 21가지의 제언. 라임이 맞지 않는가? 이렇게 생각하면 책을 펼친다.
제1부 “기술적 도전”에서는 생명기술과 정보기술이 합쳐지면서 여러 가지의 문제점들이 드러나지 않을까? AI 기술의 많은 발전으로 미래가 더욱 불투명해지는 지경이 이르게 되었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1,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인류는 이제 정치제도에 대한 ‘환멸’을 느끼게 되고,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자유주의마저 환멸을 받게 되면서 AI 혁명으로 인해 미래에 우리의 ‘일’자리를 걱정해야 할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또한, 주변에 많은 빅데이터가 쌓이고 그것을 이용하여 우리를 조종하는 세력으로부터 어떻게 ‘자유’로워 질 수 있을까? 과연 많은 데이터를 가진 자들이 새로운 권력자로 부상하게 될 텐데, 이들로부터 우리는 ‘평등’할 수 있을까? 이러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제시하면서 나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을 했다. 1부는 좀 우울하면서 읽기가 힘들었다. 아주 가까운 앞날을 생각해볼 때 온통 잿빛 미래만 보이는 듯하니까…
제2부 “정치적 도전”부터 조금 읽기에 편했다. 바로 전 지구 차원의 협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갈 길이 보이고, 저자 또한 그러기를 바라는 의도가 보이는 것 같았다. 21세기를 살아가면서 문제점들이 많이 나타나면서 지구인은 ‘공동체’라는 의식을 가지고 공동체로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참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세계에는 하나의 ‘문명’만이 존재할 뿐이라는 그릇된 길로 나아 갈 때 ‘민족주의’라는 거대한 장벽이 인류의 결합을 막는 듯싶다. ‘종교’문제와 ‘이민’문제를 등에 업고서 말이다. 여러 가지로 생각을 요구하는 화두를 던져놓은 듯하다.
제3부 “절망과 희망”을 통해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하는 듯하다. 2부에서 이야기하는 여러 가지 도전들은 전례 없는 것들이고 서로 간의 견해차도 극심하지만, 인류는 그것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앞에서 나열한 도전들 외에 우리에게 ‘테러리즘’이라는 문제가 대두되고 있지만, 이것은 심리적 문제로 해결을 할 수 있다는 간단한 방법론까지 제시하고 있다. 바야흐로 이 책이 쉬워지는 대목이다. ‘당황하지 말라’ 얼마나 간단한 해결책인가? 그러나 테러범이 핵무기를 갖게 된다면 다시 한번 인류에게 절망적인 일이 생기게 되고, 인간의 어리석음으로 인해 ‘전쟁’의 위협에서 절망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인류는 ‘겸손’을 가지고 ‘신’을 섬기면서 희망마저 가질 수가 있게 됐다. 그러면서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여러 개념을 ‘세속주의’라는 이름으로 소개하고 있다.
제4부 “진실” 분야에서는 <세계에 관한 진실을 알고 선전물과 거짓 정보의 희생자가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다음과 같은 주제를 내세우면서 다음 분야로 넘어간다. ‘무지’ ‘정의’ ‘탈진실’ ‘공상과학 소설’… 제5부 ”회복 탄력성“ 분야를 통하여 이 책의 결론을 내리고 있다. ‘교육’ ‘의미’ ‘명상’을 통해 변화를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하여 해결 가능성을 비치고 있는 것 같았다. 예측불허의 21세기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내 곁을 지나가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잡을 수 있는 순발력을 기르는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본기를 확실히 갖추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어떤 분야든지 간에… 기본기가 부족하여 지나가는 기회를 잡다가, 내 중심을 못 잡아 쓰러지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