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가 ‘인류의 역사를 바꾼 가장 지적인 약 이야기’이다. 얼마나 매력적인가? 나는 제목에 혹하여 책을 구입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래도 거의 내용에 만족하며 읽는다. 디자인과 편집 면에서는 불만인 경우가 종종 있지만, 이것은 온라인 구매의 특성이라 생각하고 넘어간다. ‘텐드럭스’- 이번에도 제목이 멋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막상 책을 받아보니 “Ten Drugs”였다. 아하 진짜로 흥미롭겠는데… 하며 서문을 읽어 내려가니 역사의 변곡점을 이룬 10가지의 약 이야기가 아니라. 저자가 생각하기에 흥미로운 10여 가지의 약 이야기를 다룬다고 한다. 당연히 ‘페니실린’이라든지 ‘아스피린’이라든지 하는 뻔하게 짐작할 수 있는 약은 빠진다고 했다. 그럼 무엇일까? 궁금함에 쌓여 본문을 넘겼다. 본문의 내용을 자세히는 다룰 수 없고 간단히 소개만 한다.
1장의 제목은 ‘기쁨을 주는 식물’이다 무엇이 생각나는가? 아편이다. 아편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설명해 놓았다. “인간은 혜택만 보고 덤벼들었다가 위험을 뒷감당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기쁨을 주는 식물’, ‘신이 내린 의약품’으로 일컬어지는 아편이 그 대표적인 예다 (p.69). 2장은 ‘레이디 메리의 괴물’이다. 무엇일까? ‘메리 몬테규 ? 벤저민 제스티 ? 에드워드 제너’로 연결된다. 감이 잡히는가? 바로 천연두와의 싸움이다. 모든 공은 제너가 차지했으나 제너 자신도 메리의 인두법으로 혜택을 보았다. 메리의 ‘인두법’, 제스티의 ‘우두 면역법’, 그리고 최후로 천연두를 박멸시켰다고 보는 제너의 ‘종두법’이다. 3장은 ‘미피킨’이다. 미피킨은 시카고에서 바텐더와 메니저를 하던 실제 인물이다. 이 사람은 술에 약간의 약물을 타서 고객을 혼미케 한 다음 납치해서 재물을 빼돌렸던 인물이다. 그러다 약물이 과하면 사망까지 했다. 그 약물은 1800년대부터 화학자들이 분자 결합으로 만들어낸 ‘클로랄하이드레이트’로부터 만들어졌다. 자 이쯤 되면 짐작이 갈 것이다. 바로 ‘클로로포름’이다. 4장은 제목에 이미 약품 이름이 나오고 있다. ‘헤로인 전성시대’이다. “아편과 그 자손들 - 모르핀, 헤로인 그리고 오늘날의 최신 합성 아편유사제 들 - 은 모두 멋들어진 약물로, 통증을 완화하고 (최소한 처음에는) 기분을 고양하는데 탁월한 효능을 발휘하지만, 시작하기는 쉬워도 일단 습관화되면 끊기가 극도로 어렵다.” (p.125). 5장의 제목은 ‘마법의 탄환’이다. 자 무엇이 생각나는가? 1900년대까지의 많은 병 중에서도 세균 감염에 관한 연구만 지속 되었다. 그럼 답은? 맞다. 바로 항생제이다. 항생제 하면 페니실린이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지금은 100여 종의 항생제 중의 하나일 뿐이다. 항생제의 시작은 ‘설파제’였으며, 그게 내성이 생기면서 강력한 페니실린이 등장한 것이다. 지금은 더욱 많은 항생제가 있다. 다만 내성을 두려워해야 할 뿐이고, 아직 항바이러스제, 항기생충제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이어지는 6장은 ‘지구상의 마지막 미개척지’라는 제목을 달고 나타난다. 외과 의사 ‘라보리’는 수술 중 쇼크死 하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연구하다가 RP-4560이라는 약품의 효과를 재발견한다. 환자들의 쇼크사를 줄였다. 이것은 이어서 정신과 의사 르네가 정신병 환자의 치료에 사용하여 획기적인 성공을 거둔다. 발 빠르게 제약회사들은 CPZ이라는 제품을 탄생했으며 항정신병약의 시초가 되었다. 이어서 2탄으로 Miltown이라는 약이 등장하여 단점을 보완했으며 차츰 발전하여 지금의 많은 항정신병약이 되었다. 인간의 정신을 약으로 치료한다는 것은 당시에는 생각지도 못한 미 개척지 였던것이다. 약물의 진화는 인간의 질병을 고치는 것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닌가 보다. 7장의 제목이 ‘섹스, 피임약, 그리고 비아그라’이니 말이다. 섹스는 인류와 동행했다. 그러나 혼전 임신의 제약이라든지 여성의 사회진출이라든지 하는 문제는 피임약을 탄생하게 했고, 남성의 발기부전 문제는 비아그라를 탄생시켰다. 그리고 이것들은 히트작이 되었다, 그중 비아그라는 메가톤급의 히트작이 되었다. 제약회사들은 질병 완치를 위한 노력도 했지만 엄청난 개발비를 대기 위해 증상을 완화 시키며 삶의 질을 높이는 블록버스터급의 약이 필요했다. 그것 중 하나가 비아그라다. 8장의 제목은 ‘요술 반지’이다. 과연 무슨 약일까? 아하. 아편의 후손이었다. 맨 처음 기가 막힌 치료제로 등장한 아편은 차츰 중독이라는 문제를 가져왔고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서 보다 강력한 통증 억제제인 새로운 아편 유사제가 등장하여 혁신을 일으키는가 했더니 더욱 강력한 중독을 불러왔고 결국에 등장하는 기존 아편보다 한없이 중독성이 높아진 모르핀보다 100배의 통증 치료 효과를 가져오는 펜타닐이라는 약이 등장하였지만 (p.264), 다시 마약에 대한 처방이 심한 제약을 받게 되자 처방전을 구하지 못한 많은 사람이 거리에서 헤로인을 구하는 모습으로 회귀하는 뫼비우스의 띠와 같은 요술 반지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다. 9장의 제목은 ‘스타틴: 나의 개인적인 판단’으로 도저히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스타틴은 혈액 속의 콜레스트롤 수치를 낮추는 신약이었다. 이 스타틴의 성분을 주로 여러 가지 콜레스트롤을 조절하는 완제품의 약이 등장하였다. 그러나 콜레스트롤이 높다고 해서 반드시 심장병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모든 병의 원인은 복합적인 요소에서 왔다. 또한, 스타틴에는 여러 가지 부작용이 있으니 ? 물론 지금까지 개발된 신약에 비해 경미 하다고 할 만한 수준 ? 저자의 입장은 본인의 판단에 따라 투약을 권고하는 내용이었다. 마지막으로 제시된 10장의 제목은 ‘혈액의 완성’이다. 드디어 부작용 없는 약을 만들었다는 이야기인가? 거의 맞는 것 같았다. 만병통치약은 없지만 적어도 백혈구에서만큼은 부작용이 없이 타킷을 박멸시키는 약이 출시된 것이다. 단클론항체를 주성분으로 하는 여러 가지 약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면역작용을 증강 시키는 약으로 출발하여 지금은 여러 가지 병을 치료하는 약으로 발전하고 있으니… 처음 연구자였던 ‘밀스테인’과 ‘쾰러’ 박사는 순수과학의 발전을 위해 특허권을 포기했으나, 이에서 돈 냄새를 맡은 모 제약회사가 특허권을 신청하여 지금은 암 치료제 같은 경우 한 번에 1000달러를 지불해야 하니 극소수의 사람만이 혜택을 볼 뿐이다. 물론 제약사의 입장에서는 가격이 비싸니 수입은 많겠지만, 소아마비 백신을 만들고서도 특허권을 포기하여 전 세계에 소아마비를 박멸시켜버린 소크(Salk) 박사가 떠오르는 것은 앞에 언급한 두 박사의 정신을 훼손한 제약사 때문이리라.
책을 덮으며 드는 생각은 인간의 끊임없는 연구로 신약이 개발되어왔지만 역시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가리라’라는 말로 대변하는 인간 생명의 유한성을 느낄 뿐이다. 다만 병에 걸렸을 때 증상을 완화하고 흙으로 돌아가는 시간을 늦추는 것일 뿐이었다. 이런 약물의 진화는 ‘유년기 질환의 공포’로부터 벗어나 ‘노년기 질환의 고통’으로 인간을 괴롭히는 병마가 활동하는 시간을 바꾸었을 뿐이다. 1년간 약의 복용량이 미국인의 경우 평균 5 만개에 달한다고 하니 조금 생각해볼 노릇이다. 물론 한국과 미국의 사정은 다르겠지만. 한국은 의료보험 체계가 잘되어 있어서 철저하게 약 관리가 잘되어 있으니 미국과는 단순비교가 안되는 것이다. 그래도 책을 읽고 있는 나는 나도 모르게 내가 복용하고 있는 약의 개수를 세어 보았다. 앗. 비타민을 포함하여 하루 10개가 넘고 있었다. 대략 15개*365일=5,475개로 다행히 5 만개에는 못 미친다. 그래도 할 수 있으면 약을 안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약에는 부작용이 있으니까… 딱 원하는 질환만 제거하는 ‘마법의 탄환’은 아직 없으니까… 진짜 ‘마법의 역할’을 하는 것이 이미 우리 몸속에 들어있으니 바로 ‘면역력’과 ‘백혈구’이다. 우리 몸 관리를 잘하는 것이 신약을 기다리는 것보다 훨씬 효과가 있다는 것을 깨달으며 책을 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