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S24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나는 제목이 맞수열전이라서 흔히 말하는 라이벌을 생각했다. 삼국지 속의 ‘제갈량과 사마중달’, 유럽의 ‘미켈란젤로와 레오나드로’ 정도로 생각했는데 내 생각을 벗어나는 책이었다. 나에게는 맞수열전이라기 보다는 비교열전 같은 책이었다. 그러나 모르는 사항들을 새롭게 알게 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저자가 역사 선생님들이라서 그런지 이 책은 역사 속에서 새롭게 조명되었으면 하는 인물들, 단체들, 사상 등을 다루고 있어서 나에게 새로운 흥미를 가져다주었다. 지나온 세월은 다 역사가 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사항은 굵직한 사건과 인물들, 거의 메이저리그만의 세계를 다루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마이너리그에서 뛰는 인물들을 소개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그중에서 몇 가지 인상 깊은 사항을 정리해본다.
소개하는 총 22쌍의 비교 대상은 19쌍의 인물, 2쌍의 단체, 1쌍의 사상이다. 이 중에 뇌리에 박혔던 비교 대상은 첫째, ‘오윤과 도미야마 다에코’이다. 나는 이러한 인물이 있는 줄도 몰랐다. 물론 미술계의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었겠지만 내가 이 인물들을 알게 된 것은 이 책을 읽은 수확이라면 수확일 것이다. 비록 일본인이지만 억압받는 민중을 판화에 찍어낸 도미야마 다에코 - 5.18 사건의 참상을 판화에 찍어 서구에 소개했으니 국경을 초월하여 힘없는 약자에 관심을 보였음을 알 수 있다.- 6,25 전쟁과 박정희, 전두환독재를 견디며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예술로 승화시킨 오윤. 두 사람을 알게 되었다.
둘째, 형평사와 수평사. 예전에 한 번 들었던 말 같은데 이번에 확실히 알게 되었다. 백정들의 권익을 위한 한국과 일본 양국의 단체. 웃기는 것이 지금은 고깃집 사장님의 인기가 굉장히 좋지만, 단체들이 막 피어나기 시작한 1922(수평사-일본), 1923(형평사-조선)년에는 많은 억압과 차별이 있었다는 것이다. 저 들은 차별받는 자신들을 위해 일어났고 초창기에는 사회적으로 환영을 받았지만, 기득권 들의 반대와 저항에 못 이겨 헤매다가 일제 군부에 찬성하는 방향으로 사라져 버렸으니 이 또한, 생각해 볼 일이다. 어쨌든 ‘낮은 곳’에서의 물결은, 그리고 민족과 국가라는 한계를 넘어선 보편적 평화와 인권을 위한 연대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한 번 더 생각을 요구한다.
셋째, 고종 황제와 메이지 덴노이다. 역사적으로 연결되어있는 두 인물은 피할 수 없는 라이벌이 되었다. 두 인물 다 1852년생으로 조선과 일본의 최고의 인물이 되었지만 남겨진 결과는 확연히 다르다. 두 인물 다 조국의 근대화를 추진했지만, 고종은 실패하고 메이지는 성공한다. 그 결과 메이지가 다스리는 일본은 고종이 다스리는 대한제국을 식민지화하는 슬픈 역사가 시작된다. 왜일까? 이것을 생각해보는 것이 이 책의 구성이다. 나는 힘-군사력이다고 보았다. 일본은 ‘이와쿠라 사절단’을 통해 철저히 계획된 서구 열강 시찰을 해서 메이지 유신을 성공시킨다. 반면 조선은 ‘보빙(報聘) 사절단’을 통해 미국을 방문하고 미국의 권고로 유럽을 방문하지만 단순한 유람으로 그치고 만다. (p.170~ ) 일본은 국력을 상승시키고 조선은 ‘보빙(報聘)이라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미국의 힘을 얻을까 하는 마음이었음이므로 힘을 키울 기회를 놓친다. 그 결과 조선은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을 하고 만다. 이 대목에서 방송에 자주 등장하는 의원들의 유람 성 해외연수가 ‘보빙 사절단’하고 인상이 겹치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역사를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운다. 사람마다 느끼는 것이 다르겠지만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자주국방을 생각해본다. 책에서 마지막 ‘중화와 오랑캐’ 부분에서 당대를 살아감에 있어서 힘이 있으면 중화 없으면 오랑캐로 변하는 모습을 잠깐 엿볼 수 있다. 무엇이 힘일까? 물론 언급한 중화의 시대에는 전쟁할 수 있는 국방력이 힘일 수 있겠지만 오늘날의 국력은 국방력을 비롯하여 문화, 인권, 경제력 등 다방면에 있어서 우리 자신 스스로가 떳떳할 수 있는 것이 진짜 힘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