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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컷들

[도서] 암컷들

루시 쿡 저/조은영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이기적 유전자로 유명한 리처드 도킨스의 가르침을 반박하면서 선전하는 이 책의 홍보에 넘어가 이 책을 펼치게 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책의 시작부터 나타나는 극단적인 페미니스트의 주장 같은 느낌은 완독을 힘들게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 펼친 책은 끝장을 본다는 정신으로 완독한 결과 좋은 책을 읽었구나 하는 생각으로 글을 적는다. 양성 평등이 당연시 되고 있는 21세기의 영국에서 저자 루시 쿡에게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의 남성 위주 생물학은 진절머리가 났을 것이다. 다윈이라는 거장이 있었지만 그도 남성 위주의 사회적 분위기를 거스르지 못하여 그 후예들이 그 반쪽짜리 다윈의 사상을 이어 나갔다. 심지어 암컷 위주의 사회인 피논제이라는 까마귀 족속을 관찰 연구하면서 수컷 위주로 관찰하였으니 아무 소득을 못 얻고 연구를 접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먼저 본문의 내용을 몇 가지만 간략해본다.

 

1. 암컷이란 무엇인가? - 유럽두더쥐, 점박이하이에나, 오리너구리 같은 일부 포유류들은 겉으로 드러난 생식기의 모양의 기관을 가진다. 이를 보고 과학자 들은 자웅동체라 혼동하지만, 사실은 SRY 염색체에 의해 성이 결정 되어질 뿐이었다. 북방산개구리, 중부턱수염도마뱀 등을 비롯한 일부 파충류, 어류, 양서류도 열뿐 아니라 햇빛 노출, 기생충 감염, pH 수치, 염도, 수질, 영양, 산소 압력, 개체군 밀도, 사회적 상황(주위에 이성의 숫자)에 의해 동물의 성적 운명이 좌우된다. 조류에서 나타나는 자웅동체는 몸에 흩어진 개별 세포의 유전학적 성 정체성이 몸과 뇌의 성적 이형을 일으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하니 이 파트의 제목을 무정부 상태의 성이라 삼을 만했다. 4. 성적 동족 포식의 난제 - 암사자의 난교, 암새의 90퍼센트가 다수의 수컷과 교미한다는 사실, 오르가즘을 느끼는 원숭이 등 새로운 사실이 많이 있었지만 그 중 최고는 영아를 살해하는 수컷 원숭이였다. 이는 암컷을 차지한 수컷이 자신의 자손만 남기려는 행위였다. 이에 대해 암컷은 임신 중 일부러 수컷을 찾아다니며 교미해서 수컷으로 하여금 친부를 헷갈리게 하여 암컷이 나은 새끼를 지키려는, 즉 영아살해를 막으려는 행위이다. 사자, 바위종다리, 랑구르원숭이 암컷이 성품이 음란해서 다수의 수컷과 교미한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강한 모성애로 최선을 다한 것이다. 이런 맥락으로 교미 중 수컷을 잡아먹는 거미는 미래의 자손에게 최선의 이익(좋은 영양분의 공급- 연인을 잡아먹은 암거미는 귀뚜라미를 먹은 거미보다 더 크고 생존력이 큰 새끼를 낳았다.(p.175))을 보장하려 한 것일 뿐이다. 8. 자매애의 힘(영장류 정치학) - 앞장에서 나타난 거위는 정자를 더 깊이 삽입시키기 위해 음경을 길게 진화하였다. 그리고 몸 안에 넣기 위해 나선형 구조를 택하고 있다. 선택받지 못한 수컷은 강간을 시도한다. 교미 중 40%가 강간에 의한 것이다. 수동적인 줄만 알았던 암컷의 반격이 시작된다. 수컷의 음경과 반대 방향으로 암컷은 나선형 질을 진화시켰다. 그리고 길이도 더 길게. 강간에 의해 들어온 정자에게는 난자로 가는 길을 차단해 버린다. 유전자 뿐 아니라 행위까지도 인간과 가장 가까운 보노보는 암컷끼리의 오르가즘에 도달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수컷은 단지 번식용일 뿐이다. 암컷이 무리의 우두머리가 된다. 이러한 여왕의 모습은 동물의 세계에서 자주 나타난다. 10. 자매들끼리 알아서 해결하고 있다.(수컷 없는 삶) - 레이산알바트로스, 매끈비늘도마뱀붙이 등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동물에게서 나타나고 있는 단성생식은 귀상어, 톱상어에게도 나타나고 있어 극단적인 경우에는 암컷만으로 종을 이어갈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이러한 단성생식은 유전자의 획일화로 바이러스 등에 의해 전멸할 수도 있는 취약함을 보이지만, 다른 생명체로부터 DNA를 훔쳐 유전자 다양성을 확보하는 질형목 생물의 예를 들어 단성생식의 약점을 보완하는 길이 소개되고 있다. 이제 암컷의 시대로 나아가는 것인가? 그러나 아직 포유류에게는 이러한 자기복제가 생물학적으로 불가능하다니 안심일까?(p.411)

 

전체적으로 암컷들에 대한 이야기다. 그런데 이 책이 나에게는 거슬리게 다가왔던 것도 사실이다. 나는 생물학도도 아니고 전공 또한 비슷하지도 않다. 그저 책이 좋아서 여러 종류를 섭렵하다가 이 책까지 읽게 되었을 뿐이다. 그러나 다 읽고 보니 저자의 주장에 대해 100% 동감은 못하더라도 이해가 간다. 그리고 수컷 위주로 흘러왔던 생물학이 암수라는 이분법적인 구별 없이 성에 대하여 더욱 유연한 태도를 가져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암수의 외형적인 형질에도 불구하고 호르몬의 선택적 분비에 따라 행동상으로 나타나는 젠더의 모습이 결정되니까. 하지만 다음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동물의 세계에서 암컷에게 선택을 받기 위해 수컷의 행동 변화가 있었을 지라도 그것을 일반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저자는 일부 과학자들이 빅토리아 시대의 남성 우위 사상을 동물에게까지 적용시키려다가 오류를 봤음을 지적하면서, 동물에게 나타나고 있는 현상을 인간에게까지 적용시키려는 우를 범하는 듯했다. 저자의 주장을 극단적으로 비치게 하는 대목이 많다. 암컷들의 생활 습성을 관찰해서 발표하면서도 지나친 페미니스트의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 물론 저자의 주장이 생물학계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고 있음은 주지하는 바이다. 저자의 주장을 100% 다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귀를 기울여야 할 이유이다. 지금까지는 수컷 위주의 생물학계에서 수컷이 진화에 전적으로 영향을 키치는 것이 정설로 내려왔지만 일부 동물 사회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여 그 영향이 더욱 커질 것 같다. 특히 닭, 미어캣, 흰개미, 벌거숭이두더지쥐의 세계를 소개하는 장면에서 암컷의 경쟁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동물 사회에서 암컷 또한 무리 내에서 경쟁하는 모습을 증명하고 있다. 암컷이 동물의 세계에서 수동적인 모습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오히려 더 나아가 진화를 주도하는 듯한 내용을 관찰하여 주장하고 있다. 참 좋은 지적이다. 그러나 내가 우려할 일은 아니지만 이러한 내용들이 일반화의 오류를 범해 좋은 내용이 함께 매장되지 않았으면 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내용에 대한 내 동의 여부는 논외로 제법 흥미로운 글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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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dcsjbb

    그 분야의 전문가인 생물학자가 과학적으로 연구한 성과마저도 비전문가인 당신이 저자의 주장을 100% 다 받아들이지 않느니 어쩌니 하는 것부터가 이미 월권이고 오만이세요~ 같은 생물학자인 최재천 교수님도 적극 추천하는 책을 님이 뭐라고 받아들이니 마니하시는지 ㅎㅎ 생물학자 아니시잖아요..^^ 저자가 남성은 다 죽어야한다는 주장을 한 것도 아니고 고작 이 정도의 온건한 주장도 극단적 페미니스트의 주장이라고 느껴질 정도면 평소에도 어떤 사상이었을지 아주 잘 보이시네요 ㅋㅋ 종의 존속에 있어서 수컷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는 과학적 사실이 당신의 도태공포, 거세공포를 자극하기라도 했나요? 그런 게 아니고서야 겨우 이 책처럼 온건한 주장들도 그렇게 느껴질 정도면 그만큼 당신이 극단적 남성위주의 사고방식을 너무나도 잘 받아들이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보이는겁니다. 원래 우월주의, 차별주의적 마인드가 강한 사람일수록 평등에 대한 주장, 개념들을 '공격적이다', '극단적이다'라고 받아들이니까요 ㅎ ㅗㅗ

    2023.10.07 18:18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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