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도시 기행 2’를 읽고 바로 이 책을 폈다. 앞서 읽은 책은 그곳의 역사 속으로 깊은 생각에 빠져 읽었고 이 책은 도시의 현재 모습을 구경하는 나그네의 입장으로 가볍게 읽었다. 그러나 느끼는 감정은 결코 가벼울 수가 없었다. 중세의 예술품이 전하는 메시지가 있었기에 역시 생각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보통 패키지여행을 가면 제법 큰 도시를 위주로 대강 둘러본다. 이 책은 그런 큰 도시를 중심으로 파트를 나누고 있으며 근처의 소도시까지 다루고 있어서 좋았다. 여기에 한 도시에 하나의 인상적인 그림을 연결해본다.
1.베네치아와 그 주변 ? 1)베네치아에서는 ‘리얄토 다리’와 ‘산마르코광장’을 살펴볼 일이다. 이 리얄토 다리를 그리고 있는 그림으로 비토레 카르파초의 <성십자가의 기적>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인디아나 존스와 최후의 성전>에서 도서관으로 나왔던 ‘산바르나 성당’에 이끌려 베네치아를 들렸다. 2)파도바에서는 ‘스크로베니 예배당’에서 조토의 벽화를 본다. 조토 디 본도네의 대표작은 <그리스도를 애도함>이다. 3)베로나에서는 ‘줄리엣의 집’에서 걸음을 멈춘다. 많은 관광객이 모이는 이곳에서 저자는 프랭크 딕시의 <로미오 줄리엣>을 떠올린다. 이 도시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이 되는 도시다. 서로마 제국의 수도였던 4)라벤나에서 도시의 영락을 살필 수 있는 ‘산비탈레성당’에 들렸다. 도시의 쇠퇴와 함께 떠오르는 그림이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의 <호노리우스황제의 애완용 닭>이다. 이 도시는 단테가 피렌체에서 추방당한 후 여생을 보내고 죽은 도시다.
2.밀라노와 그 주변 ? ‘두오모 성당’과 ‘최후의 만찬’을 구경하기 위해 1)밀라노로 향한 저자는 ‘브라레미술관’에서 프란체스코 하예츠의 <키스>라는 작품을 만난다. ‘두오모 성당’과 함께 이 도시의 또 다른 랜드마크는 ‘스포르체스크성’이다. 나는 이 성에서 드라마 ‘메디치’에서 들었던 ‘스포르차’를 잠시 만나게 되어 기뻤다. 2)코모라는 소도시의 호수를 보면서 런던에서 보았던 악셀리 갈렌칼벨라의 <케이텔레 호수>를 떠올린다. 3)제노바에 들러 ‘붉은궁전’에 올라 과거에 해양강국이었던 이 도시의 흔적을 살폈다. 저자는 이 도시의 쇠락을 회상하며 피터르 브리헐의 <추락하는 이카루스가 있는 풍경>이라는 그림을 떠올린다. 교과서에 삽화로 나왔던 그림을 보니 왠지 반갑다. 다만 이 도시와는 상관이 없다. 저자의 생각이 그렇다는 것이다. 이 도시는 ‘콜럼버스’와 바이올리스트 ‘파가니니’의 출생지이다. 4)친퀘테레는 다섯 마을을 뜻하는 이탈리아어다. 이 다섯 마을 연결한 길이 우리나라의 제주 올레길과 비슷하다고 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친퀘테레는 외적의 침입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고지대에 형성된 마을들이라는 것이다. 우리에게 관광엽서의 사진으로 익숙한 ‘마나롤라’를 소개하며 마을 소개를 마친다. 저자는 친퀘데레의 길을 걸으며 알프레드 시슬레의 <숲 기슭, 시냇가에서의 휴식>을 떠올린다.
3.피렌체와 그 주변 ? 1)피렌체는 남아있는 문화 예술적인 작품만으로도 보티첼리의 <봄>이라는 작품과 어울리는 아름다운 도시다. 이 도시는 유명한 예술 작품이 넘쳐나는 곳이다. 이것은 메디치家 덕분이리라. 피렌체는 예술, 역사, 종교, 사람을 모두 아우르는 매력을 촘촘히 보여준다. 저자는 존 러스킨의 『건축의 일곱 비밀』을 읽고서 ‘성 미켈레 성당’을 찾아서 2)루카를 방문한다. 이 도시는 ‘자코모 푸치니’가 출생한 곳이다. 푸치니가 작곡한 오페라『라보엠』의 내용을 그린 앙리 드 툴루즈 로드레크의 <물랭루즈에서의 춤>을 감상해보자. 우연히 들린 3)산미니아토는 송로버섯으로 알려진 트뤼프 중 흰 트뤼프의 산지로 겨울에 축제의 여운을 느끼려고 갔다. 거기에서 주세페 아르침볼도의 <가을>을 기억한다. 호박, 포도, 감자, 무, 버섯, 곡식으로 수염이 난 노인을 그린 그림이다. 영화 트와일라잇의 배경 이 되는 4)볼테라, 이 도시의 이름에서 영화 속 뱀파이어의 지도자 가문 불투리가 나왔을 것이다. 이 도시의 분위기가 뱀파이어와 연관이 있을듯하여 에드바르 뭉크의 <뱀파이어>라는 그림이 떠올랐건만 결국 볼테라에서 뱀파이어와 관계있는 단서는 찾을 수 없다. 젤라토 세계 챔피언의 맛을 찾아서 간 5)산지미냐노는 산위에 있는 성채도시라 평지의 성채도시인 루카와 성곽이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이 도시에는 교황파와 황제파가 서로 탑을 쌓아 위력을 과시했는데, 그 모습에서 피터르 브리헐의 <바벨탑>이 떠오른다. 6)그레베 인 키안티는 계획 없이 떠난 여행에서 휴식을 얻은 감정으로 다가왔다. 이 도시의 느낌은 펠릭스 발로통의 <공을 가지고 노는 아이>를 떠올렸다. 영화 『헛소동』의 배경이 되는 호텔 7)빌라 비냐마조에서 앨프리드 엘모어의 <헛소동>을 소개하는 것은 제법 이해가 가는 일이다. 피렌체에서 아레초로 향하면서 들른 8)판차노 인 키안티 주변의 길은 토스카나 지역에 드넓게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이다. 신들이 사는 올림포스 언덕만큼 아름다운 이 길은 앙리 루소의 <잠자는 집시>를 불러일으킨다. 9)시에나는 중세도시의 전형이다. 교통이 좋아서, 십자군 원정의 통로로서 발전해가던 이곳은 흑사병의 피해와 피렌체와의 전쟁에서 패함으로 발전을 멈추고 오히려 중세도시의 전형으로 남게 된다. 이 도시에 있는 ‘캄포광장’은 토스카나 지방 광장의 전형적인 모습을 나타내며 표트르 콘찰롭스키의 <시에나의 시뇨리아 광장>의 소재가 된다. 로마에 있는 늑대 상이 시에나의 상징이 되고 있으며 사람들은 로마와 형제 도시로 부른다. 10)아레초에서 저자의 여행 장소 선정의 기준을 말한다. 사람마다 여행 장소 선정의 기준이 다르겠지만 저자는 영화에서 나오는 배경이 되는 장소를 찾아갔다. 이 도시는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영화의 배경이 되고 있다. 이 영화에서 2차 대전의 비극이 나오고 이 분위기 때문에 폴 내시의 <우리는 새로운 세계를 만들고 있다>를 소개하고 있다. 이 그림은 전쟁의 아픔을 표현하고 있다. 11)코르토나를 찾아가 반 고흐의 <해바라기>를 느끼고 싶었지만, 겨울의 끝에 간 연유로 해바라기는 보지 못하고 분위기만 느꼈다. 토스카나에 있는 많은 도시가 산 위에 있는 성곽도시로 비슷한 분위를 풍기고 있다. ‘어서와 12)몬테풀차노는 처음이지?’ 이 문구를 발견하자 웃음이 흘러나왔다. 내가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라는 프로그램을 즐겨보기 때문이다. 토스카나에 있는 많은 도시가 산 위에 있는 관계로 구름이 깔려있는 이 도시의 모습은 조나단 스위프의 걸리버여행기에 나오는 천공의 성 라퓨타를 생각나게 한다. 그리고 르네 마그리트의 <피레네의 성>이 떠오른다. 13)피엔차는 영화 배경지로 종종 이용된다.(피렌체 주변의 토스카나 지방은 풍경이 아름답다.) 이 곳 피엔차는 피오2세가 교황으로 선출된 후 교황의 가문인 피콜로미니家가 이상적인 르네상스마을로 재건했다. 구릉 위에서 바라보는 주변 풍경은 영화 ‘글레디에디터’에서 주인공 막시무스가 밀밭을 손으로 훑으며 가족을 만나러 걸어가는 장면을 떠올리게 하며, 빈센트 반 고흐의 <까마귀가 나는 밀밭>을 떠오르게 했다. 14)아시시는 성 프란체스코의 도시였다. 아시시의 상인 피에르트 디 베르나르도네가 프랑스에서 사업이 성공할 때 얻은 아들이 프란체스코다. 평생을 청빈한 삶으로 사후 성인이라는 칭호를 얻어 그의 유해가 이곳으로 돌아와 산프란체스코 성당에 안치되었다. 이곳에서 미국 프릭컬렉션에 있는 조반니 벨리니의 <법열에 빠진 성 프란체스코>가 생각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4.로마와 그 주변 ? 1)로마를 설명하는 그림으로 피에르 퓌비 드 샤반의 <예술과 뮤즈의 사랑을 받는 신성한 숲>을 들 수 있다. 그림에 대한 설명을 해본다. 아름다운 호수와 숲에서 예술과 뮤즈가 한가로이 쉬고 있다. 가운데 고전 건축물 앞에 자리 잡고 있는 세 여신은 회화, 건축, 조각의 예술을 형상화 한 것이다. 주변에는 찬가, 역사, 시, 과학, 철학, 춤 등을 관장하는 뮤즈들이 있다. 로마를 표현한 것 같지 않은가? 로마 주변의 차분한 장소를 찾다가 발길이 닿은 곳이 2)카스텔 간돌포다. 티볼리 또한 고대부터 로마인의 별장지로 유명한 곳이나 저자는 일정상 이 도시를 선정했다. 이곳은 과거에 교황의 별장 있을 정도로 분위기가 시원했다. 다음의 그림을 통해 함께 시원함을 느껴보자. 장 바티스트 카미유 코로의 <카스텔 간돌포의 추억>, <가스텔 간돌포, 알바노 호수 옆에서 춤추는 티롤 지방의 목동들>, <알바노 호수와 카스텔 간돌포>(p.295~7).
5.나폴리와 그 주변 ? 1)나폴리에서 저자는 위대한 왕국의 쇠락한 모습을 목도하면서 카스파르 다비트 프리드리히의 <바다 위의 월출>을 떠올렸다. 한때 로마보다도 더 번성한, 파리 런던에 이어 세계 세 번째의 도시였던 나폴리 왕국이 지금은 지저분한 모습만 풍기기에 저자에게는 실망감만 안겨주었다. 그러나 나에게는 드라마의 기억을 되살릴 수 있는 이름이었다. 드라마 메디치에서 피레네 공화국은 전쟁으로 위험에 처하는데 나폴리 왕국의 도움으로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2)폼페이 & 헤르쿨라네움 화산 폭발은 폼페이를 삼켜버렸다. 그리고 도시를 화산재 아래 가두어버렸다. 이 도시의 북쪽에 위치해서 함께 사라진 헤르쿨라네움의 운명도 마찬가지다. 차이점이 있다면 폼페이는 1592년부터 꾸준히 발굴되어 4/5정도 발굴이 이루어지고 헤르쿨라리움은 여전히 지하에 묻혀있다는 점이다. 다만 지하로 약간만 구경할 수 있단다. 이 두 도시를 사라지게 한 베수비오산을 그림으로 그린 피에르 자크 볼레르의 <베수비오 화산의 폭발>을 감상해본다. 3)소렌토는 학창 시절 배웠던 ‘돌아오라 소렌토로’의 가사처럼 그곳으로 돌아가야 할 이유는 찾지 못했지만 아름다운 광경은 찾은 것 같다. 저자는 ‘돌아오라 소렌토로’가 탄생한 호텔의 테라스에서 아름다운 바닷가를 바라보며 클로드 모네의 <생트아드레스의 테라스>를 떠올려 본다. 4)포시타노는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에 심심찮게 등장한다. 그러나 여름과 겨울의 극명한 차이 때문(남부 이탈리아는 거의 그렇다)에 꿈과 환상의 몽환적 분위기를 풍겨 오딜롱 르동의 <꽃구름>을 떠올린다. 5)아말피는 과거의 영광이 묻혀있는 편안하고 아름다운 소박한 풍경으로 카를 프레데릭 아가드의 <아말피의 해안 전망>(p.362)를 생각나게 한다. 이 도시는 과거에 베네치아, 제노바, 피사와 함께 해양 강국이었다. 이 아말피 문장이 이탈리아 해군 깃발로 사용된다. 그런 영화가 폼페이와 함께 쇠락의 길을 갔으니 자연재해의 힘 앞에 서글픈 감정이 든다. 6)라벨로는 음악과 미술이 혼재되어 있는 도시다. 마치 그림에서 하늘과 땅이 맞닿아 있듯이. 이곳에서 저자는 바실리 칸딘스키의 <구성7>을 떠올린다.
6.시칠리아 ? 1)시라쿠사에서는 아르키메데스의 흔적을 찾아 오르티자를 향했다. 해질녘 오르티자의 풍경 속에서 빈센트 반 고흐의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을 떠올린 저자는 변화된 론강 주변보다 이곳 시라쿠사의 오르티자 풍경이 더 그림에 가깝다는 감정으 느낀다. 2)팔레르모는 도시의 발전이 19세기 말에서 멈추어버린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도시다. 바꾸어 말하면 19세기 말에서 도시의 발전이 멈추어 버렸다고나 할까? 이러한 분위기 때문에 카미유 피사로의 <몽마르트르대로>와 비슷하다고나 할까? 3)체팔루에서영화 시네마천국의 한 장면을 찍었다. 체팔루는 그리스인들이 처음 세웠으며 바위곶이라는 그리스어 ‘세팔라이디움’에서 유래되었다. 그래서 주변 분위기가 바위와 같은 입방형과 비슷하여 조르주 브라크의 <에스타크의 집>을 떠올린다. 4)몬레알레는 팔레르모 옆에 있는 작은 동네다. 옆 동네 팔레르모 대주교와 이곳의 당시 지배세력이었던 노르만 왕조가 경쟁적으로 대성당을 짓다보니 중세 노르만 건축 양식 중 제일 아름다운 황금의 성당을 지었다. 내부가 온통 황금빛으로 치장되었다. 이곳에서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가 떠오르는 것은 당연지사일 것이다. 5)타오르미나는 높은 곳에 조성된 도시였다. 조망보다는 방어 목적으로 높은 곳에 마을을 조성했을 것이다. 이곳의 메인 볼거리 그리스극장에서 무대를 바라보는 풍경이 아름다워 윈즐로 호머의 <달빛>을 떠올리며 소개 글을 맺었다.
좋은 여행이었다. 그러나 초등학교 시절 처음 배우는, 우리나라의 지리를 설명하는 사회책 같은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초등학생에게 우리나라의 대략을 모습을 설명했던 그 시절. 그래도 그 시절 사회책에서 우리나라에 대해 대강이라도 익혔기에 오늘날 그 지역에 대해 상상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이탈리아라면 여행으로 가본(이것도 일부) 도시만 알 뿐이었는데 대강이나마 여러 군데를 섭렵한 것이 이탈리아에게 전체적으로 친밀감을 주는데 도움이 되었다. 더구나 한 도시마다 그 분위기에 어울리는 그림 한 점을 소개하면서 진행되는 참신한 전개로 인해 관심을 계속 유지하기에 충분했다. 나중에라도 이탈리아 여행을 한다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이름이라도 한 번 들어 본 도시하고 처음 들어 본 도시하고는 분명 차이가 있을 것이니까. 이 책을 통해 유럽의 한 나라 여행을 하고 왔다. 이탈리아를 북쪽으로부터 남쪽으로 훑어왔다, 이제 TV나 신문에서 책에 나왔던 이탈리아 도시가 언급된다면 이 책의 내용을 반추해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