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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폭력적이고 대중적인 여성의 이야기
a11203
2019.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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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권역에서 캣콜링 처벌법을 강화해야 한다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길거리 성희롱인 캣콜링은 처벌 대상이 맞지만, 신체 접촉이 없으면 처벌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 이어졌었다. 이제는 입만 털어도 빨간 줄 긋겠다는 거다. 진작 그랬어야지! 내 나이 또래 중엔 유럽 여행을 가고 싶어하거나 갔다 온 친구들이 꽤 있다. 그들은 항상 경험담으로 '캣콜링'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들이 무용담처럼 얘기했다는 것이 아니다. '역시나 그 명성이 어딜가겠나'라는 식의 이야기.) 유투브나 인터넷 기사는 '캣콜링 대처법'에 대해 얘기하곤 한다. 하지만 왜 우리는 '대처'해야 하는가? 주로 캣콜링 현장의 가해자는 남성이고 피해자는 여성이다. 만약 여성이 대처를 하지 못하고 복수를 하게 된다면? 그 여성은 성희롱 피해자를 넘어서 물리적 폭력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테스토스테론의 영향을 받은 남성의 신체는 물리적인 힘에 있어서 여성보다 우위에 있거든. 그래서 우리를 누가 지켜주나요? 국가는 국민에게 말했다. 범죄의 수사와 처벌은 내가 알아서 할테니, 너희는 사적 보복처벌을 하지 말라고! 근데 왜 가만히 있냐고! 그래서 여자는 자신의 신체와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캣콜링 대처법'을 공부하는 것이다. 정말 쌔애드 스토리다...
여성들의 비통한 현실을 담은 시의 묶음에 '캣콜링'이라 명명한 이소호 시인! 아주 고심고심해서 고르셨을 거라 생각한다. 실제로 시집 안에는 '캣콜링'이라는 제목의 시가 한 편 있다. 그 시를 읽다 보면 어느 유럽의 한 골목길에서 상념에 빠진 채 걷고 있는 나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리고 주변에는 성적으로 타락한 남성들이 내게 한 마디씩 던진다. 그 소음은 아주 시끄럽고 공허하다.
이밖에도 대한민국 2, 30대 여성으로서 느낄 수 있는 모든 상념들이 이 시집에 녹아있다. 그 상념은 모두 폭력에 반발하고 있다. 엄마와 자매, 과거의 연인과의 관계 그리고 우리보다 앞서 여성의 권리를 외쳤던 선배 예술인들까지 모두 소재로 다뤘다. <경진이네-거미집>처럼 폭력을 폭력으로 이야기하는 시들도 있었고, <지극한 효심의 노래>처럼 위트가 넘치면서도 의미를 꽁꽁 숨기지 않은 시들도 수록돼있다.
폭력에 마음을 다친 나를 알아주는 사람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 뿐이다. 우리는 연대한다. 그리고 한 목소리로 빈다.너 지옥에나 가버리라고. 우리는 힘이 없어서 직접 지옥으로 끌고 갈 힘이 없다. 그냥 쥐 죽은 듯 구석에서 눈물 흘리다가 조용히 저주할 뿐이다. 우릴 슬프게 한 너, 지옥에 떨어지길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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