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기고 지는 것은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세돌답지 않은 기보는 남기고 싶지 않다.
이세돌이란 이름은 익히 알고 있었다.
그러나 '바둑'이란 두 글자는 참 어렵다.
아마도 어릴적 아버지가 보던 바둑방송의 이미지가 있다 보니 더 그랬던 것 같다.
커다란 안경을 쓴 아저씨들이 나와서 변화없는 톤으로 이야기하고 수를 옮기고, 정말이지 재미없었다.
잠이 안올때 틀어놓으면 수면제를 이용하지 않아도 충분할 정도라고 할까?
그런 바둑이었지만,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대결로 인해 알지도 못하는 바둑시청이란걸 하게 되었다.
비록 내용을 모르지만 이세돌 9단의 고뇌한 후에 놓는 한수 한수에 응원을 했다.
그런데 이 대결은 바둑 유단자와 해설자 그리고 여자 캐스터의 삼박자로 인해 지루하지 않고 재미나게 본 것 같다.
비록 완전 초보의 경우에는 무슨말인지 잘 알지 못했지만, 그렇구나.. 그렇구나.. 하고 나도 모르게 집중이 되었다.
한수를 두기위해 20수 이상을 두어보고 조정하고를 단지 머릿속으로만 해야 하는데 가히 상상이 되지 않았다.
반면 알파고는 1200대의 컴퓨터를 동원해서 경우의 수를 그려보고 최선을 선택해서 한 수를 두니.. 너무했다..
1국, 2국, 3국을 지고나서 기자회견을 하는 이세돌 9단의 모습을 보면서 어찌나 애처롭던지..
본인이 이겨내야만 하고 다른사람이 도와줄수도 없기에 내가 해줄수 있는건 응원뿐이었다.
그러던 그가 4국에서 알파고를 이겼다.
세상에.. 1200대의 컴퓨터 합작을 이겼다.
더욱이 1국, 2국, 3국을 지나며 더 업그레이드 된 상태일텐데..
그리고 부담이 커서 그럴까..? 기자회견장에서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곤 내 속이 다 뻥~하고 뚫리는 느낌이었다.
마치 어린애처럼, 세상을 다 가진듯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자 나도 모르게 뭉클했다.
그러던 중 YES24에서 이세돌 9단의 도서가 판매되고 있었다.
2012년에 출간이 되어 아직 판매수량은 높지 않았으나, 5국을 끝낸 후에는 급격히 판매수량이 올라간걸 보게 되었다.
알파고와의 대국 영향이 강하긴 강했나보다.
그로인해 시들했던 한국바둑도 다시금 활기를 띌려하고 있다.
(빨리 사그러들지 않길 바란다..)
2015.08.04 에 조훈현 고수의 생각법이란 책을 읽었었는데,
책을 읽는 내내 배울점이 많아 기회가 된다면 필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도 일었다.
그런 느낌을 기대해서일까..?
이세돌 9단의 책을 토요일에 주문을 하고 일요일에 다 읽었다.
같은 느낌은 아니었지만 그가 바둑을 시작한 계기와 이후 일들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었다.
인터넷에서 본 거로는 이세돌 9단은 콧대가 높았고, 자기 보다 윗사람은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자주해서 빈축을 샀다고 했다.
그러나 이 시점은 그가 2000년에 들어서면서 미친듯 승률을 올리고 있을 때 였었고,
아직 20대 전에서 초반의 시점이기에 생각이 완생이 아닌 미생의 시기였다.
알파고와의 대국후의 인터뷰를 보더라도 인격적으로 많이 성숙된걸 느끼게 되었고,
또 이번 책을 통해서도 그런 부분을 중간중간 알게 되었다.
조훈현 9단은 그의 우상이었으며, 이창호 9단은 늘 존경하는 사람이었다.
사람들이 이창호 9단의 바둑스타일을 보며, 비난 아닌 비난을 할 때도 그는 이창호 9단만이 할 수 있는 바둑이라며 추켜세워줬고,
(이창호 9단이 놓는 수들은 당연한 수였지만, 그들은 그 수를 놓지 않았고 이창호 9단은 그 수를 놓았기에 대국을 이길 수 있었다)
50세가 넘어서도 세계무대를 호령하고 있는 조훈현 9단은 그에게 감히 다가갈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는 40세까지만이라도 정상에서 바둑을 둘 수 있다면 바랄게 없다. 고 했다.
그나저나 인터넷에서 떠도는 그의 어록들을 보면,
"자신이 없어요. 질 자신이"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 중...
중국기자 : 세계최강의 기사는 누구라고 생각하나요?
이세돌 : 조훈현, 이창호, 요다 9단
정도겠죠!!
(중국 기자가
당시에 중국의 최고수마샤오춘 9단을
언급하자)
이세돌 : 아~
마샤오춘은 빼주세요!!
(중국기자단은 경악함)
얼마나 자만심이 가득한 말인가?!!
그런데 조금만 더 생각을 해 보면, 그만큼 자존감이 높다는 뜻이다.
자신을 믿고 있으며, 바둑에 있어서는 그 누구에게도 이길 것이다.
라는 마인드컨트롤도 잘 되어 있고.
무엇보다도 강하지 않으면 절대 입밖으로 내지 못하는 말이다.
그의 실력이라면 이런말들을 할 충분한 자격이 있다.
시셈을 한다면 내 그릇이 부족한 것이겠지.
그 역시 바둑을 어릴 때 부터 두었기에 한순간에 이룬 것들도 아니니 말이다.
모르겠다..
난 시건방져보인다기 보단 오히려 그런말을 당당히 할 수 있다라는 게 멋지게 느껴졌다.
지금은 더 성숙해져서,
"이세돌이 진거지 인간이 진 건 아니다."라는 숙성된 어록을 내기도 하고 말이다.
P.164
열심히 공부하는 것 같아 보이지 않는데, 책상머리에서 밤늦게까지 머리 싸매고 끙끙거리는 학생들보다 성적이 더 잘 나오는 학생들이 있다.
그런 학생들을 볼 때 사람들은 단순히 '쟤는 천재니까 IQ가 엄청나게 높을 거야.' 하며 타고난 머리를 부러워한다.
그런데 우리가 착각하고 있는 게 있다.
공부를 오래 하는 것과 많이 하는 것은 다르다는 사실이다.
책상 앞에 10시간을 앉아 있어도 실제로 공부하는 시간은 그의 반도 안 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5시간을 앉아 있어도 훨씬 집중해서 효율적으로 그 시간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
공부든 일이든 단순히 몇 시간을 들였는가보다는 얼마나 집중해서 효율적으로 했는가가 더욱 중요하다.
책상 아에 앉아 있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은데도 공부를 잘한다면 그 학생은 분명 자기에게 잘 맞는 효율적인 공부 스타일과 노하우를 갖고 있는 것이다.
그건 누가 가르쳐 주는게 아니라 나를 가장 잘 아는 나 자신이 찾아야 할 몫이다.
나도 나름대로의 공부 방법과 노하우가 있지만 이것 역시 누구에게나 맞는 방법이 아니다.
분명 어떤 사람들은 바둑판 앞에서 열심히 바둑돌을 놓아 가면서 공부하는 쪽이 더 잘 맞을 것이다.
기억해야 할 점은 단순히 바둑판 앞에 몇 시간 앉아 있었는가를 노력의 척도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이 건 아마도 이세돌 9단이 적은 걸 떠나서 다들 생각하고 있는 점 일 것이다.
그러나 그걸 어렴풋이 알고 있는 것과 이렇게 글을 적어서 자기것으로 만드는 것과는 천지차이다.
다른 자기개발서를 보더라도 흔히들 알고 있는 내용들이 많다.
역으로 물어보자.
"그런데 왜 그걸 실천에 옮기지 않습니까?"
(물론 나도 포함... 그게... 귀찮긴 하더라구요... ^^;;;)
지금 일하고 있는 곳도 효율성을 중시한다.
집중할 땐 집중해서 일하고, 바쁜일이 끝나서 여유가 생기면 자기가 하고 싶은걸 하라는 방침이다.
책을 좋아하니 책을 읽던지 영화를 보던지 아니면 낮잠이라도 자서 몸을 쉬게하라고..
내 주위에선 구글이 따로 없다고 한다.
(나도 동감. 난... 복받은겨...)
참고로 그 전에 일한 회사에선 10년동안 노예처럼 일하고, 힘들어서 그만둔다니 다시는 이 업계로 올 생각을 말란다.
나 참. 어의가 없어서.
10년을 아침 8시 반 출근, 퇴근을 밤 10시 ~ 11시 한 사람에게 그들은 마지막에 정말 어의없게 날 대했다.
난 늦게까지 일해도 야근수당 1시간만 해 주는 인간들..
6시 반 퇴근에 5시에 퇴근해서 술마시러 가면서도 야근수당 1시간 받아가는 인간들..
몇일을 정시퇴근하면 회사 수익 줄었다고 난리치는 인간들..
그래서 다시 늦게까지 나만 업무하고 너넨 그 돈으로 술마시거나 출장이라는 명목으로 해외를 쏘다니고...
내가 사고 치고 나온거라면 이해하지만, 그만 두기 전년도의 회사 전체 수익에서 50%를 채운 사람이다..
그리고 그들이 만든 내 퇴사일은 구정이 되기 일주일전이다..
어우 진짜.... 욱하네...
마지막엔 내 실수도 아닌데 내 실수로 둔갑시켜 100만원이 넘는돈을 떼가고...
인간들.. 그래 살지마...
여튼 효율성은 정말 중요한것 같다.
P.169
바둑에는 '완승국(完勝局)'이라는 말이 있다.
서로가 실수 없이 둔 명국까지는 아니지만 초반도 좋았고, 중반에 상대가 저지른 미세한 실수를 계속 추궁해서 잘 풀어나가며 리드를 놓치지 않고 승리를 얻었다면 완승국이라고 할 수 있다.
상대가 큰 실수나 착각을 했을 때는 완승국이라고 하지 않는다.
그냥 이긴 판이다.
어쨌거나 상대가 작은 실수를 해 준 것을 집요하게 추궁해서 거두는 완승국도 드문데, 그런 실수도 없었던 명국이라.
언제쯤 나는 그런 명국을 두어 볼 수 있을까?
아직까지 내게는 명국이 없었다.
이 책은 2012년에 출간되었다.
아마 다시 그게 에세이를 발표하게 된다면 명국이 이번 알파고와는 아닐까..? 조심히 점쳐본다.
아마 이번 경기로 인해 예전에 이세돌 9단에 대해 좋지 않게 생각했던 사람들도 마음이 많이 바뀐 것 같다.
우리 스스로도 곰곰히 생각을 해 본다면,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까지는 치기어린 모습들이 많았을것이다.
그게 나였기 때문에 보이지 않았고 나니까 이런 모든 것들이 당연하다라고 생각했던 모습들.
그러나 다른 사람이 보기엔 당연하지도 않고 난 단지 미생일 뿐이었다.
우리도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여물어지고 그로인해 예전에 했던 행동과 말투등에 대해 반성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공인들은 인터넷에 지울수없는 기록들이 남아 생각이 여문 후에도 다시 타격이 되어 돌아온다.
때론 그래서 참 안쓰럽기도 하다.
지금 아무리 좋은일을 많이하더라도 예전 어릴 때 일이 하나 인터넷으로 공개되면 순식간에 마녀사냥을 당해 그는 가면을 쓴 역겨운 사람이 되어버린다.
마녀사냥... 정말 무서운 말이다...
그들은 재미로 하는 일일수있지만, 당하는 사람은 정말 하늘이 노래지고 미칠 노릇일것이다.
나 스스로도 반성해보려한다.
누군가에게 마녀사냥을 한적이 없는지..
30살이 넘어서도 아직 한참인 미생이기에 완생이 되기위해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보련다.
이세돌 9단, 그리고 국위선양을 하고 계신 바둑인들 모두모두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