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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함께 읽고픈 시 남기기

박남준

 

봄비는 오고 지랄이야

꽃은 저렇게 피고 지랄이야

이 환한 봄날에 못 견디겠다고

환장하겠다고

아내에게도 아이들에게도 버림받고 홀로 사는

한 사내가 햇살 속에 주저앉아 중얼거린다.

십리 벚길이라던가 지리산 화개골짜기 쌍계사 가는 길

벚꽃이 피어 꽃사태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피어난 꽃들

먼저 왔으니 먼저 가는가

이승을 건너 꽃들이 바람에 나풀 날린다.

꽃길을 걸으며 웅성거려 본다.

뭐야 꽃비는 오고 지랄이야

 

꽃대궐이라더니

사람들과 뽕작 거리며 추억의 뻥튀기와 번데기와

동동주와 실연처럼 쓰디쓴

단숨에 병나발의 빈 소주병과

우리나라 사람들 참 부지런하기도 하다.

그래 그래 저렇게 꽃구경을 하겠다고

간밤을 설렜을 것이다.

새벽차는 달렸을 것이다.

 

연두빛 왕버드나무 머리 감은 섬진강가 잔물결마저 눈부시다.

언젠가 이 강가에 나와 하염없던 날이 있었다.

흰빛과 분홍과 붉고 노란 봄날

잔인하구나

누가 나를 부르기는 하는 것이냐

 

 

 

- 박남준 시인의 "봄날은 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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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수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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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히이하이

    10cm의 봄이 좋냐가 생각나는 시네요 ㅋㅋㅋ 재밌게 보고 갑니다~

    2018.04.11 14:12 댓글쓰기
    • ado04

      ㅋㅋㅋ 뭔가 시비조의 말투.. ㅎㅎㅎ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

      2018.04.12 13:51
  • 파워블로그 나난

    ㅋㅋ아까 이 시를 다른 곳에서 보면서 첫행이 인상적이라고 했는데 두번째 봐도 역시 강렬한 첫행입니다.

    2018.04.12 13:50 댓글쓰기
    • ado04

      그렇죠,,? 저두요. ^^;;
      그래서 적어보았답니다. ^^;;;
      활기찬 목욜 보내세요. ^^*

      2018.04.12 13:52
  • 스타블로거 겨울나무

    표현이 재밌어서 웃음 나면서도 쓸쓸함이 담겨있고 왜 버림 받았을까 궁금증이 일기도 하는ㅎㅎ 좋은하루 보내세요^^

    2018.04.13 16:48 댓글쓰기
    • ado04

      좀.. 과격한 표현들이죠? ^^;; 읽을 때마다 흠짓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

      2018.04.15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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