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24 블로그

리뷰 예수는 역사다 - 기독교와 결탁한 가부장제의 비극성

  어제 오후에 본 영화다. 넷플릭스에서 영화를 고르다가 스쳐지나간 수십 편 중 하나다.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동명의 책을 들은 적 있다. 기회가 되면 읽어보고 싶은 책인데 영화를 먼저 본 셈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듯 아내가 어떤 계기를 통해 종교를 갖게 되고, 무신론자인 남편은 자기 아내가 교회에 나가기 시작하자 못마땅해 하며 이를 저지하고 싶어 한다. 그는 저널리스트라는 자신의 직업적 능력을 한껏 살려 예수의 존재와 그의 부활을 반박할 만한 과학적 자료를 찾아 나선다. 그런데...

2021.06.18 공감 횟수 4 댓글 수 0

리뷰 서프러제트 - 여성들이 투표권을 얻기까지 험난한 과정

 20세기 초 영국의 에멀린 팽크허스트(1858-1928년)가 만든 '여성사회정치연합(WSPU)' 소속 회원들의 참정권 운동을 담은 영화다. 에멀린 팽크허스트의 자서전 <싸우는 여자가 이긴다>가 현실문화에서 출간돼 있다.   십 대부터 세탁 공장에서 일해온 스물네 살의 모드 왓츠는 같은 공장에서 일하는 남편과 어린 아들과 함께 가난하지만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산다. 모드의 운명을 바꾸게 된 계기는 길거리와 공장 안에서 여성들에게도 투표권을 달라고 항의 시위하는 여성들을 만나고 관심을 갖고부터다....

2020.05.10 공감 횟수 6 댓글 수 2

리뷰 페인티드 베일 - 달라도 너무 다른 커플들을 위한 영화

서머셋 모옴의 소설 <인생의 베일>이 이 영화의 원작이다. 영화 <킹콩>에서 거대한 야수를 길들이는 요정 같은 미녀 역으로 눈길을 모은 나오미 왓츠와, 영화 <일루셔니스트>에서 신비로운 마술과 영적 세계를 사랑으로 구현한 에드워드 노튼이 주인공이다. 차분하고 지적인 그의 목소리와 도리스 레싱의 소설 <그랜드 마더스>를 영화로 만든 <투 마더스>에서 자신의 친구의 아들과 사랑에 빠진 중년 여성을 연기한 나오미 왓츠를 다시 볼 기회였다.  ...

2020.02.17 공감 횟수 6 댓글 수 4

리뷰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 사람을 변화시키는 사랑

 이 영화를 소개하는 대표적인 키워드가 '퀴어영화'다. 이성애자로서 동성애자의 마음을 이해하고 싶어 보았다. 하지만 영화를 보다보면 이성애인지 동성애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한 사람을 변화시키는 관심과 사랑의 힘에 주목하게 된다.   얼굴도 모르는 남자와 결혼해야 하는 마음은 어떨까? 아마도 도망가고 싶은 심정일 테다. 귀족 아가씨 엘로이즈는 낯선 남자와의 결혼을 앞두고 그 남자에게 보낼 초상화의 모델이 되기 싫다. 해변가 산책은 초상화를 그리지 못하도록 하는, 결과적으로 결혼을 미루는 그녀의 ...

2020.02.04 공감 횟수 9 댓글 수 4

리뷰 아뉴스 데이 - 신의 뜻은 어디에 있을까?

 이 영화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 12월에 폴란드의 한 수녀원에서 발생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수녀원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사방이 흰눈으로 덮힌 한겨울, 뜯겨진 판자를 밀치고 수녀원에서 몰래 빠져나온 수녀가 어딘가로 급히 가고 있다. 바로 인근에 있는 임시 적십사다. 하지만 그곳은 프랑스군 부상자들을 치료하는 곳이므로 폴란드인은 다른 곳으로 가야한다고 말하며 의사는 수녀를 밖으로 내보낸다. 수술이 끝나고 창 밖을 내다보던 의사 마틸드는 뜻밖에도 그 수녀가 찬 바람이...

2020.02.04 공감 횟수 6 댓글 수 0

리뷰 미스 줄리 - 남자의 말과 여자의 말

사춘기 시절 읽은 브론테 자매의 소설 <제인 에어>의 영향이 얼마나 큰지 실감하는 때가 있다. 19세기를 배경으로 쓰여진 소설과 영화를 만나면 마음이 설레는 거다. 어쩌면 전생의 내가 그 시대를 살았는지도 모른다. 영화 <미스 줄리>도 19세기 배경이 마음에 들어 설레는 마음으로 보았다.    열 살이란 어린 나이에 엄마를 여의는 경험은 어떤 것일까? 모르긴 해도 무척 상실감이 클 것 같다. 나이를 먹고 숙녀가 된 미스 줄리는 엄마가 죽은 후 가슴 속에 커다...

2020.01.13 공감 횟수 8 댓글 수 0

리뷰 [왕의 남자]- 왕의 그림자

제목이 '왕의 여자'라면 평범하고 상식적이었을 텐데 '왕의 남자'라서 조금 이상하다고 느낀 기억이 있다. 전혀 관심에 없던 영화를 요즘 찾아 보는 재미가 있다. 이 영화는 어느 페미니즘 책(아마 <페미니즘의 도전>?)을 읽다 언급해 관심을 갖게 된 영화다.   한 나라에서 최고의 지위를 차지한 임금과 그 나라에서 최저의 자리에 위치한 광대의 만남은 긴장과 불편함이 느껴지는 것만큼이나 무척 상징적이다. 근엄한 유교의 전통이 숨쉬는 구중궁궐에 입성한 광대들은 저들의 허위의식을 하나씩 햇빛에...

2020.01.06 공감 횟수 6 댓글 수 2

리뷰 투 마더스 (청불) - 파격적인 사랑

요즘 관심있게 읽고 있는 도리스 레싱의 작품을 검색하다 발견한 영화다. 원작은 도리스 레싱의 <그랜드마더스>라는 중편소설이라 한다. 영화가 원작의 메시지를 얼마나 반영하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여성 감독(안느 퐁텐)이 만든 작품이라는 점에서 더욱 궁금했다.   초록빛 맑고 푸른 바닷물이 출렁이는 해변가 마을이 영화의 중심 배경이다.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없이 넓고 깊어지는 느낌이다. 융 심리학에서 물의 상징이 잠재력의 보고인 무의식을 나타낸다는 점에서 보면 통념에서 벗어난 사랑...

2019.12.26 공감 횟수 7 댓글 수 2

리뷰 접속 - 지금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으로 아파하고 있다면

폴더폰도 아니고 '삐삐'라는 호출기가 유행하던 시절의 아날로그 감성의 영화다. 그 무렵 나 역시 연애 중이었을 텐데 주로 스케일이 큰 영화를 선호한 탓에 굳이 안 보았던 것 같다. 이십 여 년의 시간이 흐르고 본 건 페미니즘으로 인해 새삼 여남의 관계에 관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접속>은 만나야 될 사람, 만나길 간절히 바라는 사람은 꼭 만나게 된다고 하는 로맨틱한 영화다. 달리 말하면 운명적인 사랑이 있고 간절하면 이루어진다는 건데 문제는 둘의 운명이 ...

2019.12.03 공감 횟수 7 댓글 수 4

리뷰 사이비 (청불) - 누가 사이비 종교에 빠지나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때 청해진 해운의 실소유주로 알려진 구원파 교주 유병언이 언론에 소개되면서 현대에도 사이비 종교와 신자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하지만 언론의 보도를 통해 사이비 종교를 믿는 그들의 세계를 이해하기엔 역부족이다. 사이비 종교가 어떠한 환경에서 발흥하고 몰락하는지 보여주는 이 애니메이션은 종교와 인간의 관계를 생각해보기에 좋은 작품이다.   수몰예정지로 지정돼 마을을 떠나야 하는 사람들의 불안 심리를 파고드는 장로가 마을에 나타난다. 언변이 뛰어나고 성경 말...

2019.11.26 공감 횟수 5 댓글 수 0

리뷰 82년생 김지영 -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여성들의 이야기

재작년쯤 원작소설을 읽어서 내용을 알지만 영화로는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궁금해서 어제 오후 종로에서 보았다. 대개 원작보다 영화가 못하거나 실망스럽기 쉬운데 이 영화는 전혀 그렇지 않다. 원작은 원작대로 가치가 있고 영화는 영화대로 감동을 준다. 단, 표면을 보지 말고 그 내면세계로 들어가라고 권하고 싶다. 그의 입장에 서볼 때 우리는 '나도 힘들다'는 말로 더 큰 상처를 주지 않고 서로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모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82년생 김지영>은 너무도 평범한 이야기다. 특히 여성들에...

2019.11.04 공감 횟수 6 댓글 수 6

리뷰 조커 - 웃어야하는 자의 비극

영화 <조커>를 보고 나서 영화관 밖으로 빠져나왔을 때 아직 해가 떠 있는 바깥 세상은 참으로 고요했다. 그 순간 나는 마음 속으로 '아, 여기가 고담시가 아니라서 다행이야!'라고 생각했다. 그때 어디선가 나타난 구급차 한 대가 사이렌을 울리며 불안하게 파문을 일으키고 멀리 사라져갔다. 그러자 생각이 바뀌었다. '그래, 여기도 고담시와 그리 멀지 않은지도 모르겠구나...' 하고.   타인의 우울한 그림자를 흡수해 웃음으로 돌려주어야 하는 광대는 어디 가서 자신의 우울을 달래야 할까? 영화 <...

2019.10.15 공감 횟수 4 댓글 수 0

리뷰 킹스 스피치 - 말하기가 왜 어려운가

좋은 영화를 고르는 방법의 하나는 좋은 책을 읽는 거다. 요즘 나오는 인문학 책을 읽다보면 저자가 인용하는 영화의 주제나 명대사가 종종 등장하는데, 나중에 그 영화를 찾아보고 나서 역시나 좋은 영화라는 걸 공감하곤 한다. 이 영화는 김훈종의 <어쩐지 고전이 읽고 싶더라니>에서 저자가 한 페이지에서 걸쳐 소개한 영화다. 책을 읽다 쉬어갈 겸 영화를 찾아보았다.    영화 <킹스 스피치>는 여왕 엘리자베스2세의 아버지인 조지6세가 말더듬이를 극복한 경험을 다룬 영화다. 가부장제 ...

2019.10.07 공감 횟수 6 댓글 수 0

리뷰 카트 -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의 현실

작년에 읽은 판사 문유석의 <개인주의자 선언>에서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꼭 보았으면 하는 영화로 추천한 영화다. 그보다 훨씬 전 이 영화의 제목을 얼핏 들었을 때 영화 제목의 '카트'가 대형 마트에서 사용하는 그 카트가 맞나? 하고 잠시 의심했을 뿐 기억에서 사라진 영화였다. 이 영화는 수 년 전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영화적으로 재구성했다고 한다.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여성 계산원들과 청소 아줌마들을 한 달 후 해고한다는 공고문이 붙으면서 사건...

2019.09.09 공감 횟수 5 댓글 수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