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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자를 위한 자연수업

[도서] 산책자를 위한 자연수업

트리스탄 굴리 저/김지원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재작년 4월부터 운동 삼아 뒷산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자연이 내게 더욱 친숙해졌다. 트리스탄 굴리에 의하면 산책자들 중에는 그저 자연 속을 걸으며 휴식을 취하고 싶어 하는 사람과 사고가 유연해지는 과정을 느끼고 싶어하는 사람, 두 부류로 나뉜다고 한다. 나는 후자에 속한다. 산길을 오르며 이것저것 생각하다 보면 어느새 머릿속이 맑아지고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더불어 산길에서 만나는 신비한 자연에 대해 어느 정도라도 지식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오던 참에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산책자를 위한 자연수업>은 도보 여행과 산책 등 "야외에서 어떤 단서와 표지를 알아보고 그것을 통해 상황을 예측하거나 추론하는 기술을 알려준다." 땅, 나무, 식물, 이끼와 버섯, 바위와 야생화, 하늘, 별, 해, 달, 야간 산책, 동물들, 다약 족과의 산책1,2, 도시와 마을, 바다, 강, 호수, 눈과 모래, 드물고 특별한 것들과 부록에 실린 거리, 높이, 각도 계산하기와 별이나 달을 이용하여 남쪽을 찾는 방법까지 야외에서 만날 수 있는 거의 모든 자연 환경을 다루고 있다.

 

 실용적인 측면에서 알고 있으면 좋은 원근법이 '경사면 착시 현상'이다. 경사면에 서 있을 때 우리의 뇌는 경미한 혼란을 느끼며 사물을 정상적으로 보기 위해 원래보다 더 가까워보이도록 조정한다. 또 우리가 느끼는 원근감은 다른 감각에도 영향을 미친다. 균형 감각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움직이는 것을 보면 균형을 제대로 잡을 수 없다. 시내나 강에서 좁은 나무다리를 건널 때 흐르는 물을 보면 떨어지기 쉬운 이유다.  

 

 나무는 우리가 걷고 있는 지역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준다. 특히 수위와 토양의 종류, 바람, 빛, 공기의 질과 동물의 존재에 나무는 민감하다. 나무의 남쪽 면이 더 많은 햇빛을 받아 더 활발하게 자라기 때문에 지구상의 나무 중에서 좌우가 대칭인 것은 하나도 없다. 바람이 많이 부는 지역에는 키가 작고 땅딸막한 참나무가 많고 키가 큰 나무들은 대부분 내륙에 위치해 있는 '쐐기 효과'가 나타난다. 벼락이 치는 날에는 탁 트인 들판을 피하고 은신처를 찾는 게 좋다. 이때 외따로 서 있는 나무를 피하고 물 속에 있다면 물 밖으로 나와야 한다.

 

 날씨를 알기 위해 지역풍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바람은 크게 상층 바람과 하층 바람으로 나눌 수 있다. 이때 상층 바람은 하층 바람에 영향을 주지만 하층 바람은 종종 변덕스러워 날씨가 급격하게 바뀌는 요인이다. 상층 바람의 방향을 파악하는 쉬운 방법은 눈에 보이는 가장 높은 구름을 찾는 것이다. 이 구름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움직이는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움직이는지, 아니면 하층 바람과 함께 움직이는지 보는 것이다. 높은 구름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움직이면 따뜻한 공기가 오고 있다. 온난전선이 올라오고 있고 날씨가 악화되며 비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높은 구름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움직이면, 차가운 공기가 다가오고 있고 날씨가 좋아질 가능성이 높다. 구름이 같은 방향이면 즉각적인 변화는 없다. 이 간단한 기술은 '바람교차법'이라고 한다. 바닷바람 같은 지역풍을 제외하고 일반적으로 유용하다. 

 

 새가 소리를 낼 때는 일반적으로 자신의 영역을 표시하려고 하거나, 친구들에게 자신의 위치를 알리거나, 음식을 구걸하거나, 침입자를 쫓아내려고 하거나, 다른 새들에게 경고를 하기 위해서다. 새들이 자신의 영역 표시를 할 때와 위치 알리기, 음식을 구걸할 때 내는 소리는 배경음악에 해당한다. 새가 자신의 영역에서 다른 새나 동물을 쫓아내려고 할 때 대체로 굉장히 시끄럽고 요란한 소리를 낸다. 새들의 경고 울음 소리는 아주 짧고 여러 번 반복한다. 산책 하던 중 갑자기 새들의 울음소리가 끊겼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위를 보면 날아다니는 맹금류가 있거나 종종 사람으로 인한 것이다. 새들의 소리는 시간에 따라 계절에 따라 달라지고 날씨에 따라 음률을 바꾼다. 까마귓과의 새들은 문제해결사로 알려져 있고 사람의 얼굴을 알아보고 서로 정보를 공유한다.

 

 내비게이터이자 탐험가인 저자가 알려주는 책 속의 자연 관찰법은 경험과 과학적 사실에 기반한 구체적인 정보들이다. 이 많은 지식을 한 번에 얻으려고 욕심내기보다 자신에게 필요한 부분이나 관심분야 중심으로 익히고 활용하면서 넓혀가면 좋을 듯하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듯이 자연을 즐기는 도보 여행자나 산책자라면 단순히 보고 감상하는 차원에서 한발 더 나아가 자연의 비밀을 아는 데서 얻는 즐거움도 커지리라 기대한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제작사로부터 상품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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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책찾사

    아마 이 책을 읽은 분들의 리뷰를 모아 보면 결국 이 책 한권으로 모아질 것 같군요. 워낙 방대한 부분이라서 각각 인상적인 부분만을 언급해서 리뷰를 쓸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저자 역시 이러한 지식을 얻기 위해서 많은 여정을 거쳤으리라는 생각도 들면서 아그네스님처럼 산책을 통하여 과연 저자 역시 사고가 유연해지는 과정을 겪었을까라는 의문도 생기더군요. 주로 자연에 대한 지식 위주의 책이라서 개인적인 그러한 사유에 대한 경험에 대하여 지면을 좀 더 할당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

    2017.12.11 18:18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아그네스

      맞아요. 책찾사 님 말씀대로 이 책이 다루는 내용과 분량이 워낙 방대해서 요약은 불가능하고 제 경험에 가깝게 다가오는 내용을 중심으로 쓸 수밖에 없더군요.
      제 생각으론 저자가 개인적 사유보다 자연관찰에 더욱 관심이 많은 타입 같아요. 그리고 저자의 개인적 사유와 경험까지 첨부하려고 하면 이보다 훨씬 많은 분량이 돼서 저처럼 느리게 읽는 독자들한테 곤란하지 않을까 싶어요. ㅎㅎ

      2017.12.11 19:00
  • 파워블로그 산바람

    저는 이 책을 읽으며 두고 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봐야 할 책이라고 느꼈습니다. 오늘 아그네스님의 서평을 읽으며 다시 한번 책을 읽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방대한 양이지만 요령껏 핵심을 짚어가며 정리된 서평을 올려 주셔서 재밋게 잘 읽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2017.12.11 20:09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아그네스

      저도 이 책을 읽으며 한 번에 다 읽기보다 필요할 때마다 찾아 읽게 될 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내용도 워낙 다양하고 깊이도 다양해서 우선 제게 와 닿는 대로
      리뷰에 적어봤습니다. 감사합니다. ^^

      2017.12.12 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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