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맞아 가족과 함께 마감을 앞 둔 뮤지컬 <캣츠> 내한 공연을 보았다. 이 공연이 왜 그리 유명한지 궁금했는데 막상 보고 나니 비로소 알 것 같다. 1981년에 영국에서 초연돼 30년이 넘는 제법 긴 뮤지컬 역사를 자랑하는 공연이다. 화려한 무대 조명과 우렁차고 힘찬 노래와 춤, 깜찍하고 놀라운 고양이 분장, 그리고 고양이를 통한 생명 중시의 메시지까지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보면 좋은 공연이다. T. S. 엘리엇의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가 원작이라 한다.

1부는 여러 고양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전하려는 메시지가 뭔지 바로 와 닿지 않아 화려하고 경쾌한 무대와 달리 조금 지루했다. 영어 노랫말이 귀에 쏙쏙 들리지 않아 벽에 설치된 스크린 자막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탓도 지루함에 한몫 한 것 같다. 하긴 그동안의 경험으로 보면 한국어 뮤지컬도 쏙쏙 들리지 않긴 마찬가지였다. 이름도 길고 독특한 젤리클 고양이들이 모여 성대한 축제를 시작한다. 고양이들의 삶 속에 숨겨진 기쁨과 슬픔을 춤과 노래로 전한다. 어른들이라면 눈치 챌 수 있을 거다. 고양이들의 이야기가 결국 이 세상을 살아가는 다종다양한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 바로 나의 이야기라는 것을 말이다.
2부에 들어오니 다행히 1부와 달리 몰입이 잘 됐다. 스크린 자막을 슬쩍 곁눈질하는 데도 익숙해지고, 어딜 가나 사고만 치고 감쪽같이 사라지는 악당 고양이의 이야기, 희망 찬 내일이 오기를 간절하게 바라는 고양이의 '메모리' 반주로 이루어지는 노래를 통해 아름답고 애절한 메시지 전달이 가슴에 스며든다. 더구나 마무리 하는 단계에서는 <캣츠>를 통해 관객들에게 전하려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분명히 정리해준다. 한마디로 말하면 이렇다. "고양이는 개가 아닙니다."
'고양이는 개가 아니'라니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다. 그런데 이 너무도 당연한 말이 현실에선 종종 무시되고 망각된 채 모두 하나로 취급되지 않는가.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대중사회의 모습이다. 저마다 다른 재능과 개성, 환경과 상황에 처해 있는데도 획일적인 교육을 받고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 현대인의 자화상이다. 개와 고양이 모두 포유동물이라고 해도 고양이의 습성은 개와 다르고 고양이들 사이에서도 저마다 다른 취향이 있다. 다름을 무시하고 획일적인 가치와 지향을 추구하는 개인과 사회는 어디로 갈까. 안델센 동화의 <피리부는 사나이>에서처럼 피리 소리에 홀려 줄지어 가던 쥐들이 모두 강으로 가 추락하지 않던가. 뮤지컬 <캣츠>는 바로 그런 쥐들이 되지 말라고 일깨워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