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초 만화책을 보고 따라 그리기 시작해 중학교 때는 데생과 스케치를 좋아했다. 잘 그린다는 얘기도 들어봤지만 책을 좋아하는 집안 분위기 때문에 미대에 가기를 꿈 꾼 적은 한 번도 없다. 사람의 마음이 이상한 건 '그림은 내 일이 아니야'라는 생각만으로도 어느새 담을 쌓고 살게 되었다는 거다. 지금 와 생각해보니 취미로 남겨두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안타깝다. 만화 그리기를 좋아하는 딸아이를 보며 사춘기 시절 그림과 함께 했던 추억들이 떠오른다. 이런 내게 <좋아서 그림>과의 만남이 잊혀져가는 추억과 잃어버린 재능의 한 조각을 이어줘 반갑다. 이제부터라도 취미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먼저 이 책의 겉모습부터 살펴보자. 짙은 파란색 하드커버에 내 손보다 좌우로 조금씩 더 큰 아담한 크기다. 따라서 가방에 넣어가지고 다니기 좋다. 시간날 때 꺼내 연필이나 가지고 있는 펜으로 옆에 있는 밑그림을 따라 그리며 연습할 수 있다.
이제 책 안으로 들어가보자. '드로잉 도구와 사용법'이 눈에 들어온다. 요즘 문구에 가면 다양한 종류의 펜들이 있다. '라인의 굵기를 자유자재로 표현할 수 있고 수용성이라 번짐 효과도 낼 수 있어 드로잉하기에 정말 좋은' 펜이 '모나미 프러스펜'이라 한다. 또 '거친 느낌이나 풍성한 머리카락 등을 표현할 때 유용'한 펜이 '펜텔 브러시펜'이다. 연필은 가장 편한 도구로 처음에 선 연습을 할 때는 연필로 시작하는 게 좋다고 한다.
다음 페이지에 있는 '드로잉 워밍업'이 마음을 설레게 한다. 직선 그리기를 할 때는 '최대한 손목에 힘을 빼고 종이와 스치듯 빠르게 그어'주라는 충고가 있다. 따라 해보니 생각보다 곧게 잘 그려진다. 곡선 그리기 연습도 있고, 질감을 표현할 때 유용한 스트로크와 한 면을 칠하는 솔리드, 그러데이션 방법과 원근감이 있는 그림을 그리는 법 등이 간단하게 나와 있다.
책 속 왼쪽에 실린 그림은 HOME, CAFE, PARK, TRAVEL, SPECIAL DAY라는 다섯 개의 테마로 일상에서 좋아할 만한 그림의 종류가 나뉘어 있다. 오른쪽에는 옅은 색으로 왼쪽과 같은 밑그림이 있어 선을 따라 그릴 수 있다. 각각의 그림 아래 그릴 때 알아두면 유용한 팁이 있어 참고하면 좋다.
다음 사진은 124쪽에 실린 '해변에서 만난 생물'로 가리비와 불가사리, 소라의 그림이다.
그 아래 설명은 이렇다.
가리비는 테두리만 잘 표현해도 결을 살릴 수 있어요.
라인이 불규칙해야 더 자연스러워 보여요.
불가사리는 별처럼 보이지 않도록 끝을 둥글게 처리해주세요.
소라는 은근 복잡해 보이지만 아이스크림을 그리듯 그리고
무늬를 자글자글 불규칙하게 표현해요.
이 책의 최대 장점은 드로잉 초보자가 가방에 넣어가지고 다니며 부담없이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부터 기분전환할 때, 아이디어를 떠올릴 때 취미로 삼으면 어떨까.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