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글쓰기에 관한 책을 거의 안 읽었는데 이 책은 정말 궁금해서 읽었다. 평소 한 번씩 들르던 이웃님의 리뷰를 읽고 망설이지 않고 구매했다. 무엇이 그토록 칭찬하게 하는지 궁금해 직접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역시 이유가 있었다. 글쓰기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알려주는 책이라고 할까.
이 책의 부제는 '남과 다른 글은 어떻게 쓰는가'다. 글을 쓰는 모든 사람의 고민이 아닐까 한다. 이 책은 모두 5장 구성인데 '1장 누구나 시작은 막막하다, 2장 남과 다른 글은 어디서 나오는가, 3장 쓸수록 산으로 가지 않으려면, 4장 실제로 글은 어떻게 쓰는가, 5장 사소하지만 결코 놓쳐서는 안 되는 글쓰기 환경'이다. 각자의 글쓰기 경험에 따라 필요한 곳부터 펼쳐 읽으면 좋을 듯하다. 나는 본론에 해당하는 '4장 실제로 글은 어떻게 쓰는가'에 가장 관심이 갔다. 그중에서도 글의 시작과 마무리를 소개해본다.
저자에 의하면 '글깨나 쓰는 사람은 시작하는 방법을 10여 개는 갖고 있다'고 한다. 시작하는 방법을 유형별로 나눠 기억해뒀다 써먹는다는 거다. 여기서 언급하고 있는 방법들은, '글을 쓰게 된 배경을 설명한다, 개인적인 경험이나 일화로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시작과 끝을 일거에 해결하는 방법도 있다, 평범하고 담백한 시작도 가능하다. 핵심 개념을 정의 내리는 것으로 출발할 수도 있다, 뜬금없는 시작, 예상 밖의 시작도 좋다, 하고자 하는 말에 복선을 깔아주는 방법도 있다, 또 일어나지 않은 미래를 상상해서 시작할 수도 있다'이다.
저자는 첫 문장을 공부하기 좋은 것이 '소설'이라고 한다. '자기만의 시작 필살기를 갖춰야 글쓰기 부담에서 해방될 수 있다'고도 한다. 저자는 유명한 소설 20편의 첫 문장을 소개하는데 성찰, 묘사, 규정, 모호함, 서늘함, 기억, 고백 등으로 추렸다 한다. 여기에 일일이 소개할 수는 없으나 꼭 소설이 아니어도 가지고 있는 책 중에서 마음에 드는 첫 문장을 여러 개 고르고 자신의 글에 응용해보면 어떨까.
또한 저자는 '글은 시작만큼 마무리가 중요하다'고 한다. '연애도 영화도 연설도 끝이 좋으면 다 좋'은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마무리에 공을 들이는 이유라 한다. 저자는 글을 마무리할 때 5가지를 생각한다고 한다. 첫째, 내가 글에서 전하고자 하는 내용은 무엇인가. 둘째, 글의 시작과 얼마나 일관성이 있는가. 셋째, 길게 쓰려는 충동을 억제한다. 넷째, 기발하게 끝내고 싶은 욕심을 자제한다. 다섯째, 에너지 고갈을 핑계로 흐지부지 끝내고 싶은 유혹을 물리친다.
'그럼에도 마무리할 말이 생각나지 않으면 아래 열 가지를 차례대로 떠올려보라'고 하니 얼마나 친절한가.
1. 주제를 다시 한 번 강조하거나 전체 내용을 요약 정리한다.
2. 뜻밖의 반전을 꾀할 수는 없는지 고민한다. 독자의 허를 찌르는 반전은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3. 제안하거나 호소, 당부하면서 끝낸다.
4. 향후 과제, 청사진을 제시하거나 기대감을 표시함으로써 시야를 미래로 확장한다.
5. 개인적 약속, 다짐을 하며 마무리한다.
6. 남의 말이나 통계 등을 인용하면서 무난하게 마친다.
7. 격언, 명언, 경구, 속담과 같은 아포리즘을 활용한다.
8. 시작 부분을 가져와 수미상관으로 맺는다. 이는 시작과 마무리를 한꺼번에 해결하는 '일거양득' 효과가 있다.
9. 질문함으로써 독자에게 결론을 맡긴다.
10. 연설문의 경우 행복, 행운, 건강, 건승을 기원하는 덕담을 한다.
나는 글을 쓸 때 나름대로 신경써서 시작하지만 마무리하는 단계에서 진이 빠져 멍해지곤 한다. 저자가 알려주는 대로 마무리하는 단계에서 떠올려볼 점들을 기억해두고 활용해봐야겠다. 이 책을 읽으며 저자의 진정성이 전해져 마음에 와 닿는 곳이 많았다. 책의 머릿말에서 저자는 "적어도 이 책을 읽고 나면 글쓰기가 두렵지는 않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하는데 괜한 말이 아님을 알게 된다. 글쓰기가 궁금한 사람이라면 여러 모로 도움 받을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