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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먹는 법

[도서] 책 먹는 법

김이경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이따금 덤으로 알게 되는 좋은 책들이 있다. 서점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다 남는 시간에 우연히 손에 닿아 읽게 되는 책이다. <책 먹는 법>도 그렇게 알게 된 책이다. '든든한 내면을 만드는 독서 레시피'라는 부제답게 한두 장 읽다보니 마음에 새겨둘 구절이 쏠쏠히 들어있다.  

 

  최근 관성적으로 책을 읽어 오던 내게 신선하게 다가온 구절이 있다. 삶의 물음에 답하는 독서를 하라는 거다.

<죽음의 수용소에서>로 유명한 정신의학자 빅토르 E. 프랑클은 "산다는 것은 바로 질문을 받는 것"이고 "삶에 책임지고 답변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의 말처럼 삶은 매 순간 우리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 (30P)

 자기 삶의 물음에 답을 찾는 독서를 한다면 독서가 관성이 될 수 없을 거다. 내가 처음으로 책을 접하던 경험도 풀고 싶은 질문을 찾기 위해서였다는 기억이 떠올랐다. 지금은 다른 질문을 갖게 되었지만 말이다.   

 

 흔히 독서계에서 혼란스런 개념 중 하나가 다독이냐 정독이냐를 가르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변증법 입문서에 자주 나오는 '양질전화의 법칙'으로 설명한다. 양적 축적이 있어야 질적 도약이 이루어진다는 거다. 이와 비슷한 얘기로 말콤 글레드웰이 <아웃라이어>에서 '1만 시간의 법칙'을 주장했다. 그러므로 책은 꾸준히 읽어야 독해력과 문장력이 생기고, 책과 세상을 보는 안목이 길러진다고. 하지만 여기엔 전제가 있으니 '스스로 질문하고 생각할 줄 모르면서 무턱대고 읽기만 하는 무능하고 무지한 독서는 안 된다는 거다. 

 

 근대 철학을 발전시킨 데카르트는 <정신지도의 규칙들>이란 저술에서,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론을 읽었다 하더라도 주어진 문제에 대해 확고한 판단을 내릴 수 없다면 우리는 결코 철학자가 될 수 없다."라고 했습니다. (51P) 

 

 

 예전에 나오던 독서모임 회원인데 아는 게 많은데 비해 편협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자신이 싫어하는 분야의 책을 독서토론할 때면 슬그머니 빠지는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자신의 무지를 인정하지 않는 독선적인 면을 발견했다. 이런 사람에게는 '바보의 벽'이란 개념이 딱 들어맞는다.

일본의 해부학자이며 도쿄대 명예교수인 요로 다케시는 그것을 '바보의 벽'이란 말로 설명합니다. 인간의 뇌는 자기가 알고 싶지 않은 정보는 알아서 차단해 버리는 선택적 인지를 하는데 그것이 사람들 사이에 '바보의 벽'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84P)

이와 관련해 소개하는 교수의 실험이 재미있다. 임신과 출산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대학생들에게 보여주었더니 여학생들은 새로 배운 게 많았다고 한 반면, 남학생들은 이미 다 아는 얘기라며 시큰둥한 반응이었다는 거다. 남학생들은 자신의 관심사가 아니었기에 제대로 보지 않은 거다. 하지만 이런 태도의 결과 "타자를 외면하고 갈등을 부추긴다"는 점이 중요하다. 모두는 서로 연결돼 있는데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회문제가 잘 해결되지 않는 것 아닌가.

 

 이 외에도 이 책은 유익한 독서 레시피들이 저자의 생생한 경험과 함께 들어있는 작지만 알찬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최근 관심을 갖게 된 문학작품 독서에 대해 들려주는 '문학을 즐기는 방법'과 '고전 읽는 법'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와 조언이 특히 좋다. 여기에서 인용하고 소개하는 책들을 한 권씩 독서모임에서 함께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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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시골아낙

    나와 관련된 이야기가 아니라면 거들떠보지도 않는 사람들의 행태가 지금 사회를 만들었겠지요 그렇게 살고 있으니 타인에 대해 무지하고 나와 다르다면 차별하고 편을 가르는 공포의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 책 보러 가봐야겠어요

    2019.04.13 09:18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아그네스

      맞아요.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 중에 나와 관련 없는 일은 하나도 없는데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주의 풍토가 점점 무관심을 조장하며 살기 힘든 사회를 만드네요. ㅠ

      2019.04.15 10:35
  • 스타블로거 초보

    나의 독서는 어떠한지를 생각해보게 만드네요.

    2019.04.15 07:05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아그네스

      이 책을 읽으며 그동안 행해온 제 독서법을 다시 점검하고 참고하게 되었어요.

      2019.04.15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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