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의 제목이 <십대, 별과 우주를 사색해야 하는 이유>인 데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별과 우주에 대한 사실 뿐 아니라 '사색'이 담겨있다. 저자는 철학의 질문이 '나는 누구인가?'라면, 천문학의 질문은 '나는 어디에 있는가?'라고 묻는 것이라 한다. 이 책을 읽어가다 보면 철학의 질문이 천문학의 질문과 별개가 아니라 서로 밀접하게 맞닿아 있음을 알게 된다. 수십억 년 전 초신성의 폭발로 우주에 떠돌던 별의 원소들이 46억 년 전 지구를 만들고 지구의 생명체와 인간을 만들었다고 한다. 즉, 우리는 돌멩이, 새, 별과 같은 우주의 일부분이라는 사실이다. 이 책은 수십 년 간 별에 매료돼 살아오며 집필과 강연을 한 저자가 학부모와 현직 교사, 학생들에게 강연한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그런 만큼 생생하고, 친절하고, 재미있게 읽힌다.
'만물의 근원은 물'이라고 했던 서양 철학의 아버지 탈레스로부터 우주 탄생의 비밀은 원자 안에 있다고 믿는 오늘날의 물리학자들에게 영감을 준 데모크리토스, 달과 지구, 태양의 위치를 삼각형으로 그려 최초로 지동설을 발견한 천재 아리스타르코스, 작대기로 지구의 크기를 잰 에라토스네테스가 나온다. 지구의 세차 운동을 발견하고 별의 밝기 등급을 창안한 히파르코스, 지동설을 확립한 코페르니쿠스와 브루노, 갈릴레이, 그리고 뉴턴의 중력과 만유인력의 법칙 발견은 철학자 칸트가 우주의 진화를 발견하고, 아인슈타인이 특수상대성 이론과 일반상대성 이론, 통일장 이론을 연구하고, 팽창하는 우주를 발견한 허블에 이어 오늘날의 빅뱅 우주론이 확립되기까지 천문학적 발견과 역사를 인물과 업적에 얽힌 일화 중심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의 특징 중 하나는 불교사상에서 유래된 여러 사자성어를 자연스레 접할 수 있는 것이다. 안심입명(安心立命), 생자필멸(生者必滅), 범아일여(梵我一如), 색즉시공(色卽是空) 등의 용어가 별과 우주, 세상 만물의 이치를 설명하는 데 쏙 들어맞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천 년도 훨씬 전에 생겨난 동양의 불교 사상이 오늘날의 현대 물리학이 밝힌 우주의 모습에 잘 들어맞는다는 점은 진리가 돌고 돌아 제자리를 찾아온 듯한 놀라움에 감탄하게 한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우리 자신이 별에서 온 물질들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물질들로 물, 탄소, 암모니아, 석회, 인, 염분, 질산칼륨, 황, 불소, 철, 규소 등의 원소들은 모두 별에서 왔다"고 한다. "수십억 년 전 초신성의 폭발로 우주를 떠돌던 별의 물질들이 뭉쳐져 지구를 만들고, 이것을 재료 삼아 모든 생명체들과 인간을 만들었다"고 하니 우리는 말 그대로 별에서 온 우주인인 셈이다. 따라서 우리가 별과 우주를 알고 우주관을 세우고 사는 것은 우리와 생명체의 근원을 아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이와 관련하여 얼만 전에 읽은 기의 세계관에 관한 책 두 권이 떠오른다. 곽내혁 님의 <내 안의 우주에 이르는 길>과 <내가 열리면 세계가 열린다>인데, 여기에서는 나와 우주, 세상 만물이 '기氣'라고 하는 입자이자 파동 에너지로 연결된 통일된 시스템을 이룬다고 한다. 3차원 세계의 오감각과 인식의 불균형으로 인해 기의 흐름을 접하기 어려운 우리는 수련을 통해 의식의 차원을 변화시켜 '우주의식'에 도달할 수 있다고 한다. 이때 왜 하필이면 '우주의식'일까 궁금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 궁금증의 실마리가 풀린 듯하다. 수련을 통한 차원의 변화란, 우리의 몸과 의식을 이루는 별의 원소들, 즉 우리의 근원인 우주의 일부분으로 되돌아가 잠재된 원초적인 의식을 터득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이 부분은 내가 앞으로 더 공부해야 하지만, 이 정도의 발견으로도 나에게 큰 소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