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33대 미국 대통령 해리 트루먼의 일생과 업적을 재조명하는 차원에서 나온 책이다. 트루먼의 재임 기간은 우리나라가 해방을 맞이하던 해인 1945년부터 한국전쟁(6.25사변)이 발발한 후 끝나기 전인 1952년 말까지다. 그는 루즈벨트의 급서로 부통령에서 대통령직을 위임받았고, 일본에 원자폭탄 투하를 결정하여 2차 세계대전을 조기에 종식시키는 데 기여했다. 1948년 연임에 성공하고, 1950년 한국전쟁 참전을 결정하여 한반도가 공산화되는 데 앞장서서 막은 인물이기도 하다.
트루먼은 1884년 미주리 주의 농촌 라마에서 근면한 농부인 부모의 첫째 아이로 태어났다. 선천성 약시로 안경을 쓰고 다녔던 그는 책을 좋아하는 밝고 단정한 소년이었다. 특히 역사책을 좋아해 즐겨 읽은 것은 후일 군인이자 정치가로서 필요한 정세 판단과 정치적 안목을 기르는 데 톡톡히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육군사관학교에 진학하기를 원했으나 약시 판정으로 뜻을 접어야했다. 그 후 철도공사장 노동자의 근로시간을 재는 계측원과 은행원 등으로 일을 하며 도시에서 살았다. 하지만 몇 년 후 아버지의 부름으로 농장일을 돌보기 위해 집으로 내려와 농사일에 전념하게 된다. 그는 농부로서 힘든 일을 하면서도 군인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고, 주 방위군에 입대하여 포병으로 복무했다.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1918년 프랑스로 건너가 전투에 참가했으며 능력을 인정받고 포병중대장이 되었다.
1919년 전역을 한 그는 어린 시절부터 짝사랑하던 여인 베스와 결혼했다. 그 후 1922년 잭슨 카운티 동부지역 판사로 선출되면서 공직 생활을 시작하여 두 번의 수석 판사를 거쳐 연방 상원의원에 선출된다. 특히 1940년 ‘트루먼 위원회’를 발족하여 위원장을 맡아 군수산업과 방위산업의 부정부패 실태를 조사하여 청문회를 열었고, 비효율적인 전쟁물자 생산체계를 개선하는 데 앞장서는 등 활약하면서 공평무사한 정치인으로서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1944년 민주당 부통령으로 당선되었다가 이듬해 루즈벨트의 급서로 대통령직을 위임했다. 1948년 놀랄 만한 역전승으로 재임에 성공하고 1953년 1월 임기를 마칠 때까지 흑인의 인권을 비롯하여 사회적 약자와 힘없는 국민의 편에서 개혁적인 정책과 보편적 복지를 위해 힘을 쏟았다.
앞에서 잠시 말한 바와 같이 트루먼의 대통령 재임 기간은 2차 세계대전과 트루먼 독트린 발표, 전후의 미·소 냉전체제 형성, 팔레스타인의 분할과 이스라엘의 건국, 한국전쟁 발발 등과 맞물려 있다. 전쟁으로 혼란스러운 미국 내 정치, 경제, 사회적 상황이 반공주의인 메카시 선풍을 몰고 왔고, 민주당 내의 분열마저 가중되면서 트루먼의 개혁 정책에 커다란 걸림돌이 되었다. 그중에서도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결정이나 한국전 사령관으로 부임한 맥아더 장군이 북진정책을 계속하자 소환해 경질한 일, 팔레스타인 분할 요구와 이스라엘 건국 과정에서 나치의 핍박을 받았던 유대인에 대한 동정으로 인해 보다 냉철한 결정을 하지 못한 점 등은 당시 여론과 학계의 비판을 받은 바 있고, 오늘날 재조명 받고 있다. 그 후 베트남 전 참전과 중동지역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분쟁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점은 미국과 인류에게 풀어야할 커다란 과제로 남아있다.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트루먼은 국내외 정치적 입장에 따라 엇갈린 평판을 받는다. 하지만 한 인간으로서 트루먼은 정치적 입장을 떠나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다. 첫째, 그는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었다. 둘째, 공과 사를 엄격히 구분해 처신한 청렴결백한 선비였다. 셋째, 자신의 능력을 학벌이나 가문에 의존하지 않은 진정한 실력파였다. 넷째, 여론에 휘둘리지 않고 소신껏 판단한 신념이 강한 정치인으로서 귀감이 된다. 다섯째, 특권층이 아닌 대다수 국민의 편에서 보편적인 정치를 하려했다. 여섯째, 돈과 권력, 여자 문제에서 깨끗한 정치인이었고, 한 가정의 가장이자 아버지, 남편으로서 부끄러움이 없는 진실한 사람이었다.
트루먼의 일생과 성취를 조명한 이 책을 읽다보면 우리나라의 고(故) 노무현 대통령이 자주 떠오른다. 두 사람 모두 농촌 출신이라는 점, 공부를 잘하고 책벌레였지만 대학진학을 하지 못한 점, 이후 사회생활을 전전하다 전문 분야(법과 군대)에서 활약하며 인정받고 정치계에 발을 들여놓은 점, 고졸 대통령이라는 이유로 은근히 무시당한 점, 재임 기간에 탄핵소추의 위기를 맞은 점, 신념이 굳고 깨끗한 점, 의사소통에서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민주주의적인 점 등에서 비슷하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처한 시대적 과제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대통령으로서 필요한 자질은 대동소이한 듯하다. 하지만 아무리 훌륭한 대통령의 좋은 개혁 정책이라도 대통령을 인정하고 밀어주는 정치인들과 국민이 없다면 한낱 물거품과 같은 것임을 이 책을 읽으며 다시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