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생물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느낀 소감을 한마디로 말하면 그렇다. 분명 책은 종이 위에 빼곡한 활자로 인쇄된 무생물임에도 불구하고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저자가 내게 말을 걸고 생각과 상상,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살아있는' 느낌이 드는 책을 읽는 시간은 특별할 수밖에 없다. 책을 통해 저자와 대화하며 터널을 통과하는 기분이라고 할까. 터널을 통과하기 전과 후의 나는 분명 다르다. 저자가 소통의 귀재라고 할 만한 방송언론인이기 때문일까.
MBC 뉴스테스크 전 앵커였던 그는 지금 오십 중반에 들어선 인생의 달인이다. 이 책 속에는 그의 인생 역경이 가감없이 들어있다. 솔직하다. 배포가 느껴진다. 방송언론인으로서의 자부와 긍지, 사명의식도 인정하고 싶다. 책 속에서 만난 그의 말대로다.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결점을 애써 감추려 할수록 세상과의 소통은 힘들어진다."
그는 안성 촌뜨기에서 출발해 서울로 올라와 단칸 방에서 공부하며 경희대 국문과에 들어갔고, 수차례 일간지 기자 시험에 낙방한 후 MBC 방송국 공채 시험에 합격했다. 그 후 사회부 취재기자와 주말 뉴스데스크 앵커로 잘 나가던 그다. 2012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광우병 시위로 곤혹을 치른 후 정권과의 갈등이 시작됐다. 방송 사상 최초로 전면파업에 동참하면서 그의 인생이 내리막길로 접어든 계기가 됐다. 이후 연대보증의 족쇄에 걸려 빚과 고소로 이어지다 개인 파산 신청 후 면책되고 재기하기까지 굴곡진 그의 인생 전반을 그 특유의 시원시원한 입담으로 풀어낸다.
내가 잘 나가고 무엇 하나 남부럽지 않다고 여길 땐 내 주변에 친구도 많다. 하지만 내가 어렵고 힘들 때 내 옆에 남아있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다. 곤경에 처하고 나면 의외로 그런 친구가 적다는 데 놀라게 된다. 우리 사회에서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않은 이상 고달프지 않은 인생이 어디 있을까. 저마다의 십자가를 지고 오늘도 묵묵히 골고타 언덕을 오르는 게 보통 사람들의 삶이다. 힘이 들 때 용기를 북돋아 주며 덕담과 함께 너만의 길을 당당히 가라고 말해줄 수 있는 멘토가 늘 옆에 있으란 법도 없다. 최일구의 <인생 뭐 있니?>는 그런 우리를 위해 필요한 책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