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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넘어 주거·교육 등 다층적 불평등…

최대 피해자는 ‘청춘들’

 

기사입력 | 2016.07.13 오후 9:36
 
ㆍ한신대 연구소, 최근 펴낸 ‘다중격차’ ‘한국의 불평등 2016’서 제기
 



한국 사회의 불평등이 소득 영역에서의 빈부 격차를 넘어 자산·주거·교육·문화·건강 등 다층적 영역에서 단단하게 맞물려 회복 불가능한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불평등의 대물림 현상이 고착화해 성취 지위보다는 귀속 지위가 우세한 세습자본주의 징후마저 나타나고 있다.

■용이 나올 수 있는 개천이 말라버렸다

이 같은 진단은 한신대 공공정책연구소 다중격차 연구단이 최근 출간한 <다중격차> <한국의 불평등 2016>(페이퍼로드)을 통해 제기됐다. 다중격차는 소득, 자산, 주거, 교육과 같은 개별 불평등 범주들이 개별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서로가 서로의 원인이 되어 중첩된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온 개념이다. 소득·교육 다중격차가 대표적이다. 교육 불평등은 원론적으로는 학생 개인의 지적 능력의 격차에서 발생하는 게 맞다. 2000년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으로 과외금지 조치가 풀리면서 교육 불평등은 소득 불평등과 밀착했다. 월평균 가구소득이 높을수록 사교육비 지출이 늘고, 사교육비 지출이 많을수록 높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 통계적으로 확인된다. 이는 또다시 수능 성적의 격차, 일자리의 격차, 임금소득의 불평등으로 이어진다. 2015년 3월 기준으로 고졸 학력 임금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196만원인 데 비해 대졸자는 300만원으로, 100만원 넘게 차이가 난다. 소득·교육 격차는 부유층이 특정 지역에 밀집해 거주하고 교육 인프라가 이 지역에 집중되면서 자산·주거 격차와도 연계된다.

다중격차 시대에는 하나의 불평등 영역에서 낙오하면 다른 영역에서 회복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진다. 가정의 소득과 자산→사교육→대학진학→노동시장→소득의 연결고리 중 어느 하나에서 이탈하면 다시 끼어들기 어렵다. 문제는 한 영역에서의 불평등을 해소하는 전략으로는 다중격차가 발생하기 이전의 상황으로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이다. 연구단은 예컨대 사교육이 불평등을 야기하는 주요 원인이라는 이유로 사교육을 금지시킨다 하더라도, 이는 사교육 종사자들의 실업과 그에 따른 소득불평등을 낳을 우려가 있다고 본다.




다중격차 시대의 최대 피해자는 청년들이다. 29세 이하 청년층의 정규직 비율은 매년 축소되고 있다. 30대 역시 정규직 비율이 축소되고 있다. 정규직 취업 청년 비율이 늘어난 2015년에도 정규직 취업자 중 청년층의 비율은 9.1%에 불과했다. 30대 역시 8.8%에 그쳤다. 반면 40대 이상은 정규직 비율이 매년 상승하고 있다.

청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치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정치는 오히려 세대불평등을 강화하고 갈등을 증폭시키는 정책들을 집행해왔다. 지난 3년간 발의된 노인 관련 법안이 청년 법안의 7.3배에 이른다. 정부 주도 일자리 창출 사업의 예산과 프로그램에서도 청년보다는 중고령자의 참여가 더 높다. 연구단은 이처럼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는 노인집단이 정치를 좌우하는 ‘실버민주주의’를 극복하지 못하면 한국 사회의 불평등 수준이 악화할 것이라고 말한다.


■조세부담률 높이고 복지국가 모델 재검토

다중격차는 부채를 기반으로 수출을 극대화하는 기존의 성장 패러다임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지금은 수출-내수, 기업소득-가구소득, 대기업-중소기업 사이의 연결고리가 끊어졌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을 높이는 등 임금주도 성장 체제로의 변화가 필요하다.

연구단은 직접세와 누진적 과세 방식의 강화, 자본소득 및 자산보유 과세 강화 등으로 기존의 저부담-저복지 체제의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사회보험과 공공부조에 의존하는 복지국가 모델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초연금, 아동수당, 기본소득 등 개인을 단위로 보편급여의 성격을 띠는 사회수당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병유 ‘다중격차’ 연구단장 - “자산 정확한 통계 없어 불평등 대안 찾기 한계”

‘다중격차’는 학계에서 보편적으로 정립된 개념은 아니다. 한신대 공공정책연구소 다중격차 연구단 단장인 전병유 교수(경제학·사진)는 “기존의 불평등 연구는 소득에 주로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우리는 각 영역의 불평등이 서로 얽혀 있는 양상에 주목해 ‘다중격차’라는 개념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소득불평등을 중심에 놓고 소득불평등과 이어져 있는 한국 사회의 다층적 불평등 양상을 종합적으로 분석했지만, 한계는 있다. 자산 불평등 추이를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는 자료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전 교수는 “자산은 최상위층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어 통계에 잘 안 잡힌다”며 “정확한 현실을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자산 불평등의 정확한 양상을 파악하는 것은 불평등 문제의 대안을 찾는 데 중요한 요소다. 불평등의 주요 원인을 소득이 아니라 자산으로 본다면, 비정규직 축소나 최저임금 인상 문제보다는 부동산 불로소득과 자산고소득층 과세 등의 정책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한국의 소득불평등과 자산불평등은 각기 2006년과 2008년 이후 완화 또는 정체 상태였다가 2014년 이후 다소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악화 일로를 걷던 소득·자산 불평등이 다소 완화된 것에 대해서는 더 정확한 분석이 필요하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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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오우케이

    점점 살기가 힘들어지는 세상이 되어가는구나를 느껴요. ㅠㅠ

    2016.07.15 05:40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아그네스

      정말 그렇죠. 특히 요즘 젊은 세대랑 자라는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염려스러워요~~ ㅜㅜ

      2016.07.15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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