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독성 리더십과 팔로어의 용기

그러나 팔로어 없이는 리더도 존재할 수 없다. 팔로어들이 독성 리더를 추종하는 데에는 환상이 작용한다. 가장 두드러진 환상은 선택받은 소수라는 선민(選民)의식이다. 단체 카톡방이나 이슬람국가, 부패한 엘리트 카르텔에 배타적으로 소속되기 위해 자유를 버리고 독성 리더에게 영혼을 파는 것이다. 선택받은 존재들은 이방인들을 흡수 동화하거나 개종시키고, 주변부로 밀어내거나 제거한다. 집단의 단결력은 공동의 적을 창조함으로써 더 강화된다. 단체 카톡방에서는 따돌림의 대상이, 이슬람국가에는 미국과 유럽의 문명이, 부패한 엘리트 카르텔에는 담합권 밖의 모든 사람들이 적이 된다. 팔로어들이 이처럼 독성 리더에게 귀의하는 무의식의 저변에는 인간 본연의 불안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욕망이 숨어있다고도 한다.
팔로어들이 독성 리더를 추종하게 되는 또 다른 동력은 자신들이 중심부에 있다는 환상이다. 단톡방이나 조직, 국가의 중심에는 온갖 최신 정보가 집결하며 이들이 독점하는 고위 정보는 삶에 내재한 예측 불가능성과 불안감을 덜어준다. 독성 리더는 ‘저들의 정보는 유한하지만 우리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현혹한다. 일단 중심부에 들어가면 추방은 사회적 죽음을 뜻한다. 이들은 지식과 정보를 독점하기 위해 장막을 치고 이를 활용해 집단의 이익을 챙긴다. 중심부의 또 다른 해악은 그룹싱크다. 동일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밀실에 모여 독점적 정보를 가지고 계속 논의하다 보면 중요한 측면들을 놓치고 국방, 외교와 같은 중대 사안에 섣부른 결정을 내리게 된다.
팔로어가 독성 리더로부터 얻는 또 다른 이득은 독성 리더가 적을 향해 도발하는 여러 형태의 전쟁에 참여해서 얻는 쾌감이다. 심장이 터질 것 같은 전쟁의 짜릿한 쾌감은 독성 리더가 제시하는 ‘선택받은 자들의 불멸’이라는 사이비 종교적 환상과 결합돼 사회관계망서비스의 언어전쟁, 집단폭력, 자살 테러, 인종 학살로 이어진다.
폭력 가장, 가해 학생, 비리 경영인, 파탄의 권력자, 테러지도자는 정도의 차이가 있다지만, 독성 리더라는 하나의 개념 테두리에 속한다. 독성 리더들로부터 무고한 희생자들과 조직, 사회, 인류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서는 용기 있는 팔로어들을 보호하고 육성해야 한다. 1980년대 말 팔로어 이론을 주창한 로버트 켈리의 말을 빌리면 훌륭한 팔로어의 역할은 독성 리더의 전횡을 방지하고 독성 리더의 행위에 대해 호루라기를 불어 세상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며, 궁극적으로는 독성 리더를 세상으로부터 추방하는 것이다. 청소년들의 폭력과 이로 인한 자살, 끊임없이 드러나는 권력자들의 부정부패와 경영자들의 비리, 전 지구적으로 확산되는 테러의 시대에 독성 리더들로부터 인간적 삶을 지켜낼 수 있는 용기 있는 팔로어십에 대해 함께 고민해야 할 때이다.
<신좌섭 | 서울대 의대 교수·의학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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