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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올해의 책 2019
배움의 발견

[도서] 배움의 발견

타라 웨스트오버 저/김희정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타라 웨스트오버는 미국 아이다호주의 시골 마을에서 일곱 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위로는 다섯 명의 오빠와 한 명의 언니가 있다. 출생신고조차 되어있지 않던 그는 병원과 학교를 전혀 가보지 못한 채 열여섯 살이 된다. 아버지는 같은 교회의 사람들과도 어울리지 않는 극단적 성향의 모르몬 교도로서 가족 모두에게 자신의 신앙과 사고를 강제한다. 병원조차 정부의 음모가 숨어있다고 하면서 죽음의 위기 앞에서도 병원 치료를 거부하는 사람이다. 책에서 언급하지만 조울증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인 아버지는 경제권과 억압을 무기로 아내와 자식에게 복종을 요구한다. 하지만 타라는 어떤 계기를 통해 대학 진학을 결심하고 우선 물리적으로, 나중에는 정신적으로 자신을 억압하는 가족과 결별하게 된다. 결국 더 나은 교육을 받고자 집을 떠난 세 명의 자식들은 가족이 안고 있는 문제를 인지하고 아버지를 상대로 독자성을 발휘하지만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한 나머지 자식들은 나이가 들어서도 아버지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책의 원제는 Educated이다. 나는 이 제목이 여러 의미적어도 세 가지 모습의 배움를 담고 있다고 이해한다. 그 중 하나는 어린 시절에 (주로 아버지로부터) 일방적으로 주입된 각종의 사고 방법과 행동양식이다. 즉 본인의 의사가 개입되지 않은 단계의 배움이다. 이 시기에 어머니로부터 글이나 간단한 수학 등을 일종의 홈스쿨링으로 배우기는 하지만 그 수준은 낮아서 타라가 독립된 개체로서의 독자성을 발현하는 데에는 아주 미미한 영향만을 끼칠 뿐이다. 아버지가 강요하는 차별적이고 편협한 삶의 방식은 자식들에게 그대로 내려져 그들의 사고思考의 폭을 제한함으로써 자신의 사고의 틀 안에 자식들을 가두게 된다. 아버지는 그루밍 Grooming과 가스라이팅 Gas Lighting이 복합된,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자식들을 제한된 범위 안에서 교육한다. 자아라고 할 만한 게 형성될 수 없는 환경에서 자식들을 양육한 셈이다. 이렇게 어린 시절의 사고 체계와 행동양식이 형성된 타라는 스스로의 의지에 의해 대학에 발을 내디딘 이후로도 긴 시간 동안 이런 사고의 틀과 행동양식을 벗어나지 못한다. 아버지의 행태는 어머니에게도 영향을 미쳐 어머니는 마치 아버지의 꼭두각시인 것처럼 살며 아버지를 옹호하고 자식들이 아버지의 영향 아래에 계속 자리하도록 환경을 조성한다.

  또 하나는 작고 어슴푸레하지만 타라의 배움의 욕구에 불씨를 지핀 외부의 자극과 이런 자극을 받아들여 자신의 길을 찾기 시작한 자가 발전의 배움이다. 배우고 싶다고 스스로 각성하는 단계가 없었다면 그 이후의 과정을 진행하는데 더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줄탁동시?啄同時의 단계를 겪으면서 불합리한 과거를 벗어나는 자신의 기틀을 만든다. 책의 맨 처음에 타일러 오빠에게 이 책을 바친다.’고 한 것은 그럴 기회를 준 타일러에게 바치는 헌사이다. 타일러는 타라보다 먼저 집 바깥의 대학을 향해 발을 옮겼으며 타라가 대학 진학을 실현하도록 동기부여를 해주고 나중에는 타라가 가족들의 공격에 허물어질 위험에서 벗어나도록 타라를 지지한다.

 

 

  나머지 하나는 폭넓게 사고하게 하고 주체로서의 자신을 인식하게 만든 세상의 교육이다. 이 교육의 과정을 통해 타라는 과거가 잘못되었음을 분명히 인지하고 자신의 현재를 억압하는 과거와 사람을 끊어내기로 결정한다. 그 과정에서 이미 자신의 사고를 지배하고 있던 과거와 타협하거나 그런 사고의 바탕 위에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새로운 현실과 미래를 포기할 위험을 자초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타라에게 내재된 가치를 알아본 이들이 타라가 혼자 일어설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우고 경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과 더 나은 교육의 기회를 제공한다. 결국 타라는 현재의 세계에서 익힌 교육을 자산으로 삼아 자신을 억압하는 모든 문제에서 탈피할 결심을 한다.

  따라서 배움의 발견이라는 한국어 제목은 글쓴이의 의도를 일부만 밝힐 뿐이라는 한계를 느낀다. 즉 마지막 단계의 배움만을 부각시켰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자아를 일깨우지 못하는 교육의 강제가 미치는 나쁜 영향은 제거해야 하며 스스로 생각하며 자신을 깨우치고 확장함으로써 독립된 개인으로 살 수 있는 배움의 길을 제시해야 한다는 게 타라가 공유하고자 했던 바가 아닐까 한다. 물론 그 배움에는 독자성만 중요시되지 않고 배움의 길을 열어주는 동료들의 가치 역시 중요함을 책 곳곳에 배치하고 있다. 타라가 남긴 감사의 글은 그런 이들에 대한 절절한 동의이다.

  마지막으로 사람이 존엄성을 유지하며 살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경제력이 기본이 됨을 새삼 느낀다. 아버지의 지원 중단으로 학업을 중단할 위기에 처한 타라는 정부지원금 수령을 허용한 후 자신을 옥죄던 상황을 벗어난다. 그리고는 자신의 영역에서 역량을 십분 발휘한다. 사유재산을 확보하든 국가의 공적 재산을 활용하든 결핍의 상태에서 벗어나야 비로소 자신을 드러낼 수 있음을 책의 여러 곳에서 발견하게 된다. 

  

그러고 보니 나는 한 번도 배움에 목말랐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아무것도 배우고 싶어 하지 않았다는 뜻이 아니다. 배우려 하는 것들에 쉽게 접근할 수 있었고 부모님을 비롯한 여러 환경은 그런 배움에 열려 있었다. 가족의 경제 사정이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배움을 이어나가는 일을 가로막을 정도로 가난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오히려 이만하면 됐지 라는 자만심에 젖어 있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마음 내킬 때 하지 같은 생각. 이제라도 배움에 집중해야겠다는 자극을 이 책으로부터 받는다.

  책의 내용은 무척이나 스텍타클해서 책을 손에서 놓게 될 때에는 빨리 이 책으로 돌아와야지 하는 조바심에 부대꼈다. 소설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흡입력 강한 글 솜씨와 내용의 긴박함, 타라의 진심이 책의 가치를 더 높였다. 벌써 올해의 책으로 추천하고 싶을 만큼 강렬하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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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휘연

    오 그 정도군요!! 엄청 궁금해요!! 다음에 꼭 만나봐야겠네요. 배움에 대한 갈망이.. 음.. 전 요즘인 것 같은데, 저자는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2020.01.16 19:58 댓글쓰기
  • Gypsy

    오 이 책! 원서로 읽으려고 준비 중이었는데 번역서가 나왔군요! 와!

    2020.01.17 15:15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eunbi

    왕관, 우수 리뷰 선정을 축하합니다...^^

    2020.01.17 16:44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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