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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의 선택

[도서] 소방관의 선택

사브리나 코헨-해턴 저/김희정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소방관이란 표현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나는 화재 현장에서 불을 끄는 사람이 먼저 떠오른다. 각종 사고 현장에서 사람을 구하고 필요한 의료 조치를 받을 수 있도록 애쓰는 사람의 모습도 연상된다. 어떤 경우든 그들이 상당한 정도의 위험을 무릅쓰고 그 상황에 임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그들이 물리적 위험에만 처하는 것은 아니다. 적확한 의사 결정을 통해 피해 규모를 최소화하고 인명과 재산을 최대한 보존해야 하는 책임도 감당해야 한다. 가령 한정된 구조자원 때문에 둘 중 하나만을 구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고통스러운 의사 결정의 순간에 들어서기도 한다. 이런 경험을 한 소방관들에 대한 심리치료 지원이 필요하다는 보도를 본 적이 있는데 그만큼 어렵고 힘든 결정 상황에 놓이게 됨을 알 수 있다.

 책은 그런 소방관들이 맞닥뜨리는 상황을 바탕으로 그 상황에서 어떤 의사 결정을 내림이 가장 합리적인지 살펴본다. 의사 결정은 현장의 상태를 보고 즉시 내려야 하는 경우도 있고 전체를 통제하는 지휘소에서 데이터를 취합하고 분석해서 내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경우든 합리적이고 타당한 결정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책은 이런 결정을 지원하기 위한 체계가 마련되는 모습을 담고 있다. 현장의 경험과 학문의 성과를 결합해서 시스템화하고 프로세스로 만듦으로써 기존의 약점을 보완하는 과정은 의사 결정 역량이 개인의 영역에 머물지 않고 조직 또는 사회의 수준과 관련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책은 모두 10개의 장으로 구성되어있다. 들어가는 말에서부터 마지막 장에 이르기까지 논의의 전개가 자연스럽고 문체와 문장이 명징해서 가독성이 높은 장점이 돋보인다.

 각 장에는 실감나는 사례가 제시된다. 때로는 가상의 사례가 등장하지만 실제 상황을 적당한 형태로 가공해서 제공한다는 느낌이 드는 사례도 자주 나온다. 어떤 경우든 비록 소방관은 아니지만 마치 내가 그 현장을 조망하는 것 같은 느낌으로 상황에 몰입하게 된다. 상황의 긴박함과 높은 위험이 내 앞에서 펼쳐지는 듯하다. 무슨 결정을 내릴지 기다려지고 그 결정의 결과가 궁금해진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고 상상하게 되는 대목도 나타난다. 하지만 글쓴이는 장르 소설을 쓰고 있지 않다. 차분하게 상황을 되돌아보며 Feedback하는 과정이 추가된다.

 각각의 사례 뒤에는 그 사례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하거나 비슷한 상황에서 더 잘 대처하지 위한 방안을 강구하는 내용이 뒤따른다. 자신의 지식뿐 아니라 다른 소방관이나 학자들의 경험과 지식, 지혜를 총동원하여 해결책을 찾는다. 그 결과가 더 많은 인명 보호, 사고에 대한 신속한 대처 및 소방관들의 심리 부담 경감 등으로 이어졌다는 글쓴이의 설명을 보면서 기존의 접근 방식을 뛰어넘어 인간성을 고양하고 효율을 제고한 혁신 정신에 경의를 표하게 된다.

 책에서는 구체화된 매뉴얼 등을 제공하지 않는다. 하지만 올바른 의사 결정을 하기 위해 미리 준비해야 할 사항이나 훈련 요건은 무엇인지, 실제의 현장에 내가 들어가 있을 때 무엇에 근거해 즉각 반응해야 하는지 설명이 제공된다. 일종의 Case Study로 활용하면 자신의 의사 결정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극적인 향상을 도모하기는 쉽지 않으리라 본다자극제로 기능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거기에 글쓴이가 청소년기에 겪었던 불우함2년간의 노숙 생활을 포함한이 자신의 사고방식에 끼친 영향과 이제 소방 지휘관이 된 입장에서의 각종 소방/구조 경험, 어린 딸을 둔 어머니로서의 처지 등이 글 속에 녹아들어 글의 생생함이 뚜렷하다.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앞에서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해 리더가 해야 할 일도 정리한다. 리더에게 전달되는 정보는 이미 여러 단계의 전달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리더는 모든 정보에 의문을 제기하고, 거기에 어떤 추정이 가미되어 있는지를 확인해야 왜곡된 정보에 의지해서 결정을 내리는 일을 피할 수 있다(P.142). 이런 정보 확인 절차는 매우 중요하다. 경험상 무조건의 신뢰는 잘못된 의사 결정으로 이어질 위험성을 높인다. 따라서 리더가 직접 정보를 검증하는 일은 오판에 의한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중요한 행위가 된다. 글쓴이는 그렇다고 리더가 모든 정보를 움켜쥐고 검증해야 한다고 하지 않는다. 상황을 파악하고 의사를 결정하는데 필요한 정도의 정보가 자신에게 도달하도록 특정 임무나 영역을 위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P.143)는 점 역시 잘 인지하고 있다. 합당한 의사 결정을 지원하기 위한 조직의 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논의는 선입견, 편견, 고정관념 등에 의해 사람을 잘못 평가하는 사안으로 이어진다. 링컨이 남긴 사람의 인성은 나무와 같고, 그의 평판은 나무의 그림자와 같다. 그림자는 우리가 그 사람에 대해 내리는 판단이고, 나무가 그 사람의 본질이다.”(P.200)는 말로 시작하는 6장의 타이틀은 그림자로 평가받기다.

 글쓴이는 개인의 뛰어난 자질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이유로 소방서 내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마틴의 예에서 본질을 꿰뚫어보지 못하는 평판의 문제를 짚어낸다. 조직 문화가 잘못된 탓일 수도 있지만 그런 자질이 조직 내에서 조화롭게 발현되도록 배려하지 못한 리더십의 부재가 배경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진단은 여성의 사회 참여를 제한하는 현실에 대한 비판으로 연결된다. 점점 바뀌고 있지만 이미 강고하게 구축된 남성 중심의 조직은 여성의 진입을 막거나, 허용하더라도 진입 속도를 제어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 부분의 결론은 사고의 유연성으로 다가간다. 리더라고 해서 항상 최선의 결정을 하지는 못한다. 따라서 리더는 개인적으로는 열린 마음 Open Mind을 유지하고 자신의 의사 결정을 지원할 수 있는 인력을 주변에 두어야 한다. 아울러 사회구조적으로 다양한 인원이 사회에 들어와 다양성의 장점이 수용되도록 해야 한다.

 글쓴이의 관심이 고통스러운 경험을 한 이들이 그 경험에 이어 겪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PTSD로 연결됨은 이 책이 효율적인 의사 결정만을 논하지 않음을 드러낸다. 우리는 자주 긍정 상황만을 강조하느라 그 상황 뒤에 숨은 어둠을 놓치곤 한다. 통찰력과 결단력, 자신감을 갖추도록 격려하고 훈련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그 훈련의 내용 안에 회복 탄력성을 키우는 부분도 포함시켜... 극도의 스트레스에 대처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P.294~295). 사고 상황 앞에서 여러 가지 의사 결정을 하고 실행에 옮기는 소방관들의 용감한 모습에서뿐 아니라 고통 앞에서 힘들어 하는 소방관들의 모습에서도 사람 되기의 어려움이 느껴진다.

 이제 한국에서도 PTSD 등은 낯선 용어가 아니다. 사회 전체가 개개인의 정신 상 피해에 대해 열린 태도로 접근하고 이런 상태에 놓인 이들을 지원하는 체계를 갖출 수 있기를 희망한다. 다행히 요즘은 그런 활동이 자주 보이는 것 같다.


이 책은 소방관이 하는 일, 겪는 일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우리 눈에 쉽게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도 사람의 삶은 계속됨을 이해하고 공감하기를 원하는 분들에게 적합해 보인다. 아울러 타당한 의사 결정 구조/역량을 확보하고 싶은 분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여겨진다



YES24 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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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추억책방

    신문기사 북 코너에서 우연히 이 책 소개를 봤는데 저자가 이민계 여성으로 유년시절 어려움을 극복하고 영국에서 직급이 가장 높은 소방관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라는 내용이 기억에 남더라구요. 처음에는 단순히 소방관들이 화재 현장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에 대한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네요. 소방 현장에서의 여러 사례들을 통해 리더로서 올바른 의사 결정을 위해서는 어떻게 준비하는지 등 저자가 경험에서 우러난 이야기를 잘 풀어낸 책 같습니다.

    2020.06.10 20:43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고독한선택

      저자 소개는 일부러 뺐습니다. 소방 현장에서의 에피소드가 중심이 됩니다만 저는 경험과 감에 의존했던 현장에서의 의사 결정에 행동과학, 심리학 등을 가미해서 합리성을 높인 의사 결정 구조 변경에 좀 더 주목했습니다.

      2020.06.10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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