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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기원

[도서] 인류의 기원

이상희,윤신영 공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4장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인간의 산도는 좁고 태아의 머리는 커서 출산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어려운 일이 되었다. 직립 보행을 시작한 인간은 몸은 그대로이고 머리만 점점 커지게 된다. 딜레마가 생긴다. 직립 보행을 하기 위해서는 골반이 좁을수록 유리하기 때문에, 산도를 넓힐 수 없다. 공반뼈 사이가 물렁해지고, 벌어질 수 있게 하여 어찌저찌 아이를 낳는다. 


유인원은 새끼를 낳을 때 쪼그려 앉는다. 중력의 도움을 받기 위해서다. 태아의 얼굴은 엄마의 배꼽 쪽을 향한 채 산도에 들어간다. 엄마는 팔을 뻗어 아이를 몸 밖으로 꺼내고, 바로 품에 안을 수 있다. 아이와 엄마가 얼굴을 마주보며 출산하는 것이다.


인간은 정반대다. 인간의 태아는 어깨를 산도에 맞추기 위해 몸을 비틀고, 산도의 모양에 맞추어 또 몸을 비튼다. 종국에 얼굴은 엄마의 몸 뒤쪽을 향하게 된다. 엄마는 스스로 신생아를 빼낼 수 없다. 아기의 목이 뒤로 꺾여 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의 출산은 혼자서가 아닌, 여럿이서 해야 한다. 누군가 아기를 빼내어 엄마에게 건네주어야 한다.


이런 '사회적'인 출산의 기원은 최소 5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나 모든 아이가 축복을 받으며 태어나지 않고, 모든 산모가 도움을 받으며 출산하지 않는다. 4장을 읽으며 미혼모 생각이 많이 났다. 임신 사실을 알려선 안 되기 때문에 숨어서 아무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아이를 낳게 되는 산모. 산도는 좁기 때문에 아이가 쉽사리 나오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산모가 기절이라도 하면, 아이는 산도에 끼어서 질식해 죽는다. 신문에 실리는 '아이를 화장실에서 낳던 여학생, 아이가 사망하다...' 같은 자극적인 기사의 이면에는 이런 사정이 있다. 아이는 혼자 낳을 수 없는데, 이 사회는 그를 혼자 두었던 것이다. 당연히 사람이 죽을 수밖에 없다. 이런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은 사람에게 적절한 치료는 받을 수 있게 해 주었는지, 어떻게 가정으로 돌아가게 해 주었는지, 이런 이야기는 아무도 하지 않는다. 신문은 아기가 죽었다고만 말할 뿐이다.


사회적 출산을 하지 못하게 한 것은 국가다. 출산을 산모 혼자의 것으로 만들었다. 낙태죄가 통제하려는 몸은 아이를 낳는 몸 하나 뿐이다. 아이가 태어나기 위해서는 여러 사람이 필요하다는 걸 모르는 사람들이 법을 만든다. 


이런 점들이 너무나 끔찍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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