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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혼의 발현에 올인한 선인의 발자취
annumi
2005.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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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의 내용을 이렇게 받아들였다.
“인생 별 거 있어? 잘나도 한세상 못나도 한세상, 흥과 맛과 멋에 취해 인생 해피하게 사는 거지, 뭐.”
흥과 맛과 멋을 그리기 위해 역사 속을 소요하는 선지식을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이 자리로 불러들인 뒤 피돌기를 시켜 생생하게 복원해 내고 있는 '옛공부의 즐거움'은 한마디로 재미있었다. 현학과 고답으로 중간중간 내용을 건너뛰게 하겠거니 했던 선인들의 문장은 친근하고 유머러스한 386세대의 입말로 바뀌어 편안하게 읽혔다. 특히 옛선인들을 상대로 번개를 날려 이루어지는 머리말의 모임 이야기는 그 엉뚱하고 기발한 착상으로 책을 펼쳐들자마자 혼을 쏙 빼놓는다. 톡톡 튀는 대사가 시종일관 유쾌하게 이어지는 번개모임의 담론은 옛글과 그림, 선인들의 삶이 실어내는 묵직하면서도 심오한 예술혼을 넉넉히 아우르는 가운데 현대를 사는 도반들의 취향에 맞게 다듬고 즐기면서 놀아보자는 의도와 함께 저자의 만만찮은 내공을 짐작케 한다.
간혹 한시 같은 게 튀어나와 한자하고는 거리가 먼 내 발목을 살짝 잡아채기는 했어도 별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각 장에 등장하는 선인들의 다양한 생애가 여느 소설 못지않은 탄탄한 서사적 구조로 스토리텔링의 재미를 구사하면서 긴박감있게 펼쳐지기 때문이다.
예술혼의 발현에 올인한 선인의 발자취를 쫓아 줄없는 거문고 소리에 에워싸여 문자향이 넘쳐나는 겹겹의 생을 소요해 보고 싶다는 바람을 갖게해 준 이 책에 기꺼이 별다섯을 주고싶다.
[인상깊은구절]
망망대해를 허우적대는 붕어 한 마리의 외로움. 뒤집어 보면 무한을 껴안는 저 외로움.
그의 그림에 그토록 눈길이 끌리는 것은 그가 내질러 놓은 화의의 깊은 출렁임에 대한 내 생애의 멀미일지도 모른다. 물고기 한 마리의 고독으로 나를 품어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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