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3월.
태어난 이래, 처음으로 실연이라는 것을 당했다. 사랑하고 싶어도 사랑할 수 없다는 가슴 아픔, 초라한 자신에 대한 자괴감, 일상사에 대한 혐오감, 무기력증...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을 때, 아름다움으로 한껏 고양되었던 마음은, 딱 그 높이 만큼 키취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뻥 뚫린 가슴을 차가운 봄바람이 싸하게 지나가도, 머리는 도무지 환기가 되지 않는다. 답답했다. 퇴근 후 갈 곳도 할 일도 없었으므로 날마다 무작정 어두운 밤거리를 걸었다. 그러나 도시의 보도는, 걸을만 하면 빨간 신호등으로 막히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