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되는 게 이렇게 힘든 건가요?
나의 새 이름, '엄마' 서툴고 못나고 부족해 미안한.
아직 어른이 되지도 못했는데 엄마라니.
너의 엄마라서 좋지만 내가 엄마라는 건 아직 너무 낯설어.
오늘도 나는 육아를 하면서 나와 가장 가까운 나를 마주한다.
상상 그 이상으로
그렇게 엄마가 된다...
나의 새 이름 '엄마', 이전의 내 이름은 점점 더 희미해져 가고, '엄마'라는 새 이름이 이젠 내 삶을 대변하듯 몸집을 키워만 간다. '나'였던 그 공간은 서서히 모습을 감춰가고, 이제는 아이와 함께 만드는 시간이 더 익숙하게 자리 잡고있다. 여전히 그 엄마라는 크기와 무게가 낯설기도 하고, 자연스러운 공간이 부자연스러운 그 무언가로 얼룩질 때도 있다. 그 공간에 머무는 시간 속에서 슬픔을 느낄 때도, 행복과 기쁨을 느낄 때도, 먹먹함과 서글픔을 느낄 때도 있다. 그렇게 몰랐던 나를, 아니면 진짜 나를, '나와 가장 가까운 나'를 마주해보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래도 온전한 내 시간을 감히 꿈꿀 수 없는 지금을 그리워 할 날이 곧 찾아오겠지. 지나고 보니 온전한 내 시간은 없었지만, 온전한 우리의 시간은 있었다며, 참 행복한 한때였다고, 웃으면서 말 할 날이 내게도 곧 찾아오겠지. (p.26)
결혼을 하기 전 쉴틈없이 들락날락했던 카페에서 커피 한잔의 여유도, 하이웨스트에 또각또각 하이힐을 신으며 걷던 그 시간이 이제는 흐릿해져 가고, 반짝반짝 나를 빛나게 해주던 악세서리도 이제는 거추장스러워지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예쁜 원피스에도 발 편한 운동화를 신는 게 더 편하고, 예쁘게 꾸민 머리도 끈 하나로 질끈 묶어버리는 게 더 편한 엄마가 되었다. 어떤 패션도 '육아메이트'인 아기띠만 있으면 '엄마'라는 그 이름을 내세워 당당해지기도 한다. '난 엄마니깐!' 당당한 자기 위로를 내세우며 오늘도 열심히 아기띠를 앞에 메고, 주렁주렁 기저귀가방을 들쳐메고 운동화를 장착한 채 아이와 함께 콧바람을 쐬러 나간다. 그 시간 속에서 엄마의 방식으로 아이와의 추억을 만들어간다.
엄마,
힘든 시기 잘 버텨줘서 고마워.
나의 엄마여서
정말 고마워.
엄마가 되어서야 엄마의 억척스러움이 조금이나마 이해가 되었다. 부모가 되어서야 매일 아침 밥 한 숟가락이라도 떠먹여주던 그 모습이 이해가 되었다. '어디니, 밥은 먹었니,' 매일 매일을 걱정 하던 그 마음을 이제야 조금은 헤아릴 것 같다. 부모님이 짊어 진 시간의 무게가 어떤 것인지도 모른 채 그렇게 커버렸다. 고작 '엄마'가 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조금 힘들다고 투정부리는 여전히 어리기만 한, 평생 부모님한테는 철없는 딸인, 이제서야 '부모'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그 알량한 생각을 하는 내가 부끄럽기만 하다. 이제서야 굳은 살이 박인 부모님의 손을, 영원히 주름진 시간을 간직할 부모님 마음을 알아차린 것이 야속하기만 하다. 늦었지만, 그 삶의 무게를 함께 느끼며 조금은 덜어드릴 수 있기를.

달콤했던 신혼의 꿀이 채 떨어지기도 전에 남편과 나 사이에는 작은 공간이 생겼다. 아이라는 작은 공간 속에 나는 '엄마', 남편은 '아빠'라는 울타리로 서로의 어깨를 기댄 채 반대편에서서 바라보고 있다. 그 작은 공간을 촘촘이 메우기 위해 똘똘 뭉쳐서 지쳐 곯아떨어지는 새벽에도 아이 울음 하나에 불끈 힘을 내는 튼튼한 울타리가 되어간다. 이제는 둘보단 셋이 더 편하고, 반나절도 아이와 떨어져있는 그 시간이 어색하기만 그런 시간 속에서 때론 둘만의 달콤했던 그 시간이 그리울 때도 있다. 알콩달콩 손잡고 영화관을 누비던 그 시간이 그립기도 하지만, 채 반나절도 안되어 아이의 웃는 얼굴이 그리워 사진을 보며 실실 웃고 있는 그런 엄마, 아빠가 되어버렸다. 때론, 문득 그리워질 때도 있지만, 지금은 '우리'라는 그 울타리 속에서 '하나'라는 그 따뜻함이 편안하게 느껴진다.
알콩달콩 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형제들의 따뜻함이 물씬 느껴진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눈을 보며, 어깨를 내어주는 가슴 따뜻한 아이들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엄마 미소를 띄고 있다. 아직은 혼자인 우리아이에게, '둘째'라는 그 시간을 만들어주기가 아직은 겁이 나기도 한다. 평생 든든한 친구가 될 반쪽이라는 선물을 해주고 싶은 마음도 있긴 하지만,, 여전히 서툴기만 한 부모이기에 선뜻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가 않다. 알콩달콩할 사랑스러운 상상에 잠겨보기도 하지만,, 여전히 상상만 할 뿐.. 용기가 필요한 일인 것 같다. 형제들의 알콩달콩함에 괜스레 질투가 나기도 한다.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지 못하는 부러움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저,, 마냥 사랑스럽기만 한 그 시간 속에 잠깐이라도 행복에 잠겨본다.
'엄마'라는 그 공간에 머무는 시간이 때론 낯설기도 하고, 힘듦에 서글퍼질 때도 있을 것이다. 벗어나고 싶을 때도 분명 있겠지만, '우리'라는 공간이 주는 따뜻함을 위로삼아 '엄마'의 공간에서 위안을 찾을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너와 나, 우리'가 주인공인 그 무대에서 우리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시간이 될 수 있기를 노력해본다. '엄마'라는 새 이름이 무색해지지 않도록, 아이에게 당당한 엄마가 될 수 있도록 아이의 시간에 함께 머무는 그 행복함에 푹 빠져있고 싶다. 엄마라서 힘들고, 엄마라서 자랑스러운, 그 모든 걸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엄마'이기에 모든 엄마들에게 큰 공감이 되고 위로가 되어주는 책이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함께 마음 나눌 이들이 있기에, 그 시간을 온전히 견뎌내어 따뜻한 사랑을 준 부모님이 있기에, 가족이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기에, 엄마가 될 수 있게 해준 소중한 아이가 있기에 '엄마'라서 참 다행이다 라는 생각을 해본다. 오늘도 아이와 행복한 시간을 보냈을 엄마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본다. 힘내요, 엄마!
"아직 나도 어린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엄마라 육아에 대해 명확한 정의를 내릴 수는 없지만, '육아'는 '자아'를 끊임없이 확인하는 계기가 된다는 건 확실하다. 매순간 나를 돌아보게 될 거다. 내가 가장 보이기 싫어했던 나의 치부가 자주 드러나게 될 것이다. 반면 그동안 결코 알지 못했던 나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나의 아이를 나만큼, 어쩌면 나보다 더 사랑하기 때문이다.
오늘도 나는 육아를 하면서 나와 가장 가까운 나를 마주한다.
상상 그 이상으로
- 문션-
<이 리뷰는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제공되어 쓰여졌습니다.^^>